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따로 없네"…伊 불가리 본점 턴 기상천외 절도 수법

김지혜 2024. 6. 12.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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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의 콘도티 거리에 있는 불가리 본점 밖에 경찰들이 서 있다. 이곳에서는 8일 절도범 3명이 침입해 최소 50만유로(약 7억4000만원) 상당의 보석과 시계를 훔쳐 달아났다. EPA=연합뉴스


이탈리아 로마의 관광명소 '스페인 계단' 인근에 있는 명품 보석 브랜드 불가리 본점에서 영화를 방불케 하는 기상천외한 절도 사건이 일어났다.

1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 등에 따르면 절도범 3명은 지난 8일 심야에 불가리 본점에 침입해 최소 50만유로(약 7억4000만원) 상당의 보석과 시계를 훔쳐 달아났다. 이 사건을 두고 텔레그래프는 "영화 '오션스 일레븐'을 연상시키는 절도 사건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경찰은 이들이 맨홀을 통해 지하로 내려가 하수구 터널을 통해 침입한 것으로 추정한다. 매장 바로 아래 지점까지 수백m를 이동한 뒤 구멍을 뚫어 들어갔다고 보는 것이다.

이들이 매장에 들어선 이후 경보망이 작동했고, 7분 뒤 경찰이 현장에 출동했지만 절도범 일당이 막아놓은 문을 여느라 4분을 더 썼다. 절도범들은 11분 사이 귀중품을 챙겨 다시 하수도 터널을 통해 도주했다.

경찰은 매장 내부 CCTV에 찍힌 절도범은 3명이지만 공범이 더 있을 수 있다고 봤다. 이들은 범행 현장에 쇠 지렛대를 남겨두고 도주했으나 지문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 경찰은 절도범들이 매장 구조와 보안 시스템을 파악하기 위해 사전에 매장을 방문했을 것으로 보고 과거 CCTV 영상까지 분석하고 있다.

현지 일간지 코리에레델라세라는 "범인들은 트레비 분수 아래를 지나는 하수구 터널을 통해 매장 바로 아래까지 이동한 뒤 며칠 동안 조심스럽게 구멍을 파낸 것으로 보인다"며 "건물에 있던 누구도 소리나 진동을 알아차리지 못했다"고 전했다.

불가리 본점은 스페인 계단 인근에 있는 로마의 고급 쇼핑가인 콘도티 거리에 자리 잡고 있다. 콘도티 거리에는 불가리 외에도 에르메스, 카르티에, 구찌, 보테가 베네타 등 명품 매장이 줄지어 있다.

2022년 8월에도 도둑들이 로마 중심부에 있는 은행을 노리고 땅굴을 판 적이 있다. 당시 도둑들은 은행 인근 상점을 임대해 땅굴을 파기 시작했지만 며칠 전 내린 비로 지반이 약해져 땅굴 위 도로가 내려앉으면서 그중 한 명이 지하에 8시간 넘게 갇혔다. 그는 구조대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졌고 나머지 일당 3명도 이내 경찰에 붙잡혔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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