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청춘]①걸으면서 용돈 번다…"나는야 예비 배달원"
'우리동네 딜리버리(우딜)' 통해 배달
스마트폰 사용법 배움에 '열정'
"선생님, 여기 가입은 어떻게 하나요?" "선생님, 나 좀 도와주세요. 이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네…"
지난달 찾은 서울 종로구의 서울시어르신취업지원센터. 강의실에 들어서자 스무명 남짓의 어르신들이 일제히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교육장 앞쪽 스크린에는 와이파이에 연결하는 방법과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하는 방법, 회원가입 과정 등이 자세히 설명됐다.
이날 센터에서는 '어르신 동행일자리' 사업에 참여하는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도보배달 직무 교육이 진행됐다. 이 사업은 만 65세 이상 어르신들에게 도보배달원 일자리를 제공해 수익을 낼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골자다. 사업에 참여하는 어르신들은 걸어서 배달하면서 용돈을 벌고 걷기 운동을 통해 건강을 챙길 수 있다. GS리테일과 서울시가 일자리 동행 업무협약을 맺고 사업을 추진 중이다.
GS리테일이 개발한 도보배달 중계 플랫폼인 '우리동네 딜리버리(우딜)'를 통해 배달원이 주문 콜을 수락한 뒤 도보로 이동해 고객에게 상품을 전달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배달원은 만 18세 이상이라면 남녀노소 누구나 지원할 수 있으며, 소정의 안전교육을 받은 뒤 곧바로 활동할 수 있다. 지역 기반의 친환경 도보 배달 서비스를 지향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도보 배달원용 앱 '열공' 어르신들…"운동도 되고 용돈벌이까지"
이날 진행된 직무교육에서는 도보배달 콜의 수락과 배달 물품의 픽업, 배달에 이르기까지의 배달 과정과 함께 도보배달원용 앱인 '우리동네 딜리버리'의 사용법, 배달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을 경우의 대응방법 등에 대한 안내가 진행됐다. 지난 4월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뒤 참여를 희망하는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교육이 주기적으로 열린다. 이날 진행됐던 5월 교육에 참석한 어르신들의 평균 연령은 68.3세였다.
교육에 참가한 어르신들은 높은 열의를 보였다.이날 교육은 배달원용 앱 사용 방법이었다. 어르신들은 교육 시작 20여분 전에 일찌감치 강의실 자리를 채웠다. 강사의 안내에 따라 앱을 설치하면서 몇몇 어르신들은 손을 번쩍 들어 설치 및 회원가입 과정을 질문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취재를 위해 현장에 있던 기자도 어르신들에게 앱 설치와 와이파이 연결 방법 등 기본적인 스마트폰 사용법을 안내할 정도였다.
교육은 철저히 어르신들을 위한 '눈높이 강의'로 진행됐다. 어르신들에게 스마트폰 사용법을 전문적으로 교육하는 박성래 강사가 앱 사용 방법을 단계별로 안내했다. 교육을 맡은 박 강사는 글로벌 IT 기업인 가트너 그룹에서 한국지사장으로 근무했던 경력을 갖췄다. 현업에서 은퇴한 뒤 동작50플러스센터에서 주로 장년층을 상대로 스마트폰과 인터넷 등의 활용법을 가르치고 있다.
그는 배달앱에서 쓰이는 용어나 배달 과정에서 나타나는 새로운 용어를 어르신들이 이해하기 쉽게 풀어서 설명했고, 배달 과정에서의 주의사항도 핵심 내용 위주로 쉽게 설명했다. 박 강사를 비롯한 강사진들은 교육생 모두가 진도에 맞춰 잘 따라오고 있는지를 일일이 확인한 후에야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
박 강사는 "(어르신들은) 일반적으로 디지털 기기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데, 심리적으로 두려움을 이겨내는 게 가장 중요하다"면서 "디지털 기기에 대한 거부감을 극복하고 편하게 사용하실 수 있도록 교육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어르신들이 스마트폰 활용법을 잘 모르더라도 그것이 열등감으로 이어지거나 학습을 그만두겠다는 마음이 들지 않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어르신들은 1교시 교육이 끝난 뒤 쉬는 시간에도 대부분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강의 시간에 배웠던 내용을 직접 실습하기 위해서다. 옆자리에 앉은 어르신들끼리 서로 알려주면서 복습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이날 교육 현장에서 만난 황일균씨(74)는 "집에서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움직이면서 운동도 하고 용돈벌이도 될 것 같아 (도보배달 사업을) 신청했다"면서 "내가 일하고 싶은 시간에만 일할 수도 있다고 해서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교육 후 곧바로 도보배달 시작 가능…손목닥터 9988 특별 포인트도
이날 교육을 들은 어르신들은 우리동네 딜리버리를 통해 곧바로 배달 업무를 시작할 수 있다. 시간과 장소의 제약은 없다. 우리동네 딜리버리 앱을 켜고 배달주문을 수락할 수 있는 상태로 만들면 업무를 시작할 수 있다. 근처 매장의 도보배달 주문을 받는 방식인데, 도보배달인 만큼 이동거리가 짧으면서도 배달물품의 무게가 가벼운 제품 위주로 주문받을 수 있다. 현재는 GS25와 GS더프레시, 올리브영, 버거킹 등 브랜드 매장의 도보배달 주문을 받을 수 있다. 배달료는 물품이나 거리에 따라 다르게 책정되지만, 평균 3000원 선이다.
이날 교육을 수료한 어르신들에게는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헬스케어 사업인 '손목닥터 9988'의 특별포인트 1000포인트와 배달에 활용할 수 있는 배달용 보랭백이 지급됐다.
이명환 기자 lifehw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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