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통주사·페인버스터 병행금지? 산모 우려에…복지부 "재검토"
정부가 분만할 때 흔히 쓰는 마취제 ‘무통주사’와 ‘페인버스터’를 동시에 사용할 수 없도록 행정예고한 것에 산모들 반발이 커지자, 환자 선택에 따라 쓰되 본인 부담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11일 보건복지부는 예정에 없던 기자설명회를 열고 “당초 행정 예고안은 사실상 한쪽만 맞을 수 있도록 한 것이었는데, 이를 변경해 2종 다 맞을 수 있도록 하겠다”며 “다만 환자 본인이 부담하는 방향으로 검토해나가고자 한다. 전문가 의견을 더 수렴해 최종 결정을 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지난 5월 오는 7월부터 무통주사와 페인버스터를 같이 사용할 수 없다는 취지의 급여기준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페인버스터의 정식 명칭은 ‘지속적 국소마취제 투여법’이다. 수술 부위에 초소형관(카테터)을 삽입해 마취제를 넣는다. 통상 제왕절개 하는 산모들이 수술 때 무통주사(경막외마취)와 페인버스터를 함께 쓰는데, 이를 금지하는 취지의 행정예고안이 알려지자 산모들 사이에서 우려가 쏟아졌다.
산모들이 모인 온라인 카페 등에서는 “페인버스터 없이 못 버티는데 말도 안 된다” “확실히 둘 다 맞는 게 고통이 적은데 이게 웬 탁상행정이냐” “제왕절개 앞두고 있는데 겁난다” 등의 글이 줄을 이었다. 원혜성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교수(대한산부인과학회 대변인)는 “산모마다 고통을 참을 수 있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비용을 내고라도 둘 다 맞겠다면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논란이 커지자 보건복지부는 산모 선택에 따라 병용 가능한 쪽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다만 무통주사에 페인버스터를 추가로 사용할 경우 환자 본인부담률을 기존 80%에서 90%로 상향 조정할 계획이다. 환자가 내는 비용은 치료 재료에 따라 다른데 통상 12만~30만원 선이다. 본인부담률이 높아지면 2~5만원가량 더 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는 페인버스터에 대한 전문가 평가 결과, 사회적 요구도 등이 기존보다 낮게 평가된 데 따라 본인부담률을 상향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건강보험 급여 항목 가운데 치료 효과성이나 비용 효과성이 불확실한 ‘선별급여’ 항목은 주기적으로 적합성 평가를 받게 된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페인버스터에 대한) 적합성 평가에서 의학적 타당성은 대부분 있다는 의견이었지만, 비용 효과성이 좋지 않으며 대체가능하고, 사회적 요구도도 낮다고 평가됐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이 지난해 페인버스터에 대해 실시한 의료기술 재평가에서 다른 통증 조절법과 병합 사용은 ‘권고하지 않음’으로 심의된 점도 이번 행정예고의 주요 근거였다고 밝혔다. 연구원이 발간한 재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무통주사 등의 통증 조절방법을 단독으로 사용하는 경우와 페인버스터를 함께 사용하는 것을 비교했을 때, 통증조절 정도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다는 의견이 있었다. 대한마취통증의학회는 “(페인버스터를 병행해 사용하면) 다량의 국소마취제 사용에 따른 전신 독성 우려가 있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이번 행정예고와 관련해 일각에선 무통주사와 제왕절개도 비급여로 전환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으나, 보건복지부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제왕절개와 무통주사는 필수급여여서 계속 건강보험 보장을 받을 수 있다”며 “일부 의료계에서 (페인버스터 등이) 혼합진료 금지 항목이 되는 것 아니냐고 하는데, 이것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남수현 기자 nam.sooh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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