“퇴직 경찰관의 감각”…5천만원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

김재산 2024. 6. 12.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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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이었던 지난 10일 오후 3시 30분, 대구에서 경북 예천으로 가는 택시에 탑승한 30대의 젊은 남성 A씨는 탑승 이후 줄곧 안절부절 하는 듯 하는 행동을 보이며 연신 휴대전화를 확인했다.

잠시 후 50대 남성 C씨가 나타나 큰 가죽가방에서 쇼핑백을 꺼내 그 남자 승객에게 전달했고, 지령을 받고 출동 중인 경찰관들은 김 씨의 신고내용을 실시간으로 들으면서 출동한 덕분에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현금 5000만원이 든 쇼핑백을 챙겨 떠나기 직전인 보이스피싱 수거책 A씨를 현장에서 바로 검거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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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문 경북경찰청장, 택시기사 김상오 씨에게 감사장과 신고 보상금 전달
김철문 경북경찰청장이 12일 경찰 선배이기도 한 김상오 씨에게 감사장과 신고 보상금을 전달했다. 경북경찰청 제공

토요일이었던 지난 10일 오후 3시 30분, 대구에서 경북 예천으로 가는 택시에 탑승한 30대의 젊은 남성 A씨는 탑승 이후 줄곧 안절부절 하는 듯 하는 행동을 보이며 연신 휴대전화를 확인했다.

그러더니 출발 후 30여분 지난 시점에서 휴대전화를 보면서 책을 읽듯이 갑자기 행선지를 경북 안동시 소재 00교회로 바꿨다. 그후에도 A씨는 계속해서 휴대전화를 확인하느라 잠시도 가만히 있질 못했다.

A씨의 부자연스러운 언행을 수상하게 여긴 택시기사 김상오(62)씨는 도착해서 승객이 내린 후에도 마치 잠복중인 경찰관처럼 룸미러를 통해 A씨의 행동을 유심히 살폈다. A씨는 도착장소인 00교회를 휴대전화 카메라로 찍어 전송하는 듯 하더니 대로변에서 두리번거리며 누군가를 기다렸다.

김 씨는 그 순간 직감적으로 A씨가 ‘보이스피싱 수거책’이라고 확신하고 112에 “택시기사인데 대구에서 태워온 손님이 보이스피싱 수거책 같다. 지켜보고 있을테니 빨리 출동하라”고 신고한 뒤 경찰관들이 도착할 때까지 차분하게 승객의 인상착의와 현장 상황을 112신고 접수요원에게 설명했다.

잠시 후 50대 남성 C씨가 나타나 큰 가죽가방에서 쇼핑백을 꺼내 그 남자 승객에게 전달했고, 지령을 받고 출동 중인 경찰관들은 김 씨의 신고내용을 실시간으로 들으면서 출동한 덕분에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현금 5000만원이 든 쇼핑백을 챙겨 떠나기 직전인 보이스피싱 수거책 A씨를 현장에서 바로 검거할 수 있었다.

김 씨의 활약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는 전화를 끊고 A씨에게 현금을 건넨 C씨가 보이스피싱 릴레이 수거책으로 공범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차를 타고 주변을 돌면서 C씨를 찾아낸 뒤 다시 112에 신고해서 “가방을 건네준 사람도 찾았다. 손님으로 태워보려 했는데 도망가고 있다”고 말한 후 C씨가 타고 가는 택시를 추격하면서 112신고 접수요원에서 실시간 위치를 설명했다.

대구에 거주하는 그는 안동시내 지리를 잘 알 수 없어 112신고 접수요원에게 주변에 보이는 표지판과 간판을 계속 말했고, 112신고 접수요원은 평소 꾸준히 학습해 온 지리감을 바탕으로 위치를 출동경찰관에게 신속하게 지령할 수 있었다.

덕분에 코드제로 지령을 받고 출동한 경찰관들이 C씨의 신병도 신속하게 확보할 수 있었다.

조사결과, C씨는 공범이 아닌 피해자였고 김 씨 덕분에 그는 범죄피해 및 추가 피해까지도 피할 수 있었다.

신고뿐만 아니라 추격, 검거에 이르기까지 종횡무진 맹활약 택시기사 김 씨는 1990년, 경찰에 입문에 32년간의 경찰생활을 마치고 퇴직한 경찰관이었다.

전직경찰관, 112접수요원, 출동경찰관 이들의 환상적인 3박자를 통해 영혼을 갉아먹는 검은목소리 보이스피싱으로부터 5000만원이라는 거액의 피해를 지켜낸 것다.

김철문 경북경찰청장은 12일 경찰 선배이기도 한 김 씨에게 존경과 감사의 뜻을 담아 감사장과 신고보상금을 전달했다.

김 씨는 “비록 범인을 직접 검거한 건 아니지만 현직에 있는 후배들과 힘을 합해 범죄로부터 누군가의 소중한 재산을 지키는데 기여할 수 있어 오랜만에 가슴 뛰는 순간이었다”며 “몸은 퇴직했지만 마음은 아직 청년경찰”이라고 말했다.

안동=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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