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없다' 강석훈 회장 "산은, 반도체 초격차 자체 지원…3년 간 15조 규모"
정부 기본계획 따라 "100조원 규모 '대한민국 리바운드 프로그램' 기획"
중동 오일머니 적극 유치…UAE·카타르 등과 투자협력 확대
안정적 재무구조 확보…자본금 증액·배당 유보 등 다양한 방안 모색
산업은행이 자체 반도체 초격차 지원 프로그램을 앞으로 3년 동안 15조원 규모로 운영하고, 첨단전략산업에 대해 100조원 규모의 정책자금을 공급한다. 중동의 오일머니를 적극 유치하는 등 글로벌 투자협력을 확대하는 한편,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확보하고자 법정자본금 한도 증액, 배당 유보, 현물 배당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한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이 11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관에서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계획을 밝혔다. 최근 정부는 반도체지원과 관련해 산업은행 출자를 통한 17조원 자금공급 방안을 발표했다.
그는 "제조시설, 팹리스, 후공정, 반도체 장비 등 반도체 산업생태계 전반에 걸쳐 국고채 금리 수준의 저리 대출을 할 수 있도록 17조원 규모의 반도체 설비투자 특별 프로그램 신설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정부 출자 이전이라도 자체 프로그램을 앞으로 3년 동안 15조원 규모로 운영하면서 금리 우대 폭을 높이겠다"고 설명했다.
산은은 최근 3년 동안 국내 제조업 설비투자액의 18.4%를 공급했다. 이에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첨단전략산업 육성 기본계획에 따라 550조원 이상의 설비 투자 계획 중 100조원 수준의 시설자금 공급을 책임져야 할 것으로 추산된다.
강 회장은 "산은이 100조원 수준의 정책자금을 공급하면 전 산업에 걸쳐 80조원의 생산유발효과와 연간 34조원의 부가가치유발효과, 14만명의 고용유발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 34조원의 부가가치는 2023년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1.5%, 14만명의 고용유발효과는 총 고용의 0.7%에 해당한다.
잔여 자금은 이차전지, 바이오·헬스, 디스플레이, 인공지능(AI) 등의 첨단전략 산업에 집중 투입한다. 그는 "특히 AI의 출현은 증기기관에 버금가는 기술혁명으로 평가받고, 산업혁명과 정보화 혁명만큼 경제, 산업, 사회 전반에 엄청난 파급력을 미칠 것"이라면서 "전용 금융상품과 AI 코리아 펀드 출시 등을 통해 국가 AI 경쟁력 확보를 뒷받침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산은법 개정을 통해 법정자본금 한도를 60조원 수준으로 증액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매년 안정적으로 3조원 이상의 수익을 실현하면서 일정 기간 배당을 유보하는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강 회장은 "산은은 시중은행과 달리 현물출자 공기업 주식과 구조조정기업 출자전환 주식이 자본과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재무적 변동성이 크다는 특징이 있다"면서 "산은의 안정적인 재무구조 확보를 위해 법정자본금 한도 증액과 함께 배당 유보, 현물 배당 등 다양한 방안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정부, 국회와 논의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독일의 정책금융기관인 독일재건은행(KfW)은 정부에 배당하지 않고 순이익을 전부 유보해 정책금융에 재투자하고 있다. 산은이 KfW처럼 순이익을 유보한다면 현금증자와 동일한 효과를 내면서 수익성을 구조조정으로 개선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UAE 이어 카타르 등 중동국가와 투자 협력 더욱 확대
중동 국가들과 투자 협력도 더욱 확대할 방침이다. 현재 국내 주요 기업들은 대규모 설비투자를 위한 자금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에 대한 국내 금융기관의 자금공급 여력 역시 넉넉하지 않은 상황이다. 반면 중동 국가들은 석유 의존도를 낮추고 신재생에너지, ICT, 바이오 등 미래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강 회장은 "중동의 오일머니를 적극 유치하고 중동과 글로벌 투자 협력을 확대해야 한다"면서 "아랍에미리트(UAE)의 300억달러 투자계획을 현실화하는 한편, 카타르 등 다른 중동국가와 글로벌 투자 협력도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2023년 1월 UAE가 한국 시장에 300억달러 투자 계획을 발표한 이후 산은은 UAE 국부펀드 무바달라와 파트너십 체결을 통해 투자 협력 채널을 구축했다. 그 결과 지난 5월 한·UAE 정상회담에서 정부는 UAE 측이 60억달러 이상 투자 기회를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산은 '남부권투자금융본부' 신설…" 부산 이전 前 실질적 이전 효과 내겠다"
강 회장은 산은의 부산이전을 위해 산은법 개정이 필요한 만큼 22대 국회를 설득하고 협의를 지속하면서 그 이전이라도 실질적인 이전 효과를 낼 수 있도록 '남부권투자금융본부'를 조속히 신설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산은은 지난해 5월 이전대상공공기관으로 지정됐었다.
본부 산하에는 '호남권투자금융센터'를 포함해 지역 스타트업의 창업부터 스케일업까지 지원하는 ‘지역기업종합지원센터’를 추가로 설치한다. 그는 "기존의 동남권 영업조직을 적극 활용해 신산업 전환과 사업재편에 애로를 겪고 있는 전통 주력산업 영위 기업들이 녹색·디지털 전환 및 미래 먹거리 발굴을 통해 활력을 되찾을 수 있도록 그린·디지털 전환 및 사업 구조전환 등을 위한 전용상품, 미래에너지 펀드 등을 '사업구조 체인지업 프로그램'으로 지원하겠다"고 설명했다.
산은 조직의 내부역량을 제고하면서 직원과 소통도 강화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강 회장은 AI 전문가 양성을 위한 AI 교육과정, 글로벌 인재 양성을 위한 글로벌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GBC) 연수 등 맞춤형 교육프로그램을 신설·확대하면서 직원들의 학술 연수 기회를 확대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앞으로도 새롭게 변화하는 금융, 산업, 기술을 이해하고 미래를 선도하는 인재를 양성해 조직의 내부역량을 키우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직원들과 적극적인 소통을 기반으로 산은의 최우선 현안들을 해결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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