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韓中 밀월은 다시 올 수 있을까

최대열 2024. 6. 12.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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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0년간 한중 관계는 우리 5000년 역사에서도 가장 좋았던 시기로 꼽을 수 있습니다. 세계화 혜택을 받으면서 일종의 허니문 기간을 보냈죠. 지금은 도전기죠. 안팎으로 바뀐 여건을 반영해 새로운 협력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1992년 한국과의 수교, 2000년대 들어 세계무역기구(WTO) 체제로 들어선 후 중국 경제가 가파르게 성장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직간접적인 수혜를 입었고 그렇게 한층 가까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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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공급망 등 촘촘히 얽혀
새로운 전략적 협력방식 필요

"지난 30년간 한중 관계는 우리 5000년 역사에서도 가장 좋았던 시기로 꼽을 수 있습니다. 세계화 혜택을 받으면서 일종의 허니문 기간을 보냈죠. 지금은 도전기죠. 안팎으로 바뀐 여건을 반영해 새로운 협력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이현태 인천대 중어중국학과 교수는 통상업무나 대중 외교정책을 담당하는 관리를 만날 때마다 한중 간 경제 교류 중요성을 설파한다. 각 나라의 장점을 십분 활용해 긴밀히 손발을 맞춰 경제산업 분야 두루 교역을 늘리면서 과거 어느 때보다 우호적인 관계를 다졌던 기억이 아직 생생하기 때문이다. 1992년 한국과의 수교, 2000년대 들어 세계무역기구(WTO) 체제로 들어선 후 중국 경제가 가파르게 성장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직간접적인 수혜를 입었고 그렇게 한층 가까워졌다.

한 세대라 할 수 있는 30여년이 지난 현재, 상황은 녹록지 않다. 미국은 중국을 세계 무대로 끌어들인 걸 후회하지만 돌이킬 수 없다는 점을 잘 안다. 경제 안보를 이유로 드러내놓고 중국을 압박한다. 중국산을 배척하고 동맹국에 합류할 것을 종용한다. 우리와 중국은 산업 전반의 공급망을 비롯한 민간 차원의 교류가 핏줄처럼 촘촘히 얽힌 터라, 미국이 주도하는 ‘타도 중국’이 선뜻 내키지 않는다. 그럼에도 어쩌겠는가. 한국전쟁을 거치며 진짜 혈맹이 된 미국이 함께하자는데 거절할 명분은 물론, 힘도 부족하다.

한중 관계가 달라진 건 외부 여건이 바뀌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최종 완제품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각종 중간재, 즉 다양한 석유화학제품이나 디스플레이·기판 같은 부품을 만드는 중국의 기술력이 올라간 영향도 있다. 중간재도 자급자족이 가능한 수준이 된 것이다. 한국산 중간재를 수입해 자국 내에서 최종 완제품을 만들어 전 세계로 수출하는 전통적인 제조업 분업구조가 하나둘 깨졌다는 얘기다. 21세기 글로벌 분업구조를 명징하게 보여주는 아이폰이 중국 내에서 맥을 못 추는 건 이러한 시대 흐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스마트폰은 물론, 자동차도 자체 수급할 정도까지 올라왔다. 내로라하는 서구권의 완성차 메이커나 일본·한국 자동차 회사를 합작 형태로 자국에 끌어들이면서도 기술을 완전히 체득하진 못했는데, 전동화 전환이 빨라지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중국산 전기차가 경쟁 우위에 오른 것은 물론, 중국 배터리 생태계를 외면하고선 전기차를 만들기조차 어렵게 됐다. 전기차를 만들어 해외 각지에 수출하는 것을 넘어 이제는 중국 전기차 기업의 노하우나 가치사슬을 외국 완성차 회사가 갈구하는 상황까지 왔다.

이 교수가 앞으로의 한중 관계를 ‘도전기’라고 칭한 건 정점을 지나 꺾인 국면에서 다시 반등시켜야 할 필요성이 높기 때문이다. 미국에서조차 보호무역 기류가 득세하고 글로벌 통상질서가 형해화하고 있는 현실은 무역으로 먹고사는 우리에게는 어떤 식으로 해석해도 나쁜 신호다. 과거와 같은 협력모델로 돌아가는 게 불가능하다면 새로운 방식, 보다 전략적인 방식을 고민할 시점이라는 얘기다. 강대강 대치 국면에서 완충론 역할을 내세우는 것도 이 교수가 제안한 전략 가운데 하나다. 가령 미국이 주도하는 반도체 협의체 ‘칩4’에서 중국을 받아들일 만한 여유공간을 한국이 마련하겠다는 시그널을 두루 알리는 식이다. 미·중 간 패권경쟁에 휘둘리는 게 아니라 양쪽의 체면을 살려주는 중간자 역할을 자처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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