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 ‘리딩뱅크’ 3연패 가능?…환율이 변수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기자(suhoz@mk.co.kr) 2024. 6. 11.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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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딩뱅크 2연패.

2022년부터 하나은행이 세운 기록이다. 흔히 은행권에서는 순위를 매길 때 당기순이익 기준으로 잡는다. 대손충당금 등을 쌓고도 남긴 돈이 그해 성적표라고 보는 개념이다. 그래서 순익 1위 은행을 ‘리딩뱅크(Leading Bank)’라고 한다.

그간 하나은행은 시중은행 중 3위권으로 분류됐다. 그런데 2022년 당기순이익 3조1692억원을 기록, 업계를 놀라게 했다. 이때도 ‘깜짝 1위’라며 폄하하는 이가 많았다. 그런데 지난해 역시 당기순이익 3조4766억원을 기록, 또 한 번 1위를 기록하자 보는 시각이 달라졌다. ‘리딩뱅크’ 자리를 수성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순익 1위 비결은?

비이자이익서 ‘발군’

그렇다면 은행 순익은 어디서 나올까.

크게 보면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으로 나뉜다. 이자이익은 말 그대로 예대마진, 돈 맡길 때(예금) 상대적으로 낮게 이자를 주고, 대출할 때 높은 이자를 받는 데서 나온다. 물론 은행은 대출해줄 기초체력을 갖추기 위해 총자산을 늘려놓고, 극단적으로 돈 떼일 상황(연체 혹은 미상환)을 대비해 대손충당금을 쌓기 때문에 이런 수익 구조를 갖출 수밖에 없다.

예대마진 싸움은 곧 덩치(총자산) 싸움으로 이해하면 쉽다. 그런데 NH농협까지 포함한 5대 시중은행 덩치가 엇비슷해지면서 여기에서 특출나게 잘하지 않는 이상 큰 변별력을 갖기 어렵다. 지난해 기준 그나마 덩치가 제일 큰 KB국민은행 이자이익이 9조원대고 나머지 은행은 7조~8조원대 정도다.

비이자이익으로 눈을 돌리면 말은 달라진다. 비이자이익이란 수수료·이자·외환 거래·자산 관리 서비스 수익 등을 포함한다. 은행 ATM기에서 타행 카드로 돈을 뽑다 보면 수수료 낼 때가 있다. 이런 은행 수수료 등이 비이자이익에 포함된다.

하나은행은 비이자이익 부문에서 지난해에만 9846억원을 올려 은행권 가장 꼭대기층에 올라앉았다. 이어 우리은행이 6735억원, KB국민은행 5878억원, 신한은행 4317억원을 기록했다. 일단 이 부문에서 압도적이다 보니 하나은행이 1등에 오를 수 있었다.

비이자 이익 뜯어보니

외환 관련 이익 빛났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하나은행의 비이자이익 구조는 어떻게 될까.

크게는 유가증권 이익과 외환 관련 이익으로 나눈다.

유가증권 이익은 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 채권 등의 유가증권을 매매하거나 대여함으로써 얻는 이익을 말한다. 주식, 채권 등 가격이 변동함에 따라 은행 유가증권 이익도 변동하는데 지난해 하나은행은 유가증권 이익만 7689억원을 올렸다. 4대 은행 중 1위이자 2위(우리은행 6461억원)와 차이도 1000억원 이상 난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2022년 말 소위 ‘레고랜드 사태’로 크레디트물 금리가 등급을 가리지 않고 치솟았을 때 하나은행은 우량채를 적극적으로 대규모 매집했던 것이 주효했다”며 “이후 정부의 시장 안정 대책 등으로 불안이 잠재워지고, 지난해 초부터 크레디트 스프레드(잠깐용어 참조, 채권의 신용 위험에 대한 프리미엄)가 큰 폭 축소되며 이익 개선에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외환 관련 이익에서는 여타 은행과 더욱 차이가 난다.

하나은행이 지난해 이 부문에서 3250억원대 이익을 내는 동안 나머지 3개 은행은 1000억원 정도 올렸을 뿐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엔데믹에 맞춰 여행자 환전 수요에 맞춘 외환 수수료 이벤트를 대대적으로 벌이면서 관련 수수료 수익을 늘린 데다 과거 KEB외환은행과 합병하면서 외환은행의 강점이었던 FX(외환매매), 파생상품(스왑, 옵션) 거래 등에서 실적을 끌어올린 덕”이라고 설명했다.

