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감독 뵈니 옛날 생각 나네요"…제자와 재회한 김경문 감독, 허리 숙여 인사하며 '예우' [잠실 현장]
(엑스포츠뉴스 잠실, 조은혜 기자) 2008 베이징 올림픽 신화를 함께 만들었던 김경문 감독과 이승엽 감독이 이제 사령탑으로 만나 '사제대결'을 펼친다.
한화와 두산은 1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맞대결을 펼친다. 김경문 감독이 한화 지휘봉을 잡은 후 첫 두산전. 경기에 앞서 만난 김경문 감독과 이승엽 감독은 악수를 하며 회포를 풀었다.
야구팬이라면 모를 수 없는 2008년 올림픽 금메달의 환희, 당시 김경문 감독이 이끌었던 한국 야구 국가대표팀은 9전 전승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4번타자 이승엽 감독은 김경문 감독의 믿음 속에 일본과의 준결승전, 쿠바와의 결승전에서 연달아 홈런을 터뜨리고 한국의 금메달을 이끌었다.
까마득한 선후배 사이지만 두 사령탑은 고개를 숙이며 서로를 예우했다. 김경문 감독은 이승엽 감독과 만난 후 "생각 못했는데 막상 이승엽 감독을 이렇게 뵈니 옛날 생각이 난다. 너무 반가웠다. 경기는 물론 승부의 세계 속에서 해야 하지만, (베이징 올림픽은) 잊혀지지 않는 장면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승엽 감독은 선수 시절부터 익히 선수들, 코칭스태프 등 모든 이들에게 평이 좋지 않나. 감독 2년 차인데, 나도 후배 감독들이 잘하는 부분은 체크를 하면서 배워야겠다는 생각도 한다"면서 "한화가 좋은 팀들에게 밀리지 않고 같이 좋은 경기 할 수 있는 팀으로, 그런 경기를 하고 싶다 생각이 들었다"고 기대했다.
김경문 감독은 "(올림픽) 그때는 승리하고도 울지 않았나. 나도 우승에 대한 한이 많았었는데, 이승엽 감독 때문에 거기서 승리의 눈물도 한 번 흘렸고, 굉장히 기뻤죠"고 다시 한 번 '베이징 신화'를 함께 썼던 이승엽 감독과의 옛 추억을 돌아봤다.
이승엽 감독도 "항상 감사한 감독님이다. 지금은 이제 상대팀이니까, 냉정하게 팀을 위해 100% 집중을 해야 한다"고 얘기했다. 김경문 감독과의 '사령탑 대결'을 상상해 본 적도 있냐는 질문에는 "상상은 항상 하고 있었다. 감독님은 언제든지 복귀하실 수 있다고 봤다. 늘 하마평에 오르내리셨기 때문에 상대팀에서 뵐 수도 있겠다는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는데, 진짜 현실이 됐다"고 말했다.
이날 김경문 감독은 박흥식 코치, 김한수 코치 등 두산 코칭스태프들은 물론 포수 양의지와도 반가운 인사를 나눴다. 김경문 감독은 "양의지 선수는 고등학교 졸업하고 들어왔을 때부터 봤던 친구다. 그때 열아홉 살이었는데 같이 늙어 가는 거 같다"고 웃은 뒤 "포수가 저렇게 오래 한다는 건 관리를 잘하고 특이한 게 있는 것"이라고 칭찬했다.
그러면서 "타 팀이지만 좋은 점들 뺏어내라고 한다. 어느 타자, 포지션이나 후배들은 잘하는 선수들을 따라하기도 해야 한다"면서 "한화에는 젊은 선수들이 많은데, 우리는 류현진 선수가 있지 않나. 우리 선수들은 류현진의 도움을 많이 받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선수 시절과 감독 시절을 모두 지낸 베어스는 김경문 감독에게는 친정팀과 같은 곳. 김경문 감독은 "두산에 있으면서 베이징 올림픽 감독이 됐고, 그때 생각이 난다. 팬들도 고마웠다"면서도 "지금은 두산을 너무 편들면 안 된다"고 웃었다.
김 감독은 "두산에서의 감사한 건 잊지 않고 있고, 이제 한화 팬들에게 보여드려야 한다. 홈에서 이기는 걸 한 번도 못 보여주고 왔다. 야구는 첫 경기가 굉장히 중요한데, 저쪽도 매치업이 좋지만 우리도 선발이 나름대로 괜찮으니까 좋은 경기 찬스 오면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화는 앞선 NC 다이노스와의 시리즈에서 2연패 후 9일에는 연장 12회 끝에 3-3 무승부를 거뒀다. 양 팀 도합 잔루가 32개에 이르는 답답한 경기였다. 한화는 3-1로 이기다 8회초 조기 투입된 마무리 주현상이 김주원에게 동점 투런포를 맞았고, 이후 매 이닝 끝내기 찬스를 잡고도 추가 득점을 내지 못하며 승리에 실패했다.
김경문 감독은 "감독으로선 이겼으면 더 좋았겠지만, 투수들이 12회까지 잘 막아줬다. 여러 번 찬스에도 점수가 못 난 건 우리 선수들이 나름대로 경험을 쌓으면서 나중에 더 좋은 결과가 있을 거다"라며 "우리 선수들이 찬스에서 더 힘을 가볍게 들여 상대투수를 이겨내는 방법을 조금 더 연구해야 한다. 좋은 포수들은 찬스가 되면 볼 배합이 달라진다"고 강조했다.
이어 "남들은 헛심 썼다고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투수들이 12회까지 잘 막아줬다. 우리도 승리조가 어느 팀한테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도움이 된 경기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은 두산 곽빈을 상대해 황영묵(2루수)~장진혁(좌익수)~안치홍(지명타자)~노시환(3루수)~채은성(우익수)~김태연(1루수)~최재훈(포수)~이도윤(유격수)~이원석(중견수) 순으로 선발 라인업을 꾸렸다. 새 외국인 투수 하이메 바리아가 두 번째 등판에 나선다.
사진=잠실, 박지영 기자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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