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尹 향한 화해 제스처인가…연일 '헌법 84조' 띄운 속내

김효성, 김하나 2024. 6. 1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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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왼쪽)이 1차 윤한갈등 직후인 1월 29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민의힘 지도부와의 오찬에서 한동훈 비대위원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스1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1심 유죄 판결을 계기로 연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직격하고 있다. 여권에선 한 전 위원장이 이 과정에서 ‘헌법 84조’를 언급한 게 전략적 포석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 전 위원장은 지난 7일 이 대표의 측근인 이 전 부지사가 불법 대북송금 혐의로 징역 9년 6개월의 중형을 선고받자 다음 날인 8일 “(헌법 84조는 민주당이) 재판을 지연시켜 형사 피고인을 대통령 만들려는 상황에서는 국가적 이슈가 될 것”이라며 운을 띄웠다. 헌법 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訴追)를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직 중에 저지른 범죄에 대해선 해석이 명확하지만, 재직 전에 수사나 재판이 시작된 범죄에 대해선 헌법학계에서도 해석이 갈리는 상황이다.


한 전 위원장은 9일엔 “형사 피고인이 대통령이 된 다음에 집행유예만 확정되어도 대통령직을 상실해 재선거를 해야 한다”고 좀 더 명확히 썼고, 10일엔 “공범들이 관련 재판들에서 줄줄이 무거운 실형으로 유죄 판결받고 있으니 자기도 무죄 못 받을 거 잘 알 것이다. 그러니 대통령 당선을 감옥 가지 않을 유일한 탈출구로 여기는 것”이라고 적었다.

2023년 9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이재명 체포동의안에 대한 체포동의요청 이유설명을 하고 있다. 뉴스1


살라미 방식으로 공세 수위를 높이며 ‘피고인 이재명’이 불러올 사법 리스크를 부각시킨 한 전 위원장의 행보에 대해 여권에선 크게 두 갈래의 분석을 내놓고 있다. 먼저, 잠재적 대권 경쟁자이기도 한 이 대표를 향한 견제다. 여권 인사에 따르면 한 전 위원장은 법무부 장관이던 지난해 사석에서 “이 대표는 트럼프(전 미국 대통령)와 비슷한 상황에 놓인 것 아니냐”며 “(각종 재판을 받고 있는) 트럼프는 미국 법체계상 당선돼 대통령직을 유지할 수도 있지만, 이 대표는 우리 법체계상 빠져나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고 한다.

또 하나는 “윤석열 대통령의 오랜 측근으로서 윤 대통령을 보호하는 논리 구조를 짰다”는 분석이다. 익명을 원한 친한계 인사는 “헌법 84조가 현직 대통령이 사법권의 방해를 받지 않고 국정운영을 수행할 권리를 보장하는 조항이라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며 “그렇게 보면 현재 윤 대통령을 향한 민주당의 탄핵소추 추진이나, 임기 단축 개헌은 모두 명분이 없는 일”이라고 했다. 이 인사는 그러면서 “정치적 목적만으로 민주당이 윤 대통령 탄핵을 운운하는 건 이 조항과 정면배치된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민주당이 윤 대통령을 공격할 때는 마치 헌법 84조를 인정하지 않는 듯한 태도를 취하고, 이재명 대표가 공격받을 땐 헌법 84조로 방어하는 모양새가 된다면 그 자체로 내로남불”이라며 “법률가인 한 전 위원장이 이런 틈을 파고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을 의식해서인지 이 대표와 민주당 지도부는 현재 벌어지는 헌법 84조 논쟁과 관련해 어떠한 공식 입장도 내지 않고 있다.

2020년 2월 윤석열 검찰총장(오른쪽 첫째)이 부산고검을 찾아 한동훈 부산고검 차장검사(왼쪽 첫째)와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따라 한 위원장의 헌법 84조 논쟁이 결과적으로 윤 대통령을 향한 일종의 ‘화해 제스처’라는 분석도 있다. 특히 7월 25일로 예정된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당권에 도전하기 위해선 한 전 위원장이 윤 대통령과의 벌어지는 거리를 좁히는 게 필수라는 의견이 여권의 중론이다.

일각에선 “윤 대통령 또한 한 전 위원장과의 관계 개선을 원할 것”이란 말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한 전 위원장과 언제든지 식사도 하고 만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친윤계 핵심 의원은 “오랜 인연을 가진 윤 대통령과 한 전 위원장이 지금 같은 갈등 상황에 놓인 게 오히려 어색한 일”이라고 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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