해외법인 실적 턴어라운드 역시 전체 당기순이익에 큰 도움이 됐다. 하나은행의 경우 국내 은행 중 가장 많은 24개국에 영업 네트워크를 갖췄으며 회계상 순익에 크게 반영되는 주요 11개 법인이 있다. 하나은행 해외법인 11곳의 순익은 2022년 71억원에서 2023년 1129억원으로 급증했다.

착시 효과 있다는데

급격한 달러 강세 땐 적자도

“물론 하나은행이 해외 사업도 잘했고 외환 관련 이익도 많이 낸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환율 등 대외 변수에 취약한 면이 있어서 ‘지속 가능한 1등’이라 보기 어렵다.”

복수의 은행권 관계자 평가다.

이때 논거로 제시되는 게 외환 관련 손익이다. 하나은행은 2021년에는 오히려 외환 관련 손실만 2287억원을 입었다. 그러다 이듬해 3000억원대 순익을 올렸다. 1년 새 편차가 5000억원이다.

이때 변수는 둘이다. 하나는 환율, 다른 하나는 외환 관련 수익 여부다.

하나은행의 2021년 외환 관련 손실은 당시 환율 상황과 관련이 깊다. 2021년 대규모 손실이 났을 때 환율 추이를 보면 2020년 말 1088원에서 2021년 말에는 1185.5원으로 1년 새 100원 가까이 뛰었다. 이런 때 해외에 자산·부채, 이 중에서도 부채가 더 많으면 원화 환산했을 때 손실폭이 커져 보인다. 이를 비화폐성평가손실이라고 한다.

이를 상쇄하려면 환율 상승폭은 적고 대신 외환 관련 돈을 잘 벌어야 한다.

2021년 이후 하나은행 경영진은 환전과 외환 트레이딩 비중을 극대화했다. 이때 꺼내든 카드가 2022년 국내 최초로 선보인 비대면 외환 거래 플랫폼 ‘Hana FX 트레이딩 시스템’이다. 고객에게 24시간, 실시간으로 환율 서비스를 제공하며 거래를 할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다. 예상은 맞아떨어졌다. 지난해 말 기준 2500여 고객(기업, 전문 투자자), 연간 630억달러(약 86조5000억원)에 이르는 거래량으로 국내 외환 전자거래 시장에서 압도적 1위의 지위를 확보했다.

마침 대외 환경도 받쳐줬다. 환율이 2022년에는 전년 대비 70원,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20원 정도만 오를 정도로 안정화됐다. 그러니 비화폐성평가손실대비 외환 사업에서 버는 돈이 더 늘어났고 이는 고스란히 비이자이익 증가로이어졌다.

향후 전망은

변동성 이겨낼 상품 늘려야

올해도 하나은행이 1위를 수성할까.

당장 올해 1분기만 놓고 보면 살짝 불안하다. 신한은행이 순익 9286억원으로 1위를 꿰찼고 하나은행은 2위(8432억원)로 내려앉았다. ELS 사태로 충당금을 쌓느라 3위가 된 KB국민은행도 언제든 다시 치고 올라올 수 있다.

게다가 외환 트레이딩 등에서 하나은행을 벤치마킹하려는 여타 은행 움직임도 많다. 이렇게 되면 경쟁이 심화되면서 수수료 인하 움직임이 일어날 수 있다. 결국 하나은행의 강점이었던 외환 관련 이익이 줄어들기 십상이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은행 간 환전 수수료 무료 싸움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하나은행이 여전히 환율 따라 실적이 출렁인다는 인식이 강하다. 이를 극복하려면 무엇보다 KB(1500만명), 신한(1100만명) 대비 적은 고객 수(800만명)를 좀 더 늘릴 수 있는 다양한 전략을 펼쳐야 한다. 동시에 외부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외환 상품 거래량을 늘릴 수 있거나 새로운 비이자 수익원을 발굴, 수수료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

은행권 관계자의 총평이다.

잠깐용어 *크레디트 스프레드

채권 발행자의 신용 위험을 반영해 높은 이자를 요구하는 것. 채권의 신용 위험이 높을수록 크레디트 스프레드가 높아진다.

[박수호 기자 park.suho@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63호 (2024.06.12~2024.06.1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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