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est&Law]K-기업 옭아맨 '사법족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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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시대가 열리고 글로벌 기업 간 반도체 경쟁이 격화되면서 기업들의 '사법리스크'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특히 대만 TSMC가 37년간 단 한 번도 압수수색을 당하지 않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운드리에서 도전하는 삼성전자와 비교된다는 견해가 나온다.
대만 현지에서 만난 관계자들에 따르면 TSMC는 회사가 생기고 37년간 단 한 번도 현지 검찰의 압수수색을 당해본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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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장 일정 짤 때마다 재판 영향
TSMC는 37년간 압수수색 '0'
법조계 "오너 공백땐 기업 흔들
유연한 수사, 출석강요 자제해야"
인공지능(AI) 시대가 열리고 글로벌 기업 간 반도체 경쟁이 격화되면서 기업들의 ‘사법리스크’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특히 대만 TSMC가 37년간 단 한 번도 압수수색을 당하지 않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운드리에서 도전하는 삼성전자와 비교된다는 견해가 나온다.
12일 법조계와 재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달 말 떠난 미국 출장 일정을 좀 더 앞당겨 소화하는 방안을 검토했다고 한다. 회사가 반도체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하루빨리 움직여야 한다고 판단해서다.
하지만 보폭을 넓히기엔 여건이 좋지 않았다. 지난달 27일 서울고등법원에선 ‘부당 합병·회계 부정’ 혐의 사건의 첫 재판이 열릴 예정이었다. 공판준비기일이라는 점에서 이 회장이 출석해야 할 의무는 없었지만, 재판을 받고 있는 피고인이 재판을 앞두고 해외로 나가기엔 부담이 됐다. 다음날인 28일엔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을 만나는 일정도 있었다. 법원 일정을 고려하면서 출장 계획을 짜야 하는 이 회장의 현재 상황은 지금도 사실상 ‘사법리스크’를 완전히 벗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앞선 1심에서 모든 혐의를 무죄로 판단 받았음에도 7년간 이어지고 있는 사법리스크는 완전히 종지부를 찍지 못했다.
반면 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 TSMC는 삼성전자와 정반대다. 대만 현지에서 만난 관계자들에 따르면 TSMC는 회사가 생기고 37년간 단 한 번도 현지 검찰의 압수수색을 당해본 적이 없다. 모리스 창 TSMC 창업자도 수사 대상에 오른 적이 없다고 한다. 현지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TSMC가 지금까지의 경영과정이 모두 깨끗했다고 확신할 수 없지만, 반부패 수사에 있어서만큼은 엄격한 모습을 보인 대만 검찰이 수사를 하지 않았다는 건 TSMC가 회사 차원에서 범법행위는 피하면서 사법리스크를 방지해 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선 우리 검찰, 법원이 기업 관련 사건을 살피는 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살인 등 반인륜적인 범죄가 아니라면 기업을 이끄는 오너들의 특수한 입장을 고려해 수사와 재판을 받도록 하는 유연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많다. 오너가 구속될 경우 해당 기업의 현안들을 최종적으로 결정할 수장이 자리를 비우게 되면서 중요한 시기에 중요한 경영 판단을 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재계에선 이 판단 부재 하나로 기업의 운명이 크게 좌우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재판 역시 일정에 큰 지장이 없는 한, 기업 경영활동에 매진하면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출석은 강요되지 않았으면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 회장은 현재 미국 동부 뉴욕에서 서부 실리콘밸리까지 대륙을 가로지르며 30여 건의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CEO 등과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이 회장으로선 ‘부당 합병·회계 부정’ 혐의 사건 2심의 다음 공판준비기일이 다음 달 22일에 한 차례 더 열린다. 그 전에 미국에서 최대한 많은 유력 인사들을 만나고 돌아와야 하는 상황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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