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신뢰 얻어야"…정진석에 쓴소리 쪽지 전한 盧비서실장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11일 역대 정부 대통령 비서실장을 초청해 여의도 중식당에서 오찬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엔 진보·보수를 가리지 않고 김대중(DJ) 정부부터 역대 대통령 비서실장이 다수 참석했다. DJ정부의 박지원 전 실장(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노무현 정부 김우식 전 실장, 이명박(MB) 정부 류우익 전 실장, 박근혜 정부의 이병기 전 실장, 문재인 정부의 노영민 전 실장, 윤석열 정부의 이관섭 전 실장이 참석했다.
대통령실은 보도자료를 내고 “역대 대통령 비서실장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며 “민생 현안을 풀어나가기 위해 경륜 있는 대통령 비서실장의 지혜와 고견을 들으려 마련한 자리”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실은 “역대 정부 비서실장들이 '민생과 경제 회복을 위해 정부와 국회가 힘을 합쳐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주문했다”고 밝혔다.
이날 2시간가량 이어진 오찬에서 참석자들은 모두 각자의 경험담을 풀어놓았다고 한다. 이병기 전 비서실장은 통화에서 “싸우는 자리가 아니라 허심탄회하게 대화하는 자리였다”며 “정 비서실장이 오랜 기간 공을 들였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날 오찬에선 최고령자인 노무현 정부 김우식 전 실장이 대화를 주도했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김 전 실장은 정 실장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A4용지 한장 분량으로 자세히 적어와 그 요지를 직접 읽은 뒤 전달했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김 전 실장이 ‘대통령과 정치인에게 가장 중요한 건 국민의 신뢰를 얻는 것으로, 그 신뢰는 품격에서 나온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비서실장은 대통령에게 진짜 민의를 전해야 하는 자리라는 취지의 조언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김 전 실장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정국이 워낙 어려운 시기라 며칠 전부터 준비해 약간의 쓴소리를 했다”며 “구체적 내용을 말씀드리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김 전 실장 외에도 류우익 전 실장은 “대통령 비서실장은 대통령에게 좋은 사람을 추천해야 한다”는 조언을, 이병기 전 실장은 "국정난제들이 산적한 상황에서 김정숙, 김건희 등 영부인 문제가 나라를 들썩일 만한 사안이 아니다. 빨리 털고 앞으로 나아가야한다"는 지적을, 노영민 전 실장은 “문재인 정부 말기 때 일본과 강제징용 문제를 풀기 위해 노력했다”는 당시 일화를 밝혔다고 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정 실장이 임명 직후부터 준비해 성사된 자리”라며 “오찬에서 받은 조언을 국정 운영에 적극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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