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문학에도 이름을 지어주면 어떨까

신동임 2024. 6. 12.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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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에서 체류하면서 본 한국 시니어작가들의 비약적 발전

[신동임 기자]

2013년 갑자기 뇌경색으로 쓰러졌던 나는 삶을 단촐하게 정리하고 웰다잉강사가 되었다. 강의 자료를 찾는 중에 일본의 시니어문학 장르를 발견하고 웰리빙 자료로 사용하고 있다.

일본에는 '아라한'이라는 문학장르가 있다. 'around hundred'의 일본식 조어다. 100살 전후의 작가들이 쓴 책을 일컫는다. 우리나라보다 노령 인구가 일찍 시작된 만큼 시니어문학 장르도 먼저 시작 되었다.

2년 전 딸의 출산을 돕기위해 영국에 4개월 머무는 동안 나는 SNS를 통해 새로운 현상을 발견했다. 내가 그동안 무심했던 것일 뿐 새로운 현상이 아닐지 모르나 나로서는 새로운 발견이었다.

우리나라에 작가가 이렇게 많았나 하는 생각이 들 만큼 내가 모르는 작가들이 엄청나게 많았다. 그동안 살면서 바쁘다는 핑계로 독서를 등한시 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겠지만 새로운 작가들의 발견은 내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새로운 소설, 에세이를 찾아 읽었다. 평이한 소재이면서 작가 개개인의 경험이 녹아 있는 작품들은 몰입도가 높았다. 새로운 작가들은 sns를 통해 언어도 통하지 않는 낯선 영국에서 내가 마음을 붙였던 구세주들이었다.

주 사용자가 나이든 사람들이라 '경로당'이라 일컫는 페이스북에서 내 또래 작가들의 활동을 바라보면서 위로를 많이 받았다. 그 후 서울로 돌아가 새로운 작가들의 작품을 집중적으로 읽었다.

지금은 다시 3개월 예정으로 런던에 체류중이다. 그러다보니 또 자연스럽게 페이스북에 자주 접속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서인가 어떤시류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 보인다.

일본의 시니어문학 장르인 아라한 같은 장르가 형성되고 있었다. 전후 세대들이 시니어가 되면서 기존의 시니어에 대한 선입견이 옅어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일찌감치 인터넷을 통한 소통 경험이 많아서 이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요즘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들을 살펴보면 기존의 문단에서 젊은 시절 부터 베스트셀러 작가였던 조성기 작가는 <아버지의 광시곡>을 통해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아버지의 광시곡>은 개인사인 아버지와 아들의 갈등에서 시대적 아픔을 읽어 내었고 많은 독자들이 공감하고 있다. 

그다음 독문과 교수에서 소설가가 된 안삼환의 <바이마르에서 무슨 일이>와 언론학자 김민환의 <등대>도 관심을 끌고 있는 소설이다. 두 작가는 전공과 직업과 상관없이 개인적인 관심을 가지고 소설가가 되었고, 두 작가 다 80을 바라본다는 점  동학사상과 평등, 민주, 사랑을 위한 민중적 저항을 소재로 한다는 점에서 동시에 주목받고 있다.

그 다음 세대로 내려가보면 50, 60대 작가들의 맹활약을 볼 수 있다. 기존의 등단 시스템을 거치지 않고 바로 책을 내는 비율이 높아졌다. 등단을 통해 배출된 작가들도 후속작을 꾸준히 내지 않으면 도태 되듯이 그들의 작품들은 SNS를 통해 검증되고 자정 과정을 거쳤다. 물론 그것만으로 좋은 작품이라고 평가를 받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의 기준은 지킨 작품들이라는 뜻이다.

그 중 최근 들어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는 작가가 등장했다. 스스로 활자중독자라 일컬으며 고루하고 폐쇄적인 문단계와 상관없이 스스로 판단하여 좋은 작품이라 생각되면 많은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있는 김미옥 작가다.
 
 감으로 읽고 각으로 쓴다 - 활자중독자 김미옥의 읽기, 쓰기의 감각
ⓒ 파람북
 
그런 그가 작가의 세계에 등판한 것이다. <미오기전>과 <감으로 읽고 각으로 쓴다> 두 작품은 동시에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이런 현상은 지금 문화예술 전방위에 걸쳐 나타나고있다. 음악, 미술에 이어 문학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질서, 새로운 길을 만들어나가는 시니어계의 MZ라고 본다.

그 새로운 길은 더 넓고 길게 뻗어갈 것이다. 그러므로 이제는 그 시니어문학의 새로운 이름이 필요하다. 일본의 아라한처럼. 조성기 작가는 '노익장문학'이라 명명하였지만 그들의 주활동 무대가 'SNS의 경로당'이라 일컬어지는 페이스북이기 때문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 명칭은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10대, 20대, 30,40대들도 나이를 먹는다. 지금 적극적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50,60대 이상의 작가들은 고령화 시대의 첫 주자들로 가보지 않은 길을 개척해 나가는 중이다. 아주 현명하고 지혜롭게. 그에 걸맞은 문학 장르의 새 이름을 붙여주고 싶다. 아주 멋진 이름으로.

덧붙이는 글 | 멀리 떨어져있으니 객관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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