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놈들의 애정 행각, 사진 찍는 사람은 죽을 맛 [ 단칼에 끝내는 곤충기]

이상헌 2024. 6. 12.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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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기묘묘한 곤충 세상에는 이상야릇한 입맞춤을 하는 날개알락파리가 산다.

 우리가 파리를 기피하는 이유는 똥을 핥아먹던 주둥이로 밥 위에 내려앉기 때문이다.

주검과 똥더미에서 살며 병원균을 퍼뜨리기에 사람들의 혐오라는 감정을 건드린다.

덧붙이는 글 | 해당 기사의 사진은 글쓴이의 초접사 사진집 <로봇 아닙니다.<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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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홍색 방독면을 뒤집어 쓴 것 같은 날개알락파리와 페로몬 분비하는 의병벌레

[이상헌 기자]

방독면 뒤집어 쓰고 키스를?

기기묘묘한 곤충 세상에는 이상야릇한 입맞춤을 하는 날개알락파리가 산다. 광택이 나는 검은색 몸맵시에 주홍색 방독면을 뒤집어 쓴 괴상한 낯짝이다. 툭 불거져 나온 겹눈이 면상의 절반을 덮고 삐져나온 주둥이(아랫입술)는 뚫어뻥과 비슷하다. 배 아래쪽에는 솜사탕 닮은 하얀 팬츠를 입었다. 꽃꿀은 물론이요 썩어가는 과일과 부패하는 사체, 똥에도 꼬이는 자연계의 분해자다.
 
▲ 날개알락파리의 면상. 기묘한 주둥이에 솜사탕 팬츠를 입었다.
ⓒ 이상헌
 
오뉴월 숲에서 살아가는 날개알락파리는 구애 의식이 유별나다. 암컷을 앞에 둔 수놈은 제자리에서 왔다갔다 하면서 짝짓기 춤을 춘다. 날개를 수시로 접었다 펼치며 더듬이로 가벼운 터치를 하여 암놈의 환심을 사려고 애쓴다.

수컷이 마음에 들면 암컷은 방독면 닮은 주둥이를 쭉 내밀어 진한 입맞춤을 한다. 놈들은 무아지경이나 똥 냄새를 맡으며 사진을 찍고 있는 사람에게는 고역인 장면이다. 우리가 파리를 기피하는 이유는 똥을 핥아먹던 주둥이로 밥 위에 내려앉기 때문이다.

파리목 곤충은 뭉뚝한 입틀로 침을 토해 내 음식물을 녹여서 먹는다. 주검과 똥더미에서 살며 병원균을 퍼뜨리기에 사람들의 혐오라는 감정을 건드린다. 진화적 이유로 우리는 불결함을 피한다. 병이 나기 때문이다.

사랑의 묘약으로 뽀뽀를?

서쳐스(The Searchers)의 팝송 '사랑의 9번 묘약(Love potion number 9)'은 1964년에 빌보드 차트 3위에 올랐다. 원곡은 R&B 그룹인 클로버(The Clovers)의 노래이며 여러 밴드가 리메이크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위키 리(가수 겸 KBS 전국노래자랑 초대 MC)와 이태신이 번안하여 불렀다.

1998년에는 이정재와 정우성이 연기한 김성수 감독의 <태양은 없다>에 삽입되어 또 한번 주목을 받았다. 리듬은 경쾌하나 원문을 해석하면 조금은 어처구니 없는 내용이다. 집시 여인에게서 구입한 러브포션을 먹고 얼이 빠져 아무 상관없는 경찰관에게 키스를 하다니... 유치장에 갇히지 않은 게 다행이다.
 
▲ 발해무늬의병벌레. 더듬이에서 교미를 유도하는 페로몬이 나온다.
ⓒ 이상헌
 
곤충계에는 사랑의 묘약을 뿜어내며 입맞춤을 하는 커플이 있다. 영어로는 연날개꽃벌레(Soft-winged Flower Beetle)라고 하는 의병벌레다. 몸길이 7mm 정도의 발해무늬의병벌레 암수가 만나면 더듬이를 휘저으며 부비부비 뽀뽀를 한다.

옥수수 낱알 모양으로 부풀은 수컷의 촉각에서 교미를 유도하는 페로몬이 나오기 때문이다. 향기에 이끌린 암놈이 다가오면 수놈은 더듬이에서 나오는 땀방울을 음료로 준다. 그것도 주둥이를 맞대고 사랑의 키스를 하면서 말이다. 

발해무늬의병벌레는 옆구리 터진 김밥으로 자신을 방어한다. 위험을 느끼면 갈비뼈 사이로 창자처럼 보이는 기관(Eversible vesicles)이 뒤집힌 채로 빠져나온다. 밟혀 죽은 사체로 위장하는 교묘한 눈속임이다. 몸도 뻣뻣하게 굳어서 주검과 다를 바 없어 보이나 경찰에게 뽀뽀를 하지 않으니 유치장에 갈 일은 없다. 

글쓴이도 묘약에 취해서 엉뚱한 생각을 해 본다. 이 페로몬을 합성하여 향수로 만들면 대박이 나지 않을까? 이성을 유혹하는 향수, 의병몰약. 솔로에게 탁월.

덧붙이는 글 | 해당 기사의 사진은 글쓴이의 초접사 사진집 <로봇 아닙니다. 곤충입니다>의 일부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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