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남 "첨단기술이 유일한 생존 방안…기술우위 놓치면 추격자 전락"
미래 경쟁력 담보 기술 확보 논의
"첨단 기술 주도권, 즉 대체 불가한 기술만이 유일한 생존 방안이다. 기술 우위를 선점할 절호의 기회를 놓친다면 우리는 추격자로 전락할 수 있다."
김기남 한국공학한림원 회장(삼성전자 상임고문)은 11일 웨스틴 조선 서울에서 열린 '2024년 IS4T(Industrial Strategy for Tomorrow) 포럼'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김 회장은 "대체 불가한 기술은 국가의 전략 자산이자 미래 성장 동력"이라며 "기업의 끊임없는 혁신 노력과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김 회장이 이날 위기 발언을 한 배경에는 국내 반도체 경쟁력 약화가 있다. 그는 "한국 반도체는 모바일 시장 개화 이후 어떤 나라보다 성장했고 줄곧 1, 2등을 달성해왔다"며 "하지만 지난해부터 본격화한 인공지능(AI) 반도체 1차 라운드에선 엔비디아와 TSMC가 매출을 대폭 확대하며 미국, 대만이 승자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엔비디아의 경우 2021년 반도체 매출 순위에서 10위였지만 지난해 수직 상승했고 올해는 반도체 역사상 1000억불 넘기는, 매출 1위를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국가 간, 기업 간 AI 반도체 주도권 경쟁은 더욱 격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회장의 이같은 문제의식은 이날 포럼에서 계속 이어졌다. 발표자로 참석한 박동건 서강대 교수(전자공학과)는 반도체 국가별 경쟁 상황이 심화하고 있으며 관련 혁신 과제 및 정책 지원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최근 대만은 물론 미국, 일본 등지에서 각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2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기획에서 생산 개시까지 완성하는 일들을 목도하고 있다"며 "주변 국가의 범국가적 대응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우리의 문제를 시급히 해결하지 않으면 지금의 대체 불가성은 크게 훼손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메모리와 파운드리의 대체 불가적 세계 시장 지위를 확대하기 위해 신속한 대규모 투자를 지속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위해 인프라(토지, 용수, 전기) 구축 지연 등 기업들이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범국가적으로 지원하는 정책이 시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발표자였던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은 AI 분야 경쟁력 강화 주문을 하기도 했다. 배 원장은 "현재 대한민국은 AI에 대한 관심이 높으나 주요 요소별 경쟁력을 볼 때 자칫 글로벌 생태계 종속 국가가 될 우려가 있다"고 짚었다. 향후 도래할 초인공지능 시대에 대비하려면 "기존 거대언어모델(LLM)과는 다른 연구가 필요하다"며 "미래 기술 리더십을 확보하기 위한 퀀텀 점프 과제를 범정부 차원의 혁신 과제로 선정해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포럼은 '위기의 K-인더스트리(Industry), 미래주도 혁신과제로 대체 불가의 나라를 꿈꾼다'를 주제로 진행됐다. 한국공학한림원은 급변하는 글로벌 경제 및 기술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2022년 산업미래전략위원회를 발족해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미래 핵심 산업을 ▲초인공지능(Artificial Super Intelligence) ▲에너지&환경(Energy & Environment) ▲생체의학(Biomedical) ▲미래 모빌리티(Future Mobility) ▲생활 인프라(Living Infrastructure) ▲ICT 생태계(Ecosystem) ▲제조(Manufacturing) 등 7매 도메인으로 정리했으며, 올해는 도메인별 심층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공학한림원은 이번 포럼에서 제안된 혁신 과제가 정부의 주요 산업 정책과 우선순위 결정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으로 지속적인 연구와 토론을 통해 대체 불가 대한민국 건설을 위한 혁신 방안과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이번에 제안된 피드백을 바탕으로 연구 결과를 보완, 하반기에 최종 보고서를 발간하고 연계 정부 부처와 협력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김평화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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