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권센터 "가해자 중대장 가혹행위 의료진에 축소 진술 의혹"

12일 군인권센터가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육군 12사단 훈련병 사망 사건 관련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군인권센터는 가해자로 지목된 중대장 A씨가 의료진에게 가혹행위 축소 진술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영근 기자

육군 12사단 훈련병 사망 사건과 관련해 중대장 A씨가 의료진에게 가혹 행위 당시 상황을 축소해 진술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12일 오전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가해자 중대장을 환자 후송 선탑자로 지정하고, 신교대 의무실 의무기록이 존재하지 않는 등 부대 측의 초동조치 문제점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임 소장은 “가혹 행위 가해자가 구급차 선탑자 역할을 수행하거나 환자 인솔을 맡을 경우 자기 방어 기제로 인해 사건 발생 전후의 상황을 사실대로 얘기하지 않거나 축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군인권센터가 유가족으로부터 확보한 의무기록에는 얼차려 등 가혹 행위에 관한 내용이 담기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사고 직후 B 훈련병이 이송된 속초의료원 기록에는 사건 전후에 관한 기록이 없었다. 이후 전원한 강릉아산병원 입원 기록에는 “부대 진술 상 4시 반경부터 야외 활동 50분가량 했다고 진술, 완전군장 중이었다고 함”이라고 적혀 있었다.

임 소장은 “경찰은 최초 사건 발생 당시 상황을 12사단 신교대 군의관, 간부, 속초의료원 의사 등에게 진술한 사람이 중대장이 맞는지, 맞다면 중대장이 완전군장 하에 50분 동안 달리기, 팔굽혀펴기, 구보 등 가혹한 얼차려를 강제했다는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진술했는지 면밀히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12일 군인권센터가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육군 12사단 훈련병 사망 사건 관련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군인권센터는 유가족으로부터 확보한 의무기록사본을 통해 직접 사인(다발성장기부전을 동반한 패혈성 쇼크)을 공개했다. 이영근 기자

B 훈련병이 쓰러진 뒤 최초로 방문한 신병교육대의 의무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11일 오후 유가족은 한 군 병원에 12사단 신병교육대 의무실 의무기록사본 발급을 신청했다. 하지만 해당 군 병원으로부터 B 훈련병에 관한 의무기록이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한다. 임 소장은 “각급 군 의료시설 의무기록은 전산 등록되기 때문에 이용한 시설에 관계 없이 전국 모든 군 병원에 방문해 발급받을 수 있다”며 “기록이 없다는 것은 군보건의료에 관한 법률 위반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군인권센터는 이날 B 훈련병 사인과 경위도 추가로 공개했다. B 훈련병 의무기록에 따르면 직접 사인은 다발성장기부전을 통한 패혈성 쇼크였다. 원인은 열사병으로 나타났다.

강릉아산병원 의무기록에 따르면, 신교대 의무실을 방문할 당시 B 훈련병은 기면(drowsy) 상태였고 열은 40도가 넘었다. 속초의료원 후송 중 잠시 의식을 찾은 B 훈련병은 본인 이름, 몸에서 불편한 점, 그리고 “죄송하다”는 말만 남겼다고 한다.

4일 오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열린 육군 12사단 훈련병 가혹행위 사망 사건 규탄 및 진상규명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눈물을 닦고 있다. 군인권센터와 아프지 말고 다치지 말고 무사귀환 부모연대는 12사단 사건 가해자를 엄단하고 진상규명에 착수할 것을 정부와 경찰에 촉구했다. 뉴스1

앞서 10일 강원경찰청 훈련병 사망사건 수사전담팀은 수사대상자인 A 중대장과 부중대장 C씨(중위)를 업무상 과실치사와 직권남용가혹 행위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출석을 요구했다. 사건 발생 18일 만이자 육군으로부터 의뢰받아 수사에 착수한 지 12일 만이다.

B 훈련병은 취침 시간에 떠들었다는 사유로 지난달 23일 강원 인제군 육군 12사단 신교대에서 군기훈련을 받다 쓰러졌다. 그는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지만 이틀만인 지난달 25일 숨졌다. 당시 완전군장을 하고 연병장을 도는 군기훈련을 받았다고 한다. 육군 관계자는 지난달 27일 훈련 상황과 관련해 “규정에 부합되지 않은 정황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이영근 기자 lee.youngke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