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美 경기침체 가능성 낮아…Fed, 9월·12월 두 차례 금리인하 예상"
데이비드 웨슬 허친스 재정·통화정책 센터 소장
美, 침체보다 연착륙 가능성 훨씬 높아
현 금리 제약적…인플레 내릴 때까지 동결 필요
고용시장은 점진적 냉각 국면
인플레 2% 도달 후 목표치 상향 논의 가능
연방정부 재정적자 지속 불가능
反이민 행정명령, 건설·식당·숙박 구인난 예상
편집자주 - 오는 11월 미국 대선이 5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글로벌 거시경제 불확실성과 지정학적 리스크가 지속되고 있다. 반도체, 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을 둘러싼 미·중 기술 패권 전쟁은 점차 고조되고, 미국은 '과잉생산' 중국산 수입품 관세를 인상해 2차 무역 전쟁을 예고했다. 전 세계 금융시장이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만 바라보고 있지만 미 경제가 호황을 지속하면서 연방준비제도(Fed)의 피벗(pivot·정책 전환) 시점 역시 여전히 불투명하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각국은 미·중 갈등과 미국의 산업·통상정책, 거시경제 환경 변화가 미칠 여파를 면밀히 주시하며 대응 방안을 찾고 있다. 이에 아시아경제는 미국 거시경제·통상·중국·반도체 4개 부문에 걸쳐 미 석학과 전문가, 전직 통상 관료를 인터뷰해 주요 현안을 점검하고 향후 전망,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인터뷰 시리즈를 기획했다. 인터뷰 기사는 크리스 밀러 미국 터프츠대 플레처스쿨 세계사 교수, 야솅 황 매사추세츠공대(MIT) 슬론경영대학원 국제경영학 교수, 데이비드 웨슬 브루킹스연구소 선임 연구원 겸 브루킹스 산하 허친스 재정·통화정책 센터 소장, 바버라 위젤 전 미국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 순서로 싣는다.
"미국의 경기 침체보다 연착륙 가능성이 훨씬 높습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오는 9월 기준금리 인하를 시작해 12월까지 연내 두 차례 인하에 나설 것으로 예상합니다".
데이비드 웨슬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 선임 연구원 겸 브루킹스 산하 허친스 재정·통화정책 센터(허친스 센터) 소장은 최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소비, 제조업 경기, 고용지표가 둔화하고 있지만 미국 경기 침체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이같이 말했다.
11일(현지시간) 세계은행(WB)은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을 종전 1.6%에서 2.5%로 올려잡았고, 미 호황에 힘입어 세계 경제성장률 예상치도 2.6%로 종전 대비 0.2%포인트 상향했다.
그는 "현재 5.25~5.5%인 기준금리 수준이 제약적"이라면서도 "경제가 좀 더 둔화하고 인플레이션 하락세가 지속될 때까지 Fed가 현 금리 수준을 당분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또 그는 Fed가 이날부터 이틀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5.25~5.5%로 7연속 동결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이 같은 고금리 장기화 기조가 경제에 부담을 줄 위험이 있지만, 인플레이션이 Fed 목표치인 2%를 향해 지속해서 둔화하고 있음을 확인할 때까지 금리를 내려서는 안 된다는 설명이다.
웨슬 소장은 최근 지표가 엇갈리는 미국 노동시장에 대해서는 "고용이 여전히 강력하지만, 점진적으로 냉각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4월 구인건수는 805만9000건으로 2021년 2월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반면 5월 비농업 신규 고용은 27만2000건 늘어 전망치(18만2000건)와 전월(17만5000건) 수치를 크게 상회하는 등 고용 지표가 냉탕과 열탕을 오가는 상황이다.
그는 미국 경제가 '나 홀로 호황'을 이어가는 배경과 관련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간 공격적인 재정·통화정책을 시행했고, 소비지출을 촉진하는 노동시장이 강력했다"며 달러 강세 등으로 "수출품 가격은 오르고, 수입품 가격은 오르지 않은 긍정적인 무역 충격도 강력한 경제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웨슬 소장은 미국 연방정부의 만성적인 재정적자 문제에는 "지속 불가능한 궤도에 있다"며 "연방정부 부채가 국내총생산(GDP)보다 빠르게 성장하는 상황이 영원히 지속될 순 없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웨슬 소장과의 일문일답.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월 대비 0.3%, 전년 대비 3.4% 상승해 3월(각각 0.4%·3.5%) 대비 하락했다. 최근 인플레이션 상황에 대한 평가는.
