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 교동에서 찾은 평화의 의미

권미강 2024. 6. 12.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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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첫 주말이었다.

평소 친분이 있는 남계 박종순 선생의 쪽염 보조강사와 망향대 공연 진행을 맡아 강화군 교동도 대룡시장을 찾았다.

제비집 야외무대와 교동 면민회관에서  차례 공연을 가졌는데 남창가곡과 여창가곡의 차이가 무언지 제대로 알 수 있었다.

아울러 실향민들이 많은 교동에서 더욱 특별한 의미를 두고 북한땅이 보이는 망향대에서도 공연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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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강천리 그리움을 담은 공연 '나비야 청산가자' 참여 후기

[권미강 기자]

[기사 수정 : 13일 오전 8시 10분] 
 
▲ 강화도 교동 제비집앞 설치작품  인천무형문화재 제7-1호 남창가곡보존회가 주최하고 인천광역시가 후원한 '나비야 청산가자' 주무대인 교동 제비집 앞에 있는 설치작품이 생이별의 아픔을 치유하고 평화로 가야한다는 걸 보여주는 듯 했다.
ⓒ 권미강
   
6월 첫 주말이었다. 평소 친분이 있는 남계 박종순 선생의 쪽염 보조강사와 망향대 공연 진행을 맡아 강화군 교동도 대룡시장을 찾았다.

교동 제비집 야외무대와 면민회관, 망향대 등에서 하루 종일 열리는 행사는 인천무형문화재 남창가곡보존회가 주최한 '나비야 청산가자'였다. 처음 가본 교동은 참 친근했다. 어릴 적 오일장을 보듯 낯익은 풍경들이 유년의 추억을 일깨워주는 듯했다.

한국전통가곡인 남창가곡은 울림이 있고 강하며 깊은 소리가 특징으로 힘이 느껴지는 가곡이다. 남창가곡보존회는 전통문화와 그 가치를 보존하고 발전시키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이날 행사도 그런 의미를 담은 자리였다.
  
▲ 교동 망향대  실향민들의 그리움이 깃든 교동 망향대에서의 공연은 더욱 의미가 깊었다. 실향민 2세대인 (사)우리누리 평화운동 공동대표가 전하는 망향대의 의미가 더욱 가슴을 저리게 했다.
ⓒ 권미강
제비집 야외무대와 교동 면민회관에서  차례 공연을 가졌는데 남창가곡과 여창가곡의 차이가 무언지 제대로 알 수 있었다. 남창가곡은 남성의 힘이 느껴졌고 여창가곡은 청아하고 섬세한 여성의 맑은 소리였다. 시조를 가곡으로 부르는 시창이니 지금 시대로 본다면 시노래와 같다고 이해하면서 들었는데 의외로 귀에 쉽게 들어왔다. 다만 한문으로 된 시조다 보니 해석이 함께 한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날 행사에서 특별한 무대는 심승윤 군의 시조창 장단이었다. 심군은 지적중증발달장애인으로 가족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런 심군이 이날 동생인 심종유 군의 시조창에 맞춰 장단을 쳤는데 아주 의젓하게 해낸 것이다. 어떤 무대보다도 감동적인 무대였고 많은 박수를 받았다.
  
▲ 형제의 무대  형인 심승윤 장단에 맞춰 아우 심종유가 남창가곡을 부르고 있다. 형을 누구보다 아끼는 아우와 아우를 누구보다 따르는 형의 감동적인 무대였다.
ⓒ 권미강
 
이번 행사는 상대적으로 전통문화 경험이 취약한 다문화 가정과 강화 군민, 어르신들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찾아가는 공연형식으로 기획된 행사다. 아울러 실향민들이 많은 교동에서 더욱 특별한 의미를 두고 북한땅이 보이는 망향대에서도 공연을 가졌다.

전쟁으로 가족들이 생이별 했던 아픔을 위로하는 망향대에 오르니 강 너머 마을에 금방이라도 닿을 듯 가까웠다. 처음 갔음에도 눈으로 보고도 갈 수 없다는 게 기가 막혔는데 가족을 두고 온 실향민들 마음은 오죽하겠나 가슴이 시려왔다,

망향대에는 '강을 사이에 둔 것 같이 가까운 거리에 있으면서도 서로 왕래가 드물어 천 리나 떨어져 있는 것과 같이 멀리 느껴진다'는 의미의 '격강천리(隔江千里) 시가 적힌 배너가 걸려 있었는데 이범옥 시인이 실향의 아픔을 노래한 시다.
 
▲ 격강천리  실향민인 이범옥 시인이 쓴 시로 보고도 가지 못하는 실향민의 아픔을 노래했다.
ⓒ 권미강
 
'격강천리라더니 바라보고도 못 가는 고향일세 / 한강이 임진강과 예성강은 만나 바다로 흘러드는데 / 인간이 최고라더니 날짐승만도 못하구나 / 새들은 날아서 고향을 오고 가련만 내 눈에는 인간을 조롱하듯 보이누나 / 비 오듯 쏟아지는 포탄 속에 목숨을 부지하려 허둥지둥 나왔는데 / 부모형제 갈라져 반백년이 웬 말인가? / 함께 나온 고향 친구 뿔뿔이 흩어지고 / 백발이 되어 저세상 간 사람 많은데 / 남은 사람 고향발 디딜 날 그 언젠가!'

시를 읽고 나니 망향대가 모든 실향민들의 그리움으로 얼룩진 듯해서 공연 내내 먹먹했다. 그 마음을 분홍트럭 망향카페가 커피향으로 다독여주는 듯했다.

공연 뿐 아니라 제비집 앞마당에서 펼쳐진 쪽빛 염색체험과 천연염색 생활옷 전시도 펼쳐진 이날 행사는 실향의 아픔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듯 푸른 하늘과 나부끼는 쪽빛 옷들의 어울림 같은 평화를 간절히 절감할 수 있었던 자리였다.
    
▲ 천연염색 체험  천연염색 체험으로 쪽이 가지는 효능에 대해서도 널리 알렸다.
ⓒ 권미강
    
▲ 나부끼는 천연염색 쪽염스카프  천염염색 쪽염 체험과 쪽염 생활옷도 전시했다. 이날따라 유달리 하늘이 푸르렀다. 하늘색과 쪽염 스카프가 잘 어우러져 보기 좋았다.
ⓒ 권미강
 
이번 행사를 기획한 남계 박종순 선생은 "우리의 전통가곡으로 상처받고 아픈 마음을 치유하고 천연염색으로 건강한 옷을 널리 알리고 싶었다"고 의미를 전했다. 행사가 끝나고 하루를 반추해보니 그제서야 '나비야 청산가자'는 행사명의 뜻을 알 것 같았다.
한편 인천무형문화재 제7호 가곡이수자이자 천연염색가로 '남계아트 쪽드림'을 운영하고 있는 박종순 선생은 6월 12일부터 18일까지 인사동 마루아트센터 특별관에서 염색화 아트페어와 쪽빛패션전, 남계아트 쪽드림 생활옷전을 개최한다.
 
▲ 남계아트 쪽드림 생활옷전  6월 12일부터 18일까지 인사동 마루아트센터 특별관에서 열린다
ⓒ 박종순
▲ 염색화 아트페어, 쪽빛패션전  6월 12일 아티스트들이 함께 펼치는 아트페어와 쪽빛패션전도 함께 열린다.
ⓒ 박종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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