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마크롱이 패배 후 조기총선 선택한 이유…“극우 대통령보다 총리가 낫다”
타이밍 두고도 극우 ‘허 찔렸다’
최악에도 대선은 안내주겠다 판단
프랑스가 파리 올림픽을 두 달도 남겨 놓지 않은 상황에서 선거 정국에 돌입했다. 유럽의회 선거에서 패배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의회 해산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이원집정부제인 프랑스에서 야당이 하원 다수 의석을 차지하면 총리를 선출할 수 있게 돼 대통령은 내치에서 권한을 잃게 된다. 선거 패배라는 불리한 상황에서의 의회 해산 선언의 배경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2022년 6월 프랑스 총선에서 마크롱 대통령의 소속 당인 르네상스를 포함한 범여권 세력(앙상블)은 하원 의석(577석) 과반에 미달하는 245석을 얻는 데 그쳤다. 이어 범좌파 연합(NUPES)이 131석을, 극우 국민연합이 89석을, 중도우파 연합(UDC)이 64석을 얻었다.
마크롱 대통령은 여소야대 상황으로 인해 정국 운영이 쉽지 않았다. 대표적인 사례가 연금 개혁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62세인 정년을 64세로 늘리는 등의 내용을 담은 연금 개혁 법안을 입법하기 위해 하원 표결을 생략하는 헌법 제49조3항을 동원했다. 야당은 이에 반발해 여러 차례 불신임안을 제출하기도 했다. 지난해 연말 이민 문턱을 높이는 이민법 강화 과정에서도 우파·극우파의 도움을 받으며 내각 구성원 일부가 반발하고 사퇴하는 등 진통이 적지 않았다.
정쟁이 이어지면서 마크롱 대통령의 지지율은 30%대로 추락했다. 이에 올해 초 총리를 엘리자베트 보른에서 대중적 인기가 높은 34세 가브리엘 아탈로 교체했지만 유럽의회 선거 패배를 막을 순 없었다.
현재 상황에선 내년도 예산안 표결에서도 마크롱 대통령이 승리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가디언은 “마크롱 대통령이 과반 의석을 잃은 이후 의회는 마비됐다. 정부는 인기 없는 법안을 입법하기 위해 경멸받는 방법을 동원해야 했다”며 “이런 부분이 마크롱 대통령이 깜짝 의회 해산을 단행한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마크롱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의회 해산 결정에 정치권 전반에선 “도박”이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중도좌파 사회당 소속의 안 이달고 프랑스 파리 시장은 10일 파리의 한 학교에서 열린 올림픽 사전 행사에서 올림픽에 조기 총선이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현재 분위기상으로는 유럽의회 프랑스 선거에서 1위를 차지한 극우 성향 국민연합(RN)이 조기 총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크다.
여론조사 기관 해리스인터랙티브와 RTL 라디오·M6 방송이 함께 실시한 의회 해산 발표 후 첫 여론조사에서 RN은 총선에서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됐다. 다만 의석 예측치는 577석 중 235~265석으로 과반(577석)을 달성하긴 어려울 것으로 예측됐다.
마크롱 대통령이 이끄는 중도 연합은 125~155석, 좌파 연합은 115~145석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정작 극우 세력은 마크롱 대통령의 결정을 환영하면서도 “허 찔렸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실제 의회 해산 선언으로 인해 프랑스 내 극우 정당의 기록적 승리라는 뉴스가 대부분 묻혔다.
RN의 부의장인 세바스티안 체누는 RTL라디오에 나와 “우리가 (의회 해산을) 원했지만 유럽의회 선거 직후에 이뤄질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며 “이런 맥락에서 선거는 선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유럽의회 선거와 다른 프랑스 선거의 구조도 마크롱 대통령의 결정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는 의원 선거에도 결선투표제를 채택하고 있다. 1차 투표를 시행한 뒤 총유권자수의 25% 이상을 득표한 후보가 없으면 12.5% 이상을 득표한 후보들이 결선 투표를 치르게 된다. 마크롱 대통령은 결선에서 극우 후보가 과반을 얻긴 어렵다는 판단했을 가능성도 크다.
마크롱 대통령 역시 2017년과 2022년 대선 1차 투표에선 마린 르펜 RN 후보를 상대로 근소하게 이겼지만 결선 투표에선 각각 33%포인트, 17%포인트의 큰 격차로 승리했다.
다만 AP통신은 “그 전략이 통하지 않을 수도 있다”며 “지난 총선에서 국민연합은 5년 전 얻은 의석의 10배가 넘는 의석을 확보했다”고 지적했다.
마크롱 대통령이 패배하더라도 총리직을 내주는 게 2027년 정권을 내주는 것보다 더 낫다고 판단했다는 의견도 있다. RN은 야당으로서 정부를 비판하면서 지지율을 키워왔다. RN이 다수당으로서 내각을 맡게 되면 수권 능력을 증명해야 하므로 지금의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긴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 1986년과 1997년 야당 출신으로 총리를 맡았던 자크 시라크와 리오넬 조스팽은 직후 대선에서 패배했다. 장 필립 데로지에 릴 대학 공법학 교수는 뉴욕타임스(NYT)에 “마크롱 대통령은 차기 대선에서 마리 르펜이 승리하는 것보다 RN 출신 총리가 집권하는 것이 덜 나쁜 선택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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