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애 원장의 미용 에세이] 임초리에서 8

전병선 2024. 6. 11.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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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을 3주 남겨두고 이렇게 눈물을 흘려야 하는지, 찢어버린 청첩장을 들고 작은 탁자 앞에서 주님 앞에 다시 무릎을 꿇었다.

그냥 지나쳐 버릴 수 없었던 내 인생 여정에서 일어났던 수많은 사건 그 사건마다 하나님은 내 곁에서 나를 간섭하시고 함께 해 주셨는데 오늘은 내 앞날이 왜 이렇게 처량하게 느껴지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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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을 3주 남겨두고 이렇게 눈물을 흘려야 하는지, 찢어버린 청첩장을 들고 작은 탁자 앞에서 주님 앞에 다시 무릎을 꿇었다.

나는 누구인가. 지금까지 무엇을 추구하며 미래에 무엇이 되고자 어떤 목표를 붙잡고 여기까지 왔는가. 아직도 어린 나이에 왜 갑자기 결혼을 결정하고 이런 모멸감을 느끼며 괴로워하는가. 많은 성도 중에 특별히 나를 아끼고 사랑하신 두 분 목사님은 왜 결혼하라고 하셨을까. 또 내가 동생들의 가장으로 살아가는 것을 왜 못마땅하게 생각하셨을까.

좋은 기회들이 올 때마다 내 발목을 붙들어 맨 환경의 지배를 벗어나지 못했던 것도 내가 심약했기 때문이었다. 매번 부모님의 고뇌가 내 어깨를 짓누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어린 동생들의 운명을 끝까지 감당할 수도 없는 연약한 존재일 뿐이었는데, 밤이 깊어 가는데 마치 어제의 일처럼 지난날들을 떠 올리며 회상하는 밤이었다.

그냥 지나쳐 버릴 수 없었던 내 인생 여정에서 일어났던 수많은 사건 그 사건마다 하나님은 내 곁에서 나를 간섭하시고 함께 해 주셨는데 오늘은 내 앞날이 왜 이렇게 처량하게 느껴지는지.

2년 전에 나를 귀하게 여겨주신 당회장 김의환 목사님이 국애는 신학 공부 하면 어떻겠냐고 물으셨다. 내가 동생들을 데리고 가장 노릇 하는걸 아시고 안타까웠다고 하시면서.

목사님은 칼빈신학대학의 정보를 알려주시며 한번 도전해 보라고 하셨다. 나는 어린 시절 유아원 원장의 꿈을 가졌던 때가 생각나 기독교 교육과를 지원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더니 목사님은 뜻밖에도 “여성들은 누구나 어머니가 될 것이니 꼭 유아교육 강의를 체계적으로 많이 들어 보는 게 좋을 거야. 꼭 직업이 아니더라도 기독교 교육학을 공부하는 것을 모든 여성에게 추천하고 싶다”고 하셨다.

성 오거스틴의 어머니 모니카의 신앙은 탕자와 같은 오거스틴을 성자로 만들었다. 그렇다. 여자는 별것 아니지만, 어머니는 위대하다는 명언을 남긴 오거스틴은 자신의 어머니를 지칭한 말이 분명하리라.

목사님은 친히 추천서를 써 주셨다. 그 추천서를 들고 김윤찬 목사님을 찾아갔다. 그 목사님은 그 해에 칼빈 신학대학을 설립하시고 총장을 역임하셨다. “너 김국애 아니냐?” 하시며 지난날을 회상하셨다.

목사님은 나를 기억하시며 말씀하셨다. “그때 전남 고흥에 부흥회 강사로 갔을 때 네가 부흥사경회 집회 시간마다 수십 번 성경 찾기 1등이었지. 영롱한 네 목소리 여전하구나. 국애 때문에 초등학교 3학년 내 막내딸 해옥이가 국어책의 모든 시를 달달 외웠지.“

벌써 수년이 지났으나 나를 잊지 않으셨다. 어느 날 아침 목사님이 당신의 서재로 나를 부르시더니 내게 한 가지 제안을 하셨다.

<부활의 꽃불>
- 김국애

꽃길을 걷는다
꽃잎에 내 눈빛 맞추면
입 꼬리에 번지는 미소
오월의 밀회를 약속하지 않았다
계절의 손짓을 따라온 오월,
긴긴밤 담벼락 밑에
희미한 맥박 움켜쥐고
숨결을 사금파리에 맡겼다

누가 꽃불을 지폈을까
노~오란 쑥부쟁이
붉은 채송화, 분홍 꽃잔디
깊은 밤 더 밝아지는 꽃불
담벼락을 스치던 바람도
환한 꽃불 앞에 멈춰 섰다
외로운 곳마다 불을 지펴야지

담장 밑에 꽃불이 수두룩하다
바람 따라 쫓기던 꽃씨들
가슴 조이며 꽃을 피우려
운명의 치마폭을 잡았다
불가능을 밀어내는 희망
야훼의 손안에 있는 생존
죽음을 이겨낸 부활 꽃이다
다시 살아난 부활의 꽃불이다

◇김국애 원장은 서울 압구정 헤어포엠 대표로 국제미용기구(BCW) 명예회장이다. 문예지 ‘창조문예’(2009) ‘인간과 문학’(2018)을 통해 수필가, 시인으로 등단했다. 계간 현대수필 운영이사, 수필집 ‘길을 묻는 사람’ 저자. 이메일 gukae8589@daum.net
정리=

전병선 미션영상부장 junb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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