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수사단 보고받은 이종섭, 사단장 처벌에 문제 제기 없었다

김도균 2024. 6. 11.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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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훈 대령 5차공판... 국방부 당국자, 해병대 조사결과에 처음엔 긍정적

[김도균 기자]

 
 지난해 여름 집중호우 당시 피해자 수색 중 발생한 채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에 대한 군사법원의 다섯 번째 재판이 11일 오전 열렸다. 재판에 앞서 박정훈 대령이 기자회견에 예정된 장소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 이정민
11일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 군사법원에서 열린 전 해병대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의 항명 및 상관 명예훼손 사건 5차 공판에서는 지난해 7월 30일 해병대수사단 조사결과를 보고 받은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임성근 당시 해병 1사단장에 관한 언급을 했는지 여부가 주요 쟁점으로 다루어졌다.

이날 오후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허태근 전 국방부 국방정책실장,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해병대수사단 조사결과 보고서를 이 전 장관에게 보고하는 자리에 배석했던 인물들이다. 당시 보고서에는 임성근 사단장과 박아무개 7여단장 등 모두 8명에게 과실치사 혐의를 적시됐다.

이 전 장관은 "하천으로 들어가지 말라고 지시한 여단장과 현장에서 함께 작전했던 초급간부들이 왜 범죄 혐의자인지 질문했고 전 수사단장은 이에 대해 설명했다"고 주장한다. 임성근 사단장에 대해서는 언급하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박정훈 대령은 이 전 장관이 '사단장까지 처벌해야 하느냐'고 물었을 뿐 초급간부들에 대한 질문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이날 공판에서 허태근 전 국방부 정책실장은 지난해 7월 30일 해병대수사단의 채 상병 사건 조사결과 보고 당시 이 전 장관은 "사단장(임성근) 관련 질문은 안 했다"고 말했다. 허 전 실장은 '이 전 장관이 여단장과 대대장, 초급 간부의 혐의와 관련해 질문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밝혔다. 재판부가 "피고인(박정훈 대령)이 사단장에 대해 보고한 내용도 기억이 나지 않느냐"고 묻자 허 전 실장은 "그렇다"고 답했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도 '장관이 해병대수사단 조사결과를 보고받으면서 임 사단장을 빼라거나 사단장도 처벌받아야 하냐고 말하는 것을 들었느냐'는 군 검사의 질문에 "들은 적 없다"면서 "사단장에 관해선 묻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박정훈 대령 변호인 측은 이 전 장관이 임 사단장 혐의에 대해 특별히 질문하지 않은 것은 혐의사실에 대한 의문을 품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냐는 취지로 질문했지만, 허 전 실장이나 전 대변인은 이에 대해선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박 대령 측은 해병대수사단의 보고 당시에는 논의되지 않았던 초급 간부에 대한 이 전 장관의 우려가 최고 보고 시점으로부터 열흘가량 지난 8월 8일부터 처음으로 언급되기 시작한 점을 들어 국방부가 뒤늦게 초급간부에 관한 입장을 정리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해병대수사단 조사결과에 처음엔 국방부 당국자 '긍정적 평가'

이날 공판에서는 해병대수사단 조사결과에 대해 처음엔 국방부 당국자들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허 전 실장은 조사결과 보고 후 이 전 장관이 자신의 의견을 물었을 때 "먼저 의견을 말한 전 대변인이 '오송 참사' 때 경찰 고위직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국민적 비판이 있었는데 채 상병 사건의 경우엔 전체적으로 다 조사했다고 하니 그런 측면에서는 조사가 잘 된 것 같다고 이야기했고, 나도 그런 취지에 동의한다고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전 대변인도 "'오송 참사'를 언급하면서 아랫사람들만 책임지는 것 같다는 비판이 있었기 때문에 윗사람들을 다 포함해 그때(오송 참사)보다는 리스크가 없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수사가 잘 됐다고 말한 사실이 있느냐'는 군 검사 질문에는 "내가 수사가 잘됐다고 말할 위치가 아니었고, 언론에 설명할 때 리스크 없이 설명할 수 있겠다고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박정훈 대령 구속영장 '허위 작성' 정황도 드러나

또 지난해 군 검찰이 박정훈 대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서에서 "피의자(박 대령)는 국방부장관과 해병대사령관에게 피의자에 대한 지휘감독권한이 있다는 점에 대해 이 사건 항명으로 입건된 이후인 2023년 8월 3일 해병대사령부 법무실장과의 통화에서야 비로소 알게 될 정도이니, 이러한 무지가 피의자의 범행의 동기가 됐다고밖에 생각할 수가 없는 것이다"라고 한 주장이 아무런 근거가 없었다는 점도 확인됐다.

증인으로 출석한 장동호 해병대사령부 법무실장이 자신은 이러한 취지의 진술을 군 검찰에 한 적이 없다고 밝힌 것이다.

이날 재판부는 박정훈 대령 측이 신청한 임기훈 전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 김계환 해병대사령관 비서실장 김아무개 대령의 지난해 7월 28일부터 8월 9일 사이의 통신기록 조회신청을 받아들였다. 이종섭 전 장관과 박진희 전 군사보좌관이 지난해 7월 31일~8월 3일 우즈베키스탄 출장 기간 동안 이뤄진 국제전화 수·발신 내역도 받아보기로 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채 상병 사건 외압 의혹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관련자들의 휴대전화 디지털포렌식한 결과 자료 송부도 요청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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