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확성기 방송 재개 직전 MDL 침범…경고 사격에 퇴각
북한군 수십 명이 지난 9일 대북 확성기 방송이 실시되기 몇 시간 전에 군사분계선(MDL)을 넘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다양한 정황으로 볼 때 의도적인 침범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게 군 당국의 판단인데, 최근 남북 간 군사적 긴장 상황을 감안해 군이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11일 “지난 9일 낮 12시30분 중부전선 비무장지대(DMZ) 내에서 작업하던 북한군 일부가 MDL을 단순 침범했다”며 “우리 군의 경고방송과 경고사격 후 북한군이 즉각 북상한 것 외에 특이 동향은 없었다”고 밝혔다. 군 당국에 따르면 이들 대부분은 도끼, 삽, 곡괭이를 들고 MDL을 약 50m 넘었다. 이 중 일부는 무장 상태의 경비 병력으로 추정됐다. 북한군이 MDL을 침범한 뒤 약 5시간 후 정부는 북한 오물풍선에 대응해 6년 만에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다. 예고된 방송 재개를 앞두고 긴장감을 높이려는 의도적인 행동이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이유다. 같은 날 대북 확성기 방송 후 북한은 또다시 오물풍선을 살포했고,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담화를 통해 “새로운 대응에 나설 수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군 당국은 아직까지는 북한군의 MDL 남하가 단순 실수에 가깝다고 보고 있다. 이성준 합참 공보실장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당시 DMZ는 수풀이 우거져 있고 MDL 표식이 잘 보이지 않는 상태였다”며 “우리 군은 이들이 MDL에 접근하기 전부터 관측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북한군이 MDL을 넘기 전 위협 행위로 해석할 만한 특이 징후도 포착되지 않았다고 한다.
북한군이 들고 있던 장비로 미뤄 시설물 설치 작업 중 방향을 착각했을 가능성이 우선 거론된다. 이는 지뢰 매설과 관련된 작업일 수 있다. 북한은 최근 MDL 인근에 지뢰 매설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접경 지역의 모든 북남(남북) 연계조건들을 철저히 분리시키기 위한 단계별 조치들을 엄격히 실시하겠다”는 지난 1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발언을 행동으로 옮기고 있다는 평가다.
한편 군 당국은 전날(10일)에 이어 이날도 대북 확성기 방송을 하지 않았다. 북한도 특별한 도발 징후를 보이지 않고 있다. 통일부는 대북 전단을 보내는 민간단체들과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대북 전단과 관련해 (표현의 자유를 중시한다는) 정부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며 “간담회에서 살포 자제를 요청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의 오물풍선 도발에 정부가 확성기 방송 재개로 맞서며 긴장이 조성된 시점에서 간담회를 여는 것을 두고 상황 관리 필요성을 설명하는 식으로 우회적으로라도 설득하려 하지 않겠느냐는 시각도 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이날 “대북전단 살포 예상 지역에 즉시 특별사법경찰관들을 출동시켜 순찰하고 감시를 강화하도록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근평·이유정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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