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게 한 만큼 갚아주겠다" 문자…'보복협박' 맞나, 대법 판단은
" 제게 한 만큼 갚아 드리겠습니다 "
충남 소재 대학교에 재직하는 교수 A씨는 2021년 10월 같은 대학 선배 교수 B씨에게 이런 내용을 담은 문자를 보냈다. 이는 보복성 협박에 해당할까, 아닐까.
두 사람 사이는 원래 원만했다. A씨는 당초 2008년 B씨 소개를 통해 같은 대학의 강사 자리를 거쳐 교수직에 부임할 수 있었다. 사이가 틀어진 건 금전 문제 때문이었다. A씨는 2016년 B씨 등 동료 교수 8명에게 개발업자 C씨를 소개하며 충남 금산군 소재 토지 공동 분양을 제안했다. 이 토지를 교수진이 공동 분양만 받아주면, 자체적으로 개발·매각을 진행해 장차 얻게 될 수익은 나눠 갖자는 게 C씨가 내민 사업계획이었다. 교수진 일동은 C씨 앞으로 토지 분양대금으로 총 2억 4705만원을 입금했다. 하지만 2019년까지 토지 개발은 진행되지 않았다. B씨 등은 ‘분양대금을 편취당했다’며 C씨를 고소했고, 여기에 더해 “A씨도 편취액의 상당 부분인 1억 3000만원을 취득하였다”며 A씨 엄벌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수사기관에 제출했다.
검찰은 2021년 9월 A씨와 C씨를 상대로 “애초부터 개발행위허가를 받을 수 없었음에도, 공모하여 피해자 등을 기망하고 2억 4705만 원을 받아 편취하였다”는 공소를 제기했다. 결과적으로 A씨와 C씨는 이 사기 혐의에 관해선 지난 3월 최종 무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또 다른 문제로 불거진 것은 A씨가 B씨 명의의 탄원서를 열람한 뒤 사적으로 보낸 문자 내용이었다.
A씨는 2021년 10월 B씨에게 문자를 통해 “인간관계를 잘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저도 인간관계를 정리하려고 한다”고 통지했다. 또 “학교를 떠나게 되실 수도 있다”며 “제게 한 만큼 갚아 드리겠다”고 했다.
실제로 이틀 뒤 해당 대학교 교원인사과 과장에게 B씨를 겨냥한 사학비리 의혹 제보가 들어왔다. 제보자는 개발업자 C씨였다.
이런 일로 A씨는 2022년 4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보복 협박) 위반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그러나 정작 수사과정에서 C씨 제보에 A씨가 관여했다는 사실은 드러나지 않았다.
재판의 쟁점은 A씨가 문자 메시지를 통해 협박죄 요건인 ‘구체적 해악’을 고지했는지였다. 1심은 무죄로 판단했다. 그러나 2심은 “구체적인 해악을 고지했고 고지한 해악은 일반적으로 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내용”이라는 이유로 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무죄 취지로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는 지난달 17일 “이 사건 문자메시지의 내용만으로는 피고인이 구체적으로 피해자의 어떠한 법익에 어떠한 해악을 가하겠다는 것인지 알기 어렵다“며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문자 메시지 내용의 추상성에다가 피고인이 (후배 교수로서 선배 교수인) 피해자의 학교법인 내 지위 등에 불이익을 줄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면 피해자에게 불이익한 조치가 이루어지도록 하겠다는 피고인의 뜻이 암시되었다고 쉽게 단정할 수 없다”며 “A씨가 B씨에게 문자메시지를 전송한 행위를 협박죄에서의 ‘협박’에 해당한다고 평가하기 어렵고, A씨에게 ‘협박의 고의’나 ‘보복의 목적’이 있었다는 점 또한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윤지원 기자 yoon.jiw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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