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연인과 썸타고 키스하는 엄마…전도연 "그 상황에 날 던졌죠"
내달 7일까지 LG아트센터 공연
“첫 등장부터 트레이닝복에 트렌치코트 차림이죠. 라이브하고 현대적인 작품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27년만의 연극 복귀작 ‘벚꽃동산’으로 화제몰이 중인 배우 전도연(51)의 말이다. 지난 4일 서울 마곡 LG아트센터에서 개막한 '벚꽃동산'은 다음달 7일까지 관객과 만난다.
'벚꽃동산'은 러시아 극작가 안톤 체호프의 대표작으로, 러시아 귀족 가문의 몰락을 통해 급변하는 시대와 이에 뒤처진 사람들의 불안과 욕망을 담았다. ‘메디아’ ‘페드라’ ‘에르마’ ‘입센의 집’ 등 고전의 재해석으로 이름난 호주 연출가 사이먼 스톤이 2024년 한국 사회를 배경으로 재창작했다. 박해수‧손상규 등 영화‧드라마를 넘나든 배우들이 출연해 개막 일주일간 90%대 좌석점유율을 기록했다.
MBC 드라마 ‘우리들의 천국’(1993)으로 데뷔해 지난해 영화 ‘길복순’, 드라마 ‘일타스캔들’ 등 50편 가까운 작품에 출연해온 ‘칸의 여왕’ 전도연의 무대 연기도 주목받고 있다. 그의 무대 도전은 연극 ‘리타 길들이기’, 가극 ‘눈물의 여왕’에 이어 세 번째다. ‘벚꽃동산’에선 아들을 잃고 떠났던 서울로 수년 만에 돌아온 재벌 3세 도영 역을 맡았다. 원작의 몰락한 귀족 캐릭터다.
인터파크 예매 관객 평점은 8.3점(10점 만점). “외국 연출의 한국식 막장 드라마” “억지스러운 구성과 각색” 등 혹평도 있지만, “전도연 연기가 섬세하다” “여성 인물 재해석이 두드러진다”는 호평이 더 많다.
"원작 재미없어 거절 고민, 재해석 궁금했죠"
11일 LG아트센터에서 만난 전도연은 “(안톤 체호프) 원작(희곡)을 재미없게 읽어서 연극을 거절하려다가, 스톤의 ‘메디아’ 공연 영상을 보고 배우로서 피가 끓었다. 한국적 재해석이 궁금해졌다”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검은 원피스 차림의 그는 연일 공연으로 피곤한 기색이었지만, “원작의 무겁고 어두운 부분을 풍자적 블랙코미디로 바꾼 스톤의 해석이 개인적으론 만족스럽다”며 밝게 말했다. “개막 전 두 차례 프리뷰가 저한텐 첫 공연 같았다. 무대 오르기 전까진 무섭고 도망가고 싶었는데 공연 후 관객 박수를 받을 땐 잘해냈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소감도 밝혔다.
앞서 스톤 연출은 “‘벚꽃동산’ 여주인공은 어떤 짓을 해도 사랑스럽고 매력적으로 보여야 한다”면서 “한국의 메릴 스트립 전도연이 꼭 필요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날 전도연은 “스트립은 너무나 훌륭한 배우지만, 저와 결이 다르다. 그는 완벽주의자이지만, 저는 좀 더 열려있고 싶다”고 말했다.
딸 연애상대와 키스하는 '콩가루 엄마'
“올 1월 스톤과 배우들이 일주일간 워크숍을 하며 개인적이고 사소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는 전도연은 “대본을 보고는 사이먼 스톤이 내게서 뭘 본 거지? 싶었다. 도영이 딸들에게 자신의 상처를 전가하는 게 처음엔 이해 안 갔지만, 제 안에서 차차 그 인물을 찾아 나갔다”고 했다.
그는 큰딸의 연인과 썸을 타는 대목에선, "감정을 감추지 않고 상황에 나를 던졌다"고 했다. 이어 “사이먼은 답을 주지 않고 내가 느끼는 대로 맑은 영혼을 표현하라고 했다. 기술적으로 연구하다 보면 늪에 빠질 수밖에 없는 인물이어서 내가 느끼는 것에 충실하며 연기했다”고 덧붙였다.
쪽대본 불안감 속 새로움 찾아간 연출
전도연은 계속해서 쪽대본이 추가되는 연습 과정이 불안했지만 적응해갔다고 했다. “사이먼 스톤은 배우들이 불안정 속에서 새로운 걸 찾아가길 원했던 것 같다”며 “준비된 연기가 아니라 실수에서 나오는 새로움을 즐기라고 계속 요구했다”고 부연했다.
“‘밀양’(칸 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작) 때 이창동 감독님께 결혼도 안 하고 아이도 없는 나를 도대체 왜 캐스팅했냐고 물으니 모성 본능이 뛰어나 보였다고 하셨어요. 저 스스로 알 수 없는 부분을 끄집어내는 감독들이 좋아요. 작품을 통해 저를 발견해나가고 싶거든요.”
‘벚꽃동산’은 올해 한국 공연을 마치고 내년 3월 호주 애들레이드 페스티벌을 시작으로 내후년까지 월드 투어를 타진 중이다. 전도연은 “해외에 작품이 초청되면 영광이다. 참여할 수 있는 만큼 하고 싶다. 다른 좋은 연극 제안이 오면 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저도 조금은 완벽주의자예요. 실수하는 걸 두려워하는데 겁이 많아서인 것 같아요. 그 두려움조차 저 자신을 알아가는 시간이란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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