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이' 롯데 달라졌다... 2년 전 도루 꼴찌, 올해는 5위
'거북이' 롯데는 없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가 달라진 기동력을 선보이고 있다.
롯데는 2021년과 2022년 팀 도루 최하위였다. 이른바 '한 베이스 더 가는 야구'도 거의 하지 않았다. 2022년 주루 추가 평균득점(RAA·스탯티즈 기준)은 -7.55로 꼴찌였다. 그런 롯데가 달라지고 있다.
팀 도루는 지난해 6위(101개)까지 올라갔고, 올해는 5위(57개·11일 기준)다. RAA도 5위(1.14)다. 이제 남들만큼 달리는 야구를 한다는 뜻이다. 베이스 사이 거리가 짧아지면서 기동력의 중요성이 올라갔는데 롯데도 뒤처지지 않고 있다. 거포 이대호가 빠져나간 공백을 '발'로써 메웠다.
지난 5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은 그런 모습이 확연히 드러난 경기였다. 3회 초 2사 1·2루에서 내야안타가 나오자 2루 주자 윤동희는 거침 없이 3루를 돌아 홈까지 파고들었다. 5회 1사 2루에선 나성범이 느슨한 플레이를 하자 고승민이 3루 리터치 이후 득점까지 해냈다. '롯데가 당했던 플레이'를 이제는 롯데가 한다. 김태형 롯데 감독은 "아직 달라졌다고 하기엔 부족하다"고 했지만, 분명히 변했다.
역시 선봉장은 황성빈이다. 황성빈은 올 시즌 24개의 도루를 성공했다. 이미 지난해 팀내 최다 도루 기록(안권수·김민석·16개)을 뛰어넘었다. 눈에 띄는 건 실패 숫자다. 겨우 1개. 유일한 실패도 수비수가 베이스를 가렸던 상황에서 나왔다. 도루 순위는 4위고, 10위 이내 선수 중 가장 성공률(96%)이 높다. 사실 지난해엔 9개 성공, 5개 실패로 재미를 보지 못했다. 황성빈이 달라진 건 고영민·유재신 두 코치의 도움 덕분이다.
두산 베어스 시절 '육상부' 일원이었던 고영민 작전/주루코치는 "성빈이에게 '팀 내 주루 최고가 되라'고 격려를 했고, 이제는 두려움이 사라졌다. 예전엔 1, 2점 지고 있을 때도 압박을 받았지만, 이제는 동점 무사에서도 뛸 만큼 자신감이 많이 붙었다"고 했다.
롯데엔 손호영, 윤동희, 고승민, 김동혁, 장두성 등 발이 빠른 선수가 많다. 다만 좋은 주자가 되는 건 다른 문제다. 고영민 코치는 "지난해까지는 밖에서 보기에 롯데를 상대하기 쉽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선수들과 같은 방향성을 가져가려고 했다"고 했다.
주루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성공하면 팀 분위기가 올라가지만, 실패하면 가라앉는다. 고영민 코치도 선수들에게 부담감과 책임감을 모두 일깨웠다. 고 코치는 "구원투수들이 7, 8, 9회에 나와 점수를 주면 경기를 내주듯이 주루 미스 한 번이 패배에 직결된다는 마음을 가지게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신에 실패를 하더라도 코치의 책임이니 과감하게 뛸 수 있게 독려한다. 선수들이 정말 열심히 뛰고 있다"고 했다.
기동력 활용은 타격에도 도움이 된다. 황성빈 복귀 이후 타격감을 끌어올린 윤동희는 "황성빈 형이 주자로 나가면 아무래도 투수가 빠른 공을 많이 던지게 된다. 나는 직구 타이밍에 스윙하는 편이라 유리한 부분"이라고 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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