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재명 대표는 집권해도 이렇게 일방통행만 할 건가
2024. 6. 12.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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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절충안에 최소한 논의도 없이 즉석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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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그제 국회 상임위원회 11곳의 위원장 선출안을 단독으로 강행 처리하자 국민의힘은 모든 국회 의사 일정을 ‘보이콧’하기로 했다. 갈등과 반목이 일상인 국회라고 하지만 우리 국민들이 이런 모습을 보며 과연 국회와 국회의원을 존경하고 예우해 줘야 하는지조차 의문이 든다. 국민의힘은 10일 밤 협상에서 운영위, 법사위, 과방위의 3개 핵심 상임위 중 법사위만 양보하면 나머지 10개 상임위는 모두 민주당에 넘기겠다는 절충안을 제시했다고 한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를 다음 날 의원총회나 최고위원회에 넘겨 찬반 토론하고 검토하는 최소한의 절차도 거치지 않고 그 자리에서 거부했다. 협상의 의지가 티끌만큼도 없다는 얘기다.
“몽골 기병처럼 속도전”…정치를 전쟁 치르듯 하나
더불어민주당이 그제 국회 상임위원회 11곳의 위원장 선출안을 단독으로 강행 처리하자 국민의힘은 모든 국회 의사 일정을 ‘보이콧’하기로 했다. 갈등과 반목이 일상인 국회라고 하지만 우리 국민들이 이런 모습을 보며 과연 국회와 국회의원을 존경하고 예우해 줘야 하는지조차 의문이 든다. 국민의힘은 10일 밤 협상에서 운영위, 법사위, 과방위의 3개 핵심 상임위 중 법사위만 양보하면 나머지 10개 상임위는 모두 민주당에 넘기겠다는 절충안을 제시했다고 한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를 다음 날 의원총회나 최고위원회에 넘겨 찬반 토론하고 검토하는 최소한의 절차도 거치지 않고 그 자리에서 거부했다. 협상의 의지가 티끌만큼도 없다는 얘기다.
민주당은 “언제까지나 기다릴 순 없다”고 말한다. 관행이 민의보다 앞설 수 없다는 주장도 한다. 하지만 국회의장은 제1당이 맡고 이를 견제하기 위해 법사위는 제2당이 맡는 건 2004년 17대 국회부터 이어져 온 여야의 암묵지이자 협치의 방안이었다. 관행이 된 건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제1당이지만 민주당이 설령 제2당이 된다면 그때도 지금과 같은 주장을 펼 것인가. 또 민주당에 175석, 국민의힘에 108석을 준 게 지난 총선의 민의이기도 하지만, 또 하나의 민의는 두 정당 간 그다지 크지 않은 전국 득표율 차이(5.4%포인트)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모든 민의를 자기 편으로 왜곡한다. 이재명 대표는 집권해도 이런 식으로 일방통행만 할 것인가.
국회 운영을 이렇게 하다 보니 민주당 인사들의 모든 사고 회로도 비정상으로 흘러간다. 박찬대 원내대표가 그제 SNS에 이화영 전 경기도 부지사에게 유죄를 선고한 재판부를 비난하면서 “심판(판사)도 선출해야 한다”고 주장한 게 대표적이다. 검사에 이어 판사에게까지 좌표찍기를 하겠다는 건데, 원내대표·국회의장에 이어 이제 판사까지 민주당 지지자들이 뽑겠다는 건가. 정치와 국정 시스템의 기본도 모르는 망발이다. 그런데도 당내에선 이를 비판하거나 자성하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당 지도부는 ‘비명횡사, 친명횡재’로 불렸던 공천 덕분이라며 쾌재를 부르고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국민들 마음속엔 지금의 한심한 모습들이 하나하나 차곡차곡 각인되고 있다는 사실을 성찰해야 한다.
이 대표는 이번 선출안을 밀어붙이며 “몽골 기병 같은 자세로 입법 속도전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지난 대선에서도 “몽골 군인 10만 명이 유럽과 아시아를 휩쓴 힘은 빠른 속도, 단결된 힘이었다”고 했다. 무슨 정치를 전쟁하듯 하려 하는가. 역사를 제대로 읽기 바란다. 몽골 제국의 힘은 기동력 때문인 것 같지만, 상대 진영을 포용하는 관용과 정책적 유연함에서도 비롯됐다는 사실 또한 깨닫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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