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임성근 조사하길"…국방부 재조사 때 '직권남용 정황' 이첩
고(故) 채수근 상병 사망 사건에 대한 재조사를 맡았던 국방부 조사본부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의 직권남용 혐의 정황을 검토해 관련 내용을 경찰에 이첩한 것으로 11일 파악됐다. 당초 조사본부가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를 뒤집고 임 전 1사단장을 과실치사 혐의자에서 제외한 재조사 결과를 경찰에 이첩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별도 혐의를 적용했다는 건 새롭게 알려진 사실이다.
관련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등에 따르면 지난해 8월 9일 채 상병 사건에 대한 재조사를 맡게 된 국방부 조사본부는 임 전 사단장에 대한 직권남용죄 적용 필요성을 검토했다. 당초 조사본부는 채 상병 사망과 관련 임 전 사단장에게 과실치사 혐의가 적용될 개연성이 있다는 잠정 결론을 내렸다. 이에 대해 국방부 법무관리관실에선 “구체적으로 혐의가 인정되는 대대장 2명만 혐의자로 특정해 경찰에 이첩하라”는 의견을 제시하며 혐의 적용 대상에 이견을 보였다.
결국 조사본부는 임 전 사단장을 과실치사 혐의자에서 제외하면서도 임 전 사단장에 대한 경찰 수사를 촉구할 우회로로 직권남용죄를 택한 셈이다. 조사본부는 이같은 결론을 사건 인계서에 담아 지난해 8월 24일 경북경찰청에 재이첩했다.
재조사 과정서 '직권남용 혐의' 정황 검토
실제 합동참모본부·2작전사령부는 지난해 7월 17일 실종자 수색 작전의 통제권을 육군 50사단장에게 넘겼다. 하지만 임 전 사단장은 통제권 이양 이후에도 해병대원들에게 ‘호우피해 복구작전 투입’을 지시했고, 직접 수색현장을 찾아 작전 지도에 나서거나 화상회의를 주재하기도 했다.
국방부 조사본부는 특히 임 전 사단장이 수색 현장에 투입된 해병대원들에게 ‘4인 1개조 바둑판식 수색’ 등 구체적 수색방법을 지시한 것을 직권남용의 핵심 정황으로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 상병은 통제권이 이양된 이틀 뒤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고 그날 오후 11시 8분에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해병 1사단장 수사해주길 바라는 마음"
이와 관련 공수처는 국방부 조사본부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를 통해 “윗선의 개입으로 1사단장을 과실치사 혐의자로 명시하진 못하지만, 어떤 형태로든 경찰이 1사단장을 수사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직권남용 범죄 혐의점을 이첩 서류에 자세히 담았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고 한다.
'임성근 과실치사 혐의' 1주일 만에 빠졌다
실제 국방부 조사본부가 채 상병 사망 사건을 재검토한 뒤 작성한 13페이지 분량의 1차 보고서에는 임 전 사단장이 과실치사 혐의자로 명시돼 있다. 앞서 관련 사건을 최초로 조사한 해병대수사단과 같은 결론이었다. 하지만 일주일 뒤 나온 국방부 조사본부의 최종 결과 보고서는 임 전 사단장 등을 혐의자에서 제외하고 대대장 2명에게만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하는 내용으로 바뀌었다.
경북경찰청은 국방부 조사본부의 사건 인계서를 바탕으로 10개월째 채 상병 사망과 관련한 지휘관들의 범죄 혐의를 수사 중이다. 경찰이 국방부 조사본부의 재조사 결과대로 임 전 사단장에게 직권남용 혐의점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관련 사건을 공수처에 넘길 것으로 보인다. 준장 이상 장군의 직권남용 혐의는 공수처가 수사 권한을 갖고 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양수민 기자 yang.su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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