▲인플레이션 하락에 느린 진전이 있다고 생각한다. 공급 부족은 대부분 해소됐지만, 수요가 여전히 강력하다. 자동차 가격이 상승하면서 차 보험료가 오르고, 이로 인해 수리비·교체 비용이 더 커졌다. 또 CPI 구성 요소인 주택 비용도 인플레이션의 큰 원인 중 하나다. 주거비 하락 속도가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늦다. 인플레이션이 추가 둔화하려면 기업의 가격 인상을 어렵게 하는 수요가 냉각돼야 한다. 아울러 인플레이션 지속에 기여하는 노동시장 역시 여전히 타이트한 편이다.
-최근 미국 고용지표가 엇갈리고 있다. 미 노동시장은 여전히 과열인가, 아니면 냉각되고 있나.
▲미 노동시장은 냉각되고 있다. 5월 비농업 고용(27만2000건)은 시장 예상(18만2000건)보다 크게 늘어났지만, 4월 실업자 1명당 구인건수(1.24개)는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고용이 여전히 강세인 것은 분명하지만, 구인건수를 포함해 다양한 지표를 보면 점진적으로 냉각되고 있다고 판단한다. (4월 구인건수는 805만9000건으로 시장 전망(837만건), 전월(835만5000건) 수치를 크게 밑돌았다.)
-소비, 제조업 경기가 둔화되고 일부 고용지표 부진으로 경기 하강 우려가 제기된다. 미국 경제 연착륙이 가능한가, 아니면 침체 위험이 커지고 있나.
▲경기 침체 위험은 항상 존재하지만, 지금으로선 침체 가능성이 매우 낮아 보인다. 경제는 Fed가 바라던 대로 냉각되고 있다. 미국 경제 연착륙은 여전히 가능하며 당초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현재 연착륙 가능성은 더 높다. 인플레이션이 앞으로 완만한 하락세를 이어가고 Fed가 점진적으로 기준금리를 낮출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 5.25~5.5% 수준인 미국 기준금리는 제약적인가. Fed가 정책 우선순위를 인플레이션 하락에 둬야 하나, 아니면 금리 인하를 시작해야 하나.
▲현 금리 수준은 제약적이다. Fed는 경제가 좀 더 둔화하고 인플레이션 하락 추세가 지속될 때까지 지금 금리 수준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 Fed가 금리 인하를 위해 너무 오랜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 한가지 위험이지만 경기 침체 리스크가 매우 낮아 Fed는 인내심을 가질 수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금리 인하에 착수했다. Fed는 올해 몇 차례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나.
▲인플레이션 데이터가 뒷받침된다면 Fed가 9월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후 12월에 한 차례 더 금리를 내려 올해 두 차례 인하에 나설 것으로 전망한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 등은 Fed가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다.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생각한다.
-중립금리 상승으로 Fed가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현재 2%보다 더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Fed가 지금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올려서는 안 된다. 일단 인플레이션이 2%로 하락하고 한동안 그 수준으로 유지된 이후에 인플레이션 목표치 상향을 논의해야 한다.
-미국의 만성적인 재정적자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
▲미국 연방정부 예산은 지속 불가능한 궤도에 있다. 부채가 GDP보다 빠르게 증가하는 상황이 영원히 지속될 순 없다. 위기가 임박한 것은 아니지만 지금 미국의 정치 시스템이 세금, 사회 보장, 의료보험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반면 미국 가계와 기업의 부채 수준에는 큰 문제가 없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불법이민을 제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는데 이로 인한 미국 경제 영향은.
▲예상하지 못한 이민자 급증은 미국 고용의 꾸준한 (공급) 증가에 기여했다. 이민 증가가 노동시장과 인플레이션 과열을 진정시키는 데 어느 정도 기여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행정명령의 결과를 예상하기엔 이르지만, 이번 조치로 저숙련 근로자에게 크게 의존하는 건설, 식당, 숙박, 농업 등의 산업은 이민자 유입이 줄어들 경우 고용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장기적으로 이민, 특히 고숙련 근로자 이민 유입은 미국 경제에 이익이 된다.
데이비드 웨슬 소장은
데이비드 웨슬 소장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와 연방정부 예산, 미국 정치 분야 전문가다. 미 경제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에서 30년간 경제 에디터, 워싱턴 지국 부국장, 베를린 지국장 등으로 근무한 뒤 2013년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 연구소에 합류했다. 현재 브루킹스 연구소 선임 연구원 겸 브루킹스 산하 허친스 재정·통화정책 센터(허친스 센터) 소장을 맡고 있다. 미 노동통계국 데이터 사용자 자문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다트머스 경영대학원과 프린스턴대에서 강의했다. 하버드대와 컬럼비아대에서 수학했다.
뉴욕=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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