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USA]이정규 "빅파마 관심커진 폐섬유증, 임상 '풀베팅'으로 기술수출"
"BBT-877, 2상 순항…시장 성장 기대"
"빅 파마들이 특발성폐섬유증(IPF) 쪽에 관심이 더 많아진 것 같다. BBT-877의 대규모 임상 2상으로 '풀베팅'을 했다. 임상에 집중해 이르면 연내 기술수출을 이루겠다."
2024 바이오국제박람회(바이오USA)가 열린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서 지난 4일(현지시간) 만난 이정규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대표는 "이번 박람회 기간 빅 파마 15여곳을 포함해 50개 정도 미팅을 가졌다"며 "BBT-877의 임상 2상이 순항하고 있는 만큼 높은 관심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BBT-877은 현재 브릿지바이오에서 가장 기대를 모으고 있는 후보물질이다. 회사 측은 아직 미충족 수요가 높은 IPF 치료제 분야에서 상당한 점유율을 차지할 수 있을 거란 기대다. IPF는 간질성 폐 질환의 일종으로 호흡곤란, 기침 등이 나타나고, 폐가 딱딱(섬유화)해질수록 증상도 심해져 만성적 호흡곤란, 저산소증을 겪게 된다. 아직 명확한 원인이 입증되지 않았고, 치료제 역시 추가적 폐 기능 감소를 늦출 뿐 근원적 치료제는 나오지 못하고 있다.
BBT-877은 미국과 한국 등에서 환자 총 120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 대표는 "오늘(4일) 기준 105번째 환자를 등록해 목표 인원 대비 87.5%로 순항하고 있다"며 "오는 8~9월까지 환자 등록을 마치고 내년 상반기 임상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현황을 전했다. 특히 "환자 모집이 빨리 되고 있다"며 "임상 참여 의사들이 BBT-877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임상 규모에 대해 그는 '풀베팅'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환자가 120명이면 매우 많은 편"이라며 "'간보기용'으로 보이는 다른 임상과 달리 환자를 많이 모집하다 보니 빅 파마에서도 다르게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도 상당한 기대를 걸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리서치앤드마켓은 IPF 치료제 시장이 2020년 31억달러에서 연평균 7% 성장해 2030년 61억달러(약 8조4180억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대표는 "현재 약물이 독해 중증~중등증 환자에만 쓰인다"며 "아직 폐활량이 충분한 초기 환자까지 약을 먹으면 시장이 최대 15조원 규모까지도 커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BBT-877은 난소암, 면역항암제 저항성 암 등 항암으로의 추가 적응증 확대도 검토하고 있다. 이 대표는 "BBT-877은 인체 내 지방(LPC)을 섬유화나 종양 형성을 유도하는 인지질인 LPA로 바꾸는 역할을 하는 오토택신의 활동을 저해한다"며 "관련 수용체 중 일부는 IPF에 관여하고, 일부는 암의 생성에 관여해 항암 적응증의 가능성도 보고 있다"고 말했다. IPF 치료제 영역에서는 BBT-877과는 또 다른 치료 기전을 가진 BBT-209와 BBT-301도 개발하고 있다. 이 대표는 "투자가 어느 정도 이뤄지면 두 약물 중 골라 바로 임상 2상에 들어갈 예정"이라며 "아직은 보수적 단계지만 병용투여를 통한 효능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브릿지바이오는 초기에는 '연구 없는 개발(NRDO)' 위주 모델을 추구했지만 최근 초기부터 물질을 발굴하는 '자체 개발' 기업으로 변모하고 있다. NRDO는 자체적인 물질 발굴보다는 전임상 또는 초기 임상 단계 물질을 도입한 후 진전시켜 다시 기술수출하는 사업 모델이다. BBT-877도 2017년 레고켐바이오로부터 전임상 단계 물질을 도입했다. 이 대표는 "2019년 상장 때부터 자체 개발 비중을 늘리겠다고 해왔다"며 "초반에는 물질을 도입했지만 사내에서 자연스럽게 자체 개발에 대한 필요성이 생기면서 발생한 자연스러운 진화"라고 말했다. 다음 달에는 260억 규모의 유상증자도 단행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서는 "BBT-877 등 주요 임상 과제를 진척하는 데 주로 쓰일 예정"이라며 "BBT-877의 도입부터 400억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한 만큼 기대를 많이 걸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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