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감독 앞에서 두산 상대로…김경문 감독의 특별한 900승

배영은 2024. 6. 12.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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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문(65) 한화 이글스 감독과 이승엽(47) 두산 베어스 감독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야구 전승 금메달 신화의 주역이다. 김 감독이 국가대표 사령탑으로 선수단을 이끌었고, 이 감독이 준결승전과 결승전에서 결정적인 홈런을 터트렸다. 예선 7경기 내내 부진했던 이승엽을 끝까지 4번 타자로 밀어 붙인 김 감독의 뚝심과 믿음이 최고의 결실로 이어졌다.

김경문 한화 이글스 감독이 11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 통산 900승을 기록한 후 선수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 한화 이글스


그 후 16년 가까이 흐른 지난 11일, 베이징의 두 영웅은 서울 잠실구장 그라운드에서 KBO리그 감독으로 마주섰다. 지난 3일 한화 사령탑에 오른 김경문 감독은 이날 6년 여 만에 다시 잠실을 찾아 두산과의 첫 3연전을 시작했다.

이승엽 감독은 김 감독이 야구장에 도착하자마자 허리를 90도로 굽힌 채 한달음에 달려갔다. 김경문 감독도 한참 후배인 이 감독을 발견하고는 정중하게 고개부터 숙였다. 이 감독은 "김 감독님께는 늘 그저 감사한 마음뿐"이라며 "언제가 됐든 현역 사령탑으로 돌아오실 거라고 믿어왔다. 감독님을 보면서 많이 배우고 싶다"고 환영 인사를 전했다.

두산은 김 감독에게 의미가 깊은 구단이다. 선수 김경문은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 두산의 전신 OB에서 포수로 프로 생활을 시작했고, 통산 10시즌 중 9시즌을 두산 소속으로 뛰었다. 감독 김경문도 2004년부터 두산 지휘봉을 잡고 프로 사령탑 데뷔전을 치렀다. 이후 2011년 6월 지휘봉을 내려놓을 때까지 7시즌 반 동안 정규시즌 960경기를 지휘하고 512승을 쌓아 올렸다. 김 감독이 기록한 통산 승수의 57%가 두산 시절 나왔다. 김 감독은 "두산은 내게 잊지 못할 팀"이라며 "여전히 두산 구단과 팬들께 감사한 마음도 잊지 않고 있다"고 했다.

김경문 한화 이글스 감독이 11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 승리해 통산 900승을 채운 뒤 한화 팬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사진 한화 이글스


이날 한화가 6-1로 승리하면서 김경문 감독은 프로 감독 통산 900승 고지를 밟았다. 김응용(1554승)·김성근(1388승)·김인식(978승)·김재박(936승)·강병철(914승) 감독에 이은 역대 여섯 번 위업이다. 통산 성적은 1707경기 900승 31무 776패(승률 0.537). 두산에서 512승, NC에서 384승, 한화에서 4승을 해냈다.

김경문 감독은 올 시즌 안에 KBO리그 감독 통산 승수 4위로 올라설 것으로 보인다. 15승을 추가하면 강병철 감독, 37승 이상을 올리면 김재박 감독을 각각 추월한다. 한화와 3년 계약을 한 터라 재임 기간 안에 김응용·김성근 감독에 이어 역대 세 번째 통산 1000승 감독이 될 가능성도 크다.

김경문 한화 이글스 감독(오른쪽)이 1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과 만나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래도 김 감독은 "내 900승은 전혀 중요한 게 아니다"라며 손사래를 쳤다. 900승을 달성해서 기쁜 이유는 오직 "선수들이 부담을 벗어버렸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나도 내 900승을 신경 쓰지 않는데, 선수들이 괜히 의식하는 것 같더라. 그래서 빨리 1승을 채우길 바랐다"며 "지난 주말 (3연전을 1무 2패로 마친 뒤) 1승이 얼마나 귀한지 다시 한번 깨달았다"고 털어놨다.

김 감독은 그래서 더 "나보다는 우리 선수들이 더 칭찬 받아야 하고, 더 주목 받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감독 생활을 오래 하면 승리는 자연스럽게 쌓인다. 내 개인 기록은 지금 팀에 큰 의미가 없다. 한화가 5강에 더 가까워질 수 있도록 매 경기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며 "베테랑 선수들이 솔선수범해서 팀이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 코치진의 노력에도 박수를 보내고 싶다"고 승리의 공을 돌렸다.

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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