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개정 해법]②'주주' 명시하되 '경영판단 원칙'도 조문화

황윤주 2024. 6. 12.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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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 명시
회사와 주주의 이익 충돌 가능성
이사회의 충실의무 대상 문제 잔존
'경영판단 원칙'을 조문화해 배임 가능성 ↓
국회를 중심으로 상법 개정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정부도 이에 동참해 상법 개정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최근 몇 년 사이 국내 자본시장에서 불거진 쟁점은 대주주와 소액주주의 이해관계 충돌이다. LG에너지솔루션 물적분할 상장, 현대백화점 인적 분할(지주사 전환) 부결 등이 대표적이다. 공통점은 회사(또는 대주주)와 소액주주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상황에서 이사회가 회사의 이익을 우선하는 경영 판단을 내렸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행동주의 펀드를 중심으로 '상법 제382조의3(이사의 충실의무)' 개정이 큰 지지를 받는다.

정부와 금융투자 업계가 상법 개정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개인투자자가 많이 증가하면서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해 상법 개정이 필수 불가결한 문제라고 판단한 것이다. 문제는 이사의 충실의무를 위반했을 경우 배임죄 적용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정부는 회사법의 상위법인 신탁법에서 명시한 면책조건(경영 판단 원칙)을 상법 개정에 추가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 포함된다면 명시하는 것도 가능

현재 상법학계는 상법 개정 반대 근거로 "이사의 충실의무에 회사와 함께 주주도 포함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법 개정은 불필요하다는 논리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학계의 주장대로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도 포함된다면, 이를 법조문으로 명시하는 것이 문제 될 이유가 없다"며 "상법 개정 반대 근거가 모순적"이라고 지적했다. 상법 개정의 명분도 충분하고, 대주주-소액주주 이해충돌 사례가 많아진 환경을 고려하면 상법 개정을 미룰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특히 상법(제382조의3)에 '주주'를 명시하는 것은 단순히 선언적 의미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이사회가 주주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도록 충분한 판단과 절차적 과정을 거치도록 유도하는 법적 장치라고 설명한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최근 일론 머스크의 성과급 관련 미국 델라웨어 법원의 판결이 대표적이다. 소송은 테슬라 주주로부터 시작됐다. 앞서 테슬라 이사회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에게 560억달러(약 77조원)의 스톡옵션을 결정했다. 이에 개인 주주가 이사회를 상대로 성과급 지급을 승인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정보를 주주들에게 공개하지 않았다며 2022년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이사회의 결정이 부적절하고, 보상안도 과도하다고 판결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눈여겨볼 지점은 법원이 이사회에 대해 머스크로부터 독립적이지 않다고 지적한 것"이라며 "이는 이사회가 법적 절차를 준수했더라도 실질적으로 주주의 이익을 고려하지 않았다면 이사회 결정에 문제가 있다고 해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사의 충실의무에 '주주'를 명시하면 이사들이 의사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회사(대주주)와 주주의 이해관계가 충돌할 경우 주주의 손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검토할 것이란 설명이다.

배임죄 적용 배제 조항 신설해야

다만 정부는 이사의 충실의무 개정과 관련해 배임죄 면책논의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회에 발의된 상법 개정안과 가장 큰 차이다. 금융투자 업계와 금감원은 상법 제382조의3 조문을 변경하고, 경영 판단의 원칙의 권한을 확대하는 내용을 조문에 추가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정부 관계자는 "이사의 충실의무(제382조의3) 조항에 '주주'를 포함하고, 대신 배임죄를 삭제하는 것이 타당하다"면서도 "현실적으로 배임죄를 삭제할 수 없으므로 배임죄 배제 근거를 폭넓게 인정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

상법 전문가는 "판례에서 형사상 배임죄의 고의성 인정 여부를 '경영 판단 원칙'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상법에 경영 판단 원칙을 준수하면 배임죄 성립을 배제하는 조항을 새로 추가하면 재계도 납득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 전문가는 "그런데도 재계가 개정 방향에 동의할 수 없다면 상법상 특별배임 규정을 개정하는 방식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경영 판단 원칙'을 배임죄 면책으로 강조하는 이유가 있다. 회사법상 '신인 의무'에 기인한다. 신인 의무란 '타인 재산에 대한 관리·운용을 위탁받은 수임인이 위탁자 또는 수익자의 최대이익을 위해 합리적이고 사려 깊게 행동해야 할 의무'를 말한다. 쉽게 말하면 위탁자(회사·주주)의 최대이익을 위해 합리적이고 신중하게 행동할 의무이다.

신인 의무는 크게 '선관주의의무'와 '충실의무'로 구성된다. 이사가 충실의무를 다하는 과정에서 회사에 손해가 발생할 경우 '경영 판단 원칙'을 준수했다면 책임을 피할 수 있다. 자본시장연구원 관계자는 "이러한 면책 근거를 상법 개정에 구체적으로 명시하면 경영 판단 원칙의 해석을 확대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다"며 "이를 통해 이사의 형사처벌(배임죄) 가능성을 낮추고,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를 강화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편집자주 - 지난해 행동주의펀드가 운을 띄웠던 상법 제382조의3(이사의 충실의무) 개정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사회의 결정으로 인해 소액주주들이 피해를 보는 사례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상법 개정 목소리가 커졌다. 이사가 직무를 수행할 때 '회사'를 위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법조문을 '회사와 주주'로 개정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법조계와 학계는 상법 개정의 핵심은 '본인(주인)-대리인 문제' 이론으로 귀결된다고 말한다. 상법 개정에 앞서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인 주인이 누구이냐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는 의미다. 상법이 개정되더라도 회사의 이익과 주주의 이익이 충돌하는 사례가 지속해서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경제는 '이사의 충실의무'와 관련된 첫 법정 다툼이었던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사건을 통해 찬반 배경을 살펴보고, 현재 상법 개정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각을 다룬다. 이를 통해 우리 자본시장을 위한 상법 개정의 방향은 무엇인지 생각해보고자 한다.

황윤주 기자 h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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