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보면서 오케스트라 감상…강렬한 라이브, 관객을 홀리다
“제가 연출했던 필름 콘서트는 다양합니다. ‘스타워즈’ 시리즈, ‘크리스마스 악몽’, ‘미녀와 야수’ ‘알라딘’, ‘토이스토리’ ‘블랙 팬서’ ‘인어공주’ ‘라이온 킹’ ‘해리포터’ ‘아마데우스’….”
필름 콘서트의 기술 프로듀서인 스콧 패리시는 긴 목록을 보내왔다. 중앙일보와 e메일 인터뷰에서 그는 지금껏 연출했던 공연의 영화가 20여 편이라고 했다. 미국·캐나다·홍콩과 유럽 등에서 열렸던 공연들이다. 필름 콘서트는 무대 위 스크린에 영화를 상영하고, 오케스트라가 영화의 음악을 라이브로 연주하는 형식이다. 패리시는 오케스트라·무대·영상·오디오·조명 등 기술적인 부분의 총괄을 맡는 연출자다.
패리시가 보낸 긴 목록이 놀라운 이유는 그가 2017년에야 이 일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는 필름 콘서트라는 형식이 최근 전 세계 무대에서 주목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에서도 인기다. 예술경영지원센터가 발표한 올해 1분기 동향에 따르면 클래식 음악 장르의 티켓 판매액 상위 10개 공연 중 3개가 한스 짐머, 히사이시 조 등의 영화 콘서트다. 이달 16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디즈니 ‘판타지아’의 연출자로 한국에 오는 패리시에게 필름 콘서트의 매력에 대해 물었다.
Q : 어떻게 필름 콘서트의 연출자로 일하게 됐나.
A : “이전에는 색소폰 연주자였다. 이 일을 하고 있는 친구가 함께 하자고 권유를 했고 오케이 했다. 첫 콘서트는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린 팀 버튼의 ‘크리스마스 악몽’ 공연이었다. 관객이 코스튬을 입고 와서 즐긴 환상적인 경험이었고, 필름 콘서트의 매력에 푹 빠졌다.”
Q : 왜 전 세계에서 이 형식의 콘서트가 인기일까.
A : “라이브 음악의 강렬함 때문이다. 사람들은 영화를 볼 때 연주를 주의 깊게 듣지 않는 경향이 있다. 액션과 대사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공연에서만큼은 음악에 우선순위를 둔다. 그렇게 관점을 바꾸면서 음악과 영화 모두에 대해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된다.”
디즈니의 ‘판타지아’는 1940년 나온 음악 애니메이션이다. 베토벤 교향곡 5번, 6번 ‘전원’, 차이콥스키 ‘호두까기 인형’, 스트라빈스키 ‘불새’ 등 클래식 음악의 명곡이 애니메이션과 함께 이어진다. 어떤 음악에는 스토리가 있는 애니메이션이 함께 하고, 어떤 음악에는 추상적인 그림들이 이어진다. ‘음악의 시각화’라는 주제로 2년 넘는 제작 기간을 들여 만들어진 작품이다. 특히 당대의 거장 지휘자였던 레오폴드 스토코프스키가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와 함께 한 서라운드 녹음이 화제였다.
Q : 이번에 연출하는 ‘판타지아’에는 대사가 없고 클래식 음악이 이어진다.
A : “대사가 없기 때문에 모든 소통이 음악으로 이뤄지는 독특한 필름 콘서트다. 나는 ‘판타지아’를 미국·세르비아·캐나다에서 총 5번 연출했다. 관객 중 상당수는 라이브 오케스트라 연주를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라이브 음악의 강렬함에 곧 매혹되는 경험을 목격할 수 있었다.”
Q : 필름 콘서트 청중이 보통의 오케스트라 공연과 가장 다른 점은 무엇인가.
A : “내가 가장 아끼는 경험 중 하나가 세르비아의 베오그라드에서 선보인 ‘판타지아’ 필름 콘서트다. 다뉴브 강변의 야외 공연장에서 아름다운 여름날 저녁에 열렸다. 많은 청중이 먹을거리를 피크닉 가방에 담아 왔고 아이들은 공연을 기다리며 뛰어놀았다. 오케스트라가 조율을 시작하자 매우 고요해졌고 지휘자가 등장하면서 큰 박수가 터져 나왔다. 연주가 다 끝나고는 관중 전체가 일어나 환호성을 질렀다.”
Q : ‘판타지아’에서 어린아이들이 가장 좋아했던 곡과 장면은 무엇이었나.
A : “뒤카 교향시 ‘마법사의 제자’에 맞춘 미키 마우스의 애니메이션이었다. 어린아이들은 영화를 보면서도 영화에 나오는 음악이 실제 음악가들에 의해 연주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아이들은 ‘판타지아’ 필름 콘서트를 보면 충격을 받으며 기뻐한다. 이들이 결국 오케스트라 라이브 공연의 청중이 되기를 희망한다.”
디즈니의 ‘판타지아’ 필름 콘서트의 한국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디즈니의 제작 영상과 함께 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 지휘자 진솔이 함께 한다. 이번 공연에서는 1940년대의 오리지널 화면과 함께 2000년의 후속작 화면이 편집돼 함께 쓰인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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