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美 마트∙SNS 점령한 한국 라면…亞 음식, 이젠 문화현상"

미국 월마트 매장에 진열된 농심의 라면. 사진 농심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신라면 등 한국 식료품을 파는 H마트 등 아시아계 식료품점에 주목하며 "이젠 과거와 같은 틈새시장이 아니라 문화 현상이 됐다"고 보도했다. 또 미국을 점령한 대표적 아시아 음식으로 "검정색과 빨간색으로 디자인된 신라면"을 꼽으면서 "미국 대학 기숙사, 월마트, SNS 틱톡 등 어디서나 마주치는 음식"이라고 소개했다.

NYT는 11일(현지시간) '그곳을 더 이상 '지역 식료품점'이라고 부르지 말라'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미국 주류 사회로 침투한 아시아 식료품점을 소개했다.

H마트는 1982년 뉴욕시 퀸스 우드사이드의 한인 슈퍼마켓에서 출발했다. 40여년 새 미국에 90개의 점포를 둔 대형 식료품 체인으로 성장했다. H마트의 기업가치는 20억 달러(약 2조7000억원)에 이른다. 지난달엔 샌프란시스코의 쇼핑센터를 3700만 달러(약 510억원)에 통째로 사들였다.

H마트 홈페이지. 김밥과 떡볶이가 일러스트로 그려져 있다. 컵라면과 어묵 등도 판매하며 설명은 영문으로 돼있다. 사진 인터넷 캡처

시카고에서 탄생한 인도 식료품점 '파텔 브라더스', 캘리포니아를 중심으로 성장한 중국 식료품점 '99랜치마켓'도 대형 유통 체인으로 거듭났다.

파텔브라더스는 미 20개 주에 52개 점포를 두고 있다. 2년 내 6개 점포를 추가로 열 예정이다. 99랜치 역시 11개 주에 62개 점포를 둔 상태다. 아시아 식품 전문 온라인 쇼핑몰인 '위'(Weee!)는 기업 가치가 41억달러(5조6000억원)에 달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1970~1980년대에는 고향의 음식을 팔며 미국 이주민 사회의 구심점 역할을 했지만 지금은 비 아시아계 미국인들도 아시아계 음식에 빠져들고 있다.

H 마트의 브라이언 권 사장은 "이제는 고객의 30%가 비 아시아계 미국인이다. 이들을 위해 시식 코너를 늘리고, 영어로도 안내문을 비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컨설팅 업체 맥킨지에서는 아시아계 슈퍼마켓이 미국 내 식품 유통업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여전히 1% 미만이지만 실제 영향력은 더 크다고 보았다. 아시아 유통 체인에서 인기를 얻는 상품은 월마트 등 대형 마트에서도 주목하며 진열대에 올려놓기 때문이다. 브라이언 권 사장은 "인기 품목을 살피기 위해 대형 마트 직원들이 우리 매장에 드나드는 걸 자주 본다"고 말했다.

농심 아메리카의 케빈 장 마케팅 디렉터는 "아시아계 식료품점이 없으면 미국 주류 유통시장에 진출하기가 매우 어렵다"라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서카나에 따르면 미국 내 슈퍼마켓에서 '아시아/전통음식' 코너 매출은 지난해 4월부터 올해 4월까지 1년간 약 4배 수준으로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해준 기자 lee.hayjun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