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 못 버리는 것도 病… 강박장애, 고칠 수 있을까?
◇행동 반복부터 물건 수집까지… 증상 다양
강박장애는 원치 않는 생각이나 충동이 끊임없이 떠오르고 이를 완화하기 위해 특정 행동을 반복하는 질환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 2019년 강박장애로 진료 받은 환자는 3만152명이며, 20~30대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춘기 전에 시작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러면 자폐증, 발달장애, 뚜렛 증후군 등으로 오인되곤 한다.
강박장애의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유전, 뇌의 신경전달물질 이상, 스트레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의 뇌 영상 연구 결과에서는 강박장애가 특정 신경회로 영역의 문제와 관련이 있다고 보고됐다. 예컨대 대뇌피질 회로와 같이 특정 신경회로 영역의 활성 및 연결성의 이상이 생기면 강박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
강박장애의 주요 유형은 ▲오염을 두려워하는 유형 ▲지속적으로 확인하는 유형 ▲물건을 정리하는 유형 ▲특정 행동이나 언어를 반복하는 유형 ▲물건을 수집하는 유형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오염에 대한 강박적 사고는 가장 흔히 나타나는 강박장애다. 하루에 수 십 번씩 손을 씻어도 여전히 더러운 것 같다는 생각에 한두 시간 동안 샤워를 한다. 문고리를 비위생적이라 여겨 잡지 못하거나 다른 사람의 물건을 잘 만지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남들이 내 물건을 더럽힌다는 생각에 누군가가 자기 물건을 만지면 발작하듯이 불안이 증폭된다.
무언가를 자꾸 확인하는 ‘지속 확인’ 유형도 있다. 이들은 문이나 가스 밸브를 안 잠근 것 같다는 느낌에 반복해서 확인하곤 한다. 지속적으로 어떤 실수나 사고를 의심하고 사실이 아님을 확인했는데도 예방하기 위해서 또 확인해야 한다. 물건을 강박적으로 정리하는 유형도 있는데 이들은 본인만의 방식으로 물건들을 배열하거나 정리해야 한다. 대칭이 맞아야 한다거나, 조금만 어긋나있으면 불안하고, 누군가 어질러놓으면 못 견디기도 한다.
특정 행동이나 언어를 반복하는 유형은 ‘강박적 의식’이라고도 하는데, 무언가를 하기 전에 특정 숫자를 반복해서 세는 등 특정 말이나 의식을 행하는 것이다. 아침에 침대에서 일어나기 전에 다리를 반복적으로 17회 움직이고 “좋은 아침입니다”를 세 번 외친 다음에야 기상하는 등 지각할 정도로 늦잠을 잤음에도 반복 행동을 해야지만 침대에서 나올 수 있는 경우도 있다.
마지막으로 물건을 수집하는 유형이다. ‘저장 강박’이라고도 하는데, 어떤 물건이든 언젠가 필요할 수도 있다는 강박사고에 의해 버리지 못하고 모으는 증상이다. 집에 있는 쓰레기를 못 버리는 것뿐 아니라 집 밖에서 눈에 띄는 쓰레기들도 주워오기도 한다. 이로 인해 사는 공간이 좁아지고 비위생적이더라도 그 저장 행동을 고치지 못한다.
◇“주위 사람이 도와줘야 치료 예후 좋아”
강박장애 치료를 위해서는 약물치료와 인지행동치료가 병행돼야 한다. 약물로는 주로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가 사용된다. 50~75%의 환자가 약물 치료로 호전될 수 있다. 다만 약물을 중단하는 경우 재발할 위험이 높아 장기적인 약물 투여가 필요하다.
인지행동치료로는 ‘노출 및 반응 방지’, ‘인지 재구조화’ 등의 기법이 사용된다. 환자를 자신이 두려워하는 대상이나 생각에 천천히 노출시킨 다음 강박 반응을 하지 않고 시간을 보내도록 함으로써 강박행동을 줄여나가는 방법이다.
이지원 교수는 “강박장애는 갈수록 일상생활에 지장이 커지기 때문에, 초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가족과 지인들의 지지와 이해도 치료에 큰 도움이 되는데 강박장애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치료 방법을 알리는 일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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