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방북 무마용? 러시아, 한국에 ‘러브콜’ 보내는 속내는

박현주 2024. 6. 12.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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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비(非)우호국으로 지정했던 한국을 향해 최근 관계 개선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특히 이런 움직임이 이달 중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북 보도가 나오는 가운데 나오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게오르기 지노비예프(사진) 주한 러시아 대사는 지난 10일(현지시간) 러시아 매체 RTVI 인터뷰에서 “한국은 우크라이나 위기가 끝나는 대로 아주 빨리 관계를 회복할 준비가 돼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이 관계 개선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는 방식으로 러시아가 한국과의 관계 개선에 관심이 있다는 점을 내비친 것이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5일 세계 주요 뉴스통신사 대표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는 한국 정부와 일을 할 때 어떠한 러시아 혐오적(Russophobic) 태도를 보지 못했다. 분쟁 지역에 대해 한국이 어떠한 무기도 공급하지 않고 있다”며 “우리는 이에 대해 대단히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한국에 대한 긍정적 평가를 한 것은 사실상 처음인데, 이는 지난해 12월 이도훈 주러시아 대사의 신임장 제정식에서 푸틴 대통령이 “러·한 협력이 파트너십 궤도로 복귀할지는 한국에 달려 있다”고 말한 것보다는 진전된 메시지다.

러시아의 이 같은 움직임은 일차적으로 향후 한국의 우크라이나 살상 무기 지원 가능성에 쐐기를 박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노비예프 대사는 인터뷰에서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치명적인 무기를 공급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며, 만약 이 ‘레드라인’을 넘으면 관계가 심각하고 오랫동안 손상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의 방북이 한·러 관계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상황 관리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방북 결과 북·러 간 군사 및 경제 협력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한국의 반발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사전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푸틴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우리는 한·러 관계가 악화하지 않기를 희망한다”면서 “한반도 전체와 관련해 양국 관계 발전에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중장기적으로 중국이 한·일·중 정상회의 참석을 통해 한·미·일 연대를 약화시키려고 하는 것처럼, 러시아 역시 한국과의 관계 개선을 같은 맥락에서 추진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지노비예프 대사는 인도주의와 인적 교류 분야의 개선, 특히 양국 간 직항노선 복원을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 기업의 러시아 진출 및 투자와 관련해 “우리의 무역, 경제, 투자 등 실질적 관계의 인프라가 현재는 동결됐지만 파괴되지 않았고 복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 소식통은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난 후 한국과의 협력을 염두에 두면서 현재의 한·러 관계를 관리하고 있다”며 “우리 역시 한·러 협력의 다리를 태워버려선 안 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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