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더미 역대 최대, 고졸 채용은 급감…악순환 빠진 공공기관
한국전력공사(한전) 등 에너지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부채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이들은 경영 효율화의 일환으로 신규 채용을 줄여왔지만, 고졸·장애인 등 사회형평적 채용도 덩달아 감소하면서 사회적 책무를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결국 전기·가스 요금 현실화 등 근본적이고 현실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부채 첫 700조원 돌파…14개 기관이 65% 차지
11일 국회 예산정책처의 ‘2024년 대한민국 공공기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324개 공공기관의 부채총액은 전년 대비 5.7% 증가한 708조9500억원으로 나타났다. 공공기관 부채총액이 700조원을 넘은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2019년에 524조6000억원이었던 부채는 2020년 541조8300억원, 2021년 584조3500억원, 2022년 670조9500억원 등 매년 가파르게 올랐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를 통해 정부가 지정한 14개 재무위험기관으로 한정해 분석해보니, 이들의 부채 총합은 459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공공기관 부채의 64.5% 수준이다.
부채 기준으로 한전이 202조4500억원으로 가장 많고, 뒤이어 한국토지주택공사(LH·152조8500억원), 한국가스공사(47조4300억원),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46조300억원), 한국철도공사(20조4700억원), 한국석유공사(19조5800억원) 순으로 이어졌다. 14개 기관 중 12개가 에너지·자원 관련 공공기관이다.
한전과 가스공사의 막대한 부채는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는 동안 전기·가스 요금을 사실상 동결 수준으로 유지한 영향이 컸다. 특히 한전은 전력공급비용 조달차입금이 증가하면서 부채비율은 543.3%에 달했다. 전체 부채비율(183%)을 크게 상회하는 수치다. LH의 경우엔 임대주택 정책 확대와 부동산 경기 악화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다.
4년새 신규채용 63.2% 감소…고졸은 71.3% 급감
이들 기관은 경영 효율화의 일환으로 문재인 정부 당시 확대된 신규 채용 인원을 매년 줄여왔다. 알리오에 공시된 14개 기관의 일반 정규직 신규 채용 인원은 2019년 8171명에서 지난해 3010명으로 4년 새 63.2% 감소했다. 이는 전체 공공기관 신규채용 감소폭(51.3%)보다 훨씬 크다.
이 과정에서 고졸 등 노동시장 취약계층에 대한 채용도 크게 줄었다. 14개 기관의 고졸 채용 인원은 2019년 1766명에서 지난해 506명으로 71.3% 급감했다. 전체 채용 인원 대비 고졸 비중도 같은 기간 21.6%에서 16.8%로 4.8%포인트 줄었다. 여성 신규 채용은 2019년 1685명에서 2023년 849명으로 49.6% 줄었고, 장애인 신규 채용은 같은 기간 247명에서 117명으로 52.6% 감소했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공공기관이 자기 역량을 벗어나 과잉 고용을 할 순 없겠지만, 사회적 가치를 실현해야 하는 특성상 노동시장 취약계층에 대한 고용은 경영 효율화와 별도 기준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공공요금 현실화, 포퓰리즘 지양 등 근본적 해결 필요”
경영 혁신을 위해선 사회적 책무를 다하는 선에서 에너지 요금 현실화 등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제22대 국회 입법정책 가이드라인’ 보고서를 통해 “공공서비스 제공에 소요된 총괄원가를 보상하는 수준에서 결정되어야 하는 공공요금이 원가에 미달하여 발생하는 역마진 구조가 공공기관 부채를 증가시키는 한 원인”이라며 “요금 현실화가 재정위기 타개의 근본적 해결책”이라고 밝혔다.
정부와 정치권에서 쏟아지는 선심성 정책이 공공기관 재무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표적으로 정부는 올 초 민생토론회를 통해 철도 지하화 재원을 공공기관 채권(공사채)을 통해 조달하겠다고 밝혔는데, 사업성이 기대만큼 나오지 않으면 결국 공공기관이 수십조에 달하는 부채를 떠안아야 한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을 담당하는 공공기관에서 부채가 발생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구조적 개선이 가능한 곳은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나상현 기자 na.sang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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