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연 "내 발등 내가 찍었는데…새로운 에너지 받아" [인터뷰 종합]
(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배우 전도연이 연극 '벚꽃동산'으로 27년 만에 무대에 오른 소감과 함께 출연하는 배우들에 대한 믿음을 드러냈다.
전도연은 11일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진행된 연극 ‘벚꽃동산’과 관련한 엑스포츠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부담감도 크긴 한데 재미있는 것 같다"라며 양가 감정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전도연은 "무대만이 주는 자극이나 연기할 때의 태도나 그런 것들이 새롭게 느껴진다. 연기를 오래해서 내가 더이상 받을 수 있는 에너지나 작업이 뭐가 있을까 고민했는데 이번 '벚꽃동산'을 하면서 새로운 에너지를 받았다. 즐기려고 한다"라며 미소 지었다.
그는 "점차적으로 무대와 객석을 알아가는 중이다. 배우가 총 10명인데 배우들과의 호흡이 좋다. 내가 어떤 실수를 해도 받아줄 수 있는 탄탄한 연기력을 가진 배우분들이어서 믿음이 있고 안심이 되는 게 있다. 아직은 관객과 시선을 못 맞추는데 점점 더 관객과 함께 즐길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연극 ‘벚꽃동산’은 안톤 체호프의 ‘벚꽃동산’을 한국을 배경으로 각색한 작품으로 사이먼 스톤(Simon Stone) 연출이 한국 배우들과 의기투합해 만들었다. 영국 내셔널 시어터, 뉴욕 메트로폴리탄오페라 등과 협업한 사이먼 스톤은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을 나타낸 바 있다.
전도연은 "프리뷰 공연까지 총 7회를 진행했다. 프리뷰 첫 무대 때는 죽고 싶었고 '내가 내 발등을 찍다, 왜 스스로 이 고통스러운 시간을 선택했나' 싶었다. 도망가고 싶었고 자신도 없고 어떻게 했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없이 했는데 관객분들이 너무 좋아해 주시더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그만큼 고통스럽지는 않지만 늘 긴장되고 떨린다. 언제까지 불안함을 가져가야 하나 한다. 공연 끝날 때까지 무대 뒤에서 이런 생각을 한다면 너무 힘들고 명이 단축될 것 같은데 스스로도 그런 불안감과 긴장감을 즐기고 있지 않나 한다"라고 덧붙였다.
안톤 체호프의 '벚꽃동산'은 농노해방(1861) 이후 귀족이 몰락하고 신흥 자본가가 부상하는 제정 러시아 말기를 배경으로 하며 기쁨과 슬픔이 공존하는 유일한 도피처 벚꽃 동산을 잃어버릴 위기에 직면한 이들을 그렸다.
한국화된 ‘벚꽃동산’은 십여 년 전 아들의 죽임 이후 미국으로 떠났던 송도영(전도연 분)이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시작한다. 송도영이 마주한 서울은 자신의 기억과 다른 모습으로 변해 있다. 떠들썩한 사회 분위기, 자유롭고 권위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들, 무엇보다 그녀의 가족이 오래 함께 살았던 집이 사라질 위기에 처한다.
전도연은 사이먼 스톤 연출에 대해 "지금은 사이먼을 너무 사랑하고"라며 웃은 뒤 "다른 어떤 작품을 같이 하자고 하면 하고 싶은 마음은 있다. (대본을) 봐야 되겠지만"이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면서 "처음 경험하는 작업 방식이어서 적응하는데, 그리고 사이먼에 대한 믿음을 갖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대본도 늦게 쓰신다. '난 연극 올라가기 3시간 전, 1시간 전에도 줄 수 있어'라고 해서 불안하게 시작했고 도망가고 싶었다"라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이어 "그런데 사이먼이 대본을 다 쓰고 나서는 연출 방식에 굉장히 신뢰가 갔다. '이렇게 해줘'라고 디렉션하지 않고 '네가 느끼는 것에 대해 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자유롭게 찾아갔으면 좋겠다'라고 해줬다. 배우에게 쉬운 작업도 아니고 스스로 괴롭혀야 해서 고통스럽긴했는데 그 작업 과정에서 나오는 신선함이 좋았다. 지금은 사이먼을 굉장히 좋아한다"라며 신뢰를 내비쳤다.
전도연은 "대본을 연습 당일날 4월 1일에 받았는데 첫날은 당황스러웠다. 15장을 가지고 리딩을 시작했다. 배우들의 모여서 이거로 리딩을 하는 게 맞나부터 이 작업 방식이 맞는지 의심이 들고 LG아트센터 측에 계속 컴플레인했다. 사실 어떻게 할 수 없는 거다. 그런데 두 번째 날부터는 매일 거르지 않고 대본이 나오는 게 감사하더라. 감사한 마음으로 연습했다"라며 에피소드를 언급했다.
전도연은 아들의 죽음 이후 미국으로 떠났다가 돌아온 송도영(원작의 류바) 역을 맡았다. 1997년 ‘리타 길들이기’ 이후 27년 만에 연극 무대에 올랐다.
그는 "27년만이라는 것도 기사를 통해 알았다. 그때는 어떻게 무대에 섰고 어떻게 연기했는지 기억도 안 날만큼 오래 전이다. 처음 상견례할 때 '신인 같은 자세로, 무대에서는 신인이라고 생각하고 신인 같은 자세로 하겠다'라고 했다. 당연히 내가 실수를 했더라도 NG가 있고 다시 가는 게 아니지 않나. '이 무대를 완벽히 소화하겠다, 전도연이 전도연임을 증명했다'라는 생각을 하기보다는 실수를 해도 받아들이며 노력하려고 한다"며 감회를 드러냈다.
연극 무대를 다시 오르게 된 계기에 대해 "장르적인 것에 대한 갈증이 계속 있었다"라고 이야기했다.
전도연은 "K 콘텐츠가 많이 알려졌지만 장르적으로 좁아진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 안에서 내가 뭘 해야 할까 고민했다. 연극이 막연하게 멀게 느껴지긴 했다. 영화나 방송처럼 대본이 많이 오는 것도 아니고 '난 이런 공연 하고 싶어'라고 어떤 누군가에게 제의한 것도 아니다. 연극을 도전할 무언가로 생각한 것이 아니라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또 다른 에너지를 받는 무대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벚꽃동산'에는 전도연을 비롯해 박해수, 손상규, 최희서, 이지혜, 남윤호, 유병훈, 박유림, 이세준, 이주원 등이 원캐스트로 출연 중이다.
전도연은 "사실 내가 인간관계를 그렇게 짧은 시간 안에 잘 넓히지 못하는 스타일이긴 하다. 오래 안 사람들과 오랜 시간을 보내며 점차 알아가는데 이번 작업에서는 배우들을 짧은 시간에 받아들이는 새로운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걱정도 했다. 매일 보고 호흡해야 하는 사람인데 뭔가 불편한 부분이 생기면 어떻게 하지 했는데 비슷한 성향을 가진 배우들이 모였다. 다들 술도 좋아해서 연습 끝나고 술도 많이 먹고 작품 이야기를 하면서 작품뿐만 아니라 사람에 대한 부분들을 많이 이해하게 됐다. 너무 든든하고 감사한 사람들"이라며 배우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사진= LG아트센터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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