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실명 '비공개' 두고 "인권보호 필요" vs. "공공기관 문턱 높아져"

우동완 2024. 6. 11.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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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흥시청 홈페이지 조직도에서 공무원들의 이름이 가려졌다.

11일 <시흥타임즈> 확인 결과, 시청 홈페이지 업무 안내란에 공개됐던 공무원의 실명이 '김**' 같은 식으로 성을 제외하고 모두 가려졌다.

시흥시도 6월 초부터 시 홈페이지의 공무원 이름은 성만 남기고 비공개하고, 청사 내부 복도에 걸린 조직도에는 사진만 빼고 실명을 공개하고 있다.

시흥시청 홈페이지의 공무원 실명 비공개 조치가 과연 실효성 있는 대책인지 여부에서 공직사회와 시민사회의 온도 차는 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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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흥시청 공무원 실명 비공개 조치 두고 엇갈린 평가

[우동완 기자]

▲ 시흥시청 홈페이지 11일 시흥시청 홈페이지 업무안내 페이지. 공무원의 성을 제외한 이름이 모두 가려진 상태다.?
ⓒ 시흥타임즈 우동완
 
시흥시청 홈페이지 조직도에서 공무원들의 이름이 가려졌다. 11일 <시흥타임즈> 확인 결과, 시청 홈페이지 업무 안내란에 공개됐던 공무원의 실명이 '김**' 같은 식으로 성을 제외하고 모두 가려졌다. 임병택 시흥시장과 연제찬 부시장의 실명만 공개돼 있는 상태인데, 이는 최근 타 시에서 발생한 공무원 사망사건과 관련한 조치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5월 2일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정현안관계장관 회의에서 "공무원 성명은 홈페이지에서 공개되지 않도록 권고하고, 나머지 부분은 각 기관에서 자율적으로 판단하는 것으로 방침을 정했다"고 발표했다. 정부 권고에 따라 상당수 지방자치단체는 그간 홈페이지에 공개해 오던 공무원 실명과 업무 등을 비공개로 바꾸는 추세다. 

시흥시도 6월 초부터 시 홈페이지의 공무원 이름은 성만 남기고 비공개하고, 청사 내부 복도에 걸린 조직도에는 사진만 빼고 실명을 공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시흥시 관계자는 "최근 악성 민원 등으로 실명을 모두 가리라는 내부의 목소리가 있지만 시민들이 이용하는 홈페이지에서 실명을 모두 없애는 것은 대민서비스를 하는 공공기관에서 지나치다는 판단에 절충안으로 성만 공개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 시흥시의회 홈페이지 11일 시흥시의회 홈페이지 조직도. 공무원들의 실명이 그대로 표시되어 있다.?
ⓒ 시흥타임즈 우동완
 
시흥시의회 상황은 어떨까. 같은 날 시의회 홈페이지를 확인해보니 소속 공무원의 실명과 업무가 예전과 같이 공개된 상태다. 각 기관별로 공개 여부가 통일되지는 않은 상황이다.

실명 비공개, 실효성 있는 조치인가 갑론을박

시흥시청 홈페이지의 공무원 실명 비공개 조치가 과연 실효성 있는 대책인지 여부에서 공직사회와 시민사회의 온도 차는 상당하다. 

일부 공무원은 악성 민원과 스토킹 등에 따른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실명 비공개는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공무원은 "어차피 민원 처리를 하다보면 담당자의 실명을 알게 되는데 아무런 이유 없이 미리 공개적으로 실명으로 알릴 필요가 있느냐"며 "공무원의 인권을 보호받기 위해서 최소한의 보호장치로 실명 비공개를 원한다"라고 말했다.

반면 시민사회는 실명 비공개로 인해 가뜩이나 높은 공공기관의 문턱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또한 공직자의 책임감과 투명한 행정 처리 차원에서 실명 공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 시흥시청 청사 내부 조직도 11일 시흥시청 한 부서앞에 걸린 조직도. 공무원들의 실명이 모두 공개되어 있다.
ⓒ 시흥타임즈 우동완
 
이날 만난 시민 이아무개씨는 "공무가 비공개에서 공개로 가는 것이 아니고 어떻게 공개에서 비공개로 퇴행할 수 있느냐"면서 "지금도 민원 상담을 하려면 담당자가 아니라며 '전화 뺑뺑이'를 돌리는 경우가 있는데 이름까지 비공개로 하면 익명 뒤에 숨어서 시민의 불편함이 더 늘지 않겠냐"고 걱정했다. 

또 다른 시민 김아무개씨는 "이름을 가린다고 악성민원이 사라진다는 발상 자체가 난센스"라며 "차라리 악성민원 등에 대한 처벌을 강하고 행정은 더 투명하게 하는 쪽이 낫지 않겠냐"는 의견을 제시했다.

악성 민원인들로부터의 공무원 보호 조치는 당연히 필요하다. 그러나 이것을 빌미로 지금껏 쌓아온 공직사회의 투명성이 훼손되고 책임회피의 기회로 삼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아 사회적 의견 수렴과 이에 대한 조치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여론이다. 

취재 중 장곡동에서 만난 한 어르신은 "공직에 있다고 하면 이름 석 자 걸고 자부심 느끼던 때가 있었는데, 국민도 화풀이 대상으로 여길 것이 아니라 상호 존중하는 것으로 의식이 달라져야겠다. 하지만 공직자들도 이런 일이 있다고 일희일비하면 되겠냐"고 개탄스러워했다. 

덧붙이는 글 | 본 기사는 시흥타임즈에도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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