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대로 운영위원장 여당 넘겨라" 7년 전 민주당은 이랬다
“1988년 13대 국회 이후 운영위원장직은 의석수와 무관하게 여당이 맡아왔다.”
최근 국민의힘이 주장했을 법한 말이다. 실은 문재인 정부 출범 한 달여만인 2017년 6월, 야당에서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원내대변인의 논평이었다. 당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원내대표였던 정우택 운영위원장이 여당의 사퇴 요구를 거부하자 내놓은 반응인데, 7년이 지난 지금 여야 상황과 상반된 모습이다.
국회 다수 의석을 차지한 민주당이 국회의장을 비롯한 운영위원장과 법사위원장을 독점하면서 과거 야당의 이른바 ‘내로남불’식 발언이 재소환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민주당은 운영위원장을 되찾기 위해 “상식이 통하는 국회의 시작은 운영위원장직을 여당에 넘기는 것이 기본”(강훈식 원내대변인)이라거나, “나라를 나라답게 만들 수 있도록 대승적 차원의 협치에 동참해주기를 간곡히 바란다”(백혜련 대변인)며 당시 야당을 압박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였다.
반면, 당시 야당은 “갑작스러운 대선으로 정권이 교체됐다고 법에 따라 2년 임기가 보장된 위원장을 바꾸자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일축했다. 결국 운영위원장직은 해를 넘긴 2018년 7월 국회 하반기 원 구성 협상 이후 민주당으로 넘어갔다.
법사위원장도 마찬가지다. 2008년 18대 국회 개원 당시 소수 야당이던 81석의 통합민주당은 “법사위원장은 관례에 따라 국회의장 출신 정당과 다른 정당에서 맡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151석의 한나라당에 맞섰고, 결국 요구를 관철했다. “관례나 합의, 협의를 빙자해 국회의 역할을 사실상 못하게 하는 일은 있어선 안 된다”(이재명 대표)는 지금의 민주당과 정반대 논리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 연구소 교수는 “과거에도 여야가 자신들에게 유리한 논리를 내세웠지만, 결국 협상 지렛대로만 활용하며 대부분 관례대로 원 구성이 됐다”며 “이번 국회에서 그간의 합의 전통이 깨지면서 우리 정치가 더욱 양극단으로 치달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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