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플] 혁신보다 안정 택한 애플의 AI…머스크 “애플 기기 금지”

강광우 2024. 6. 11.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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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지각생’ 애플이 아이폰 등에 탑재할 생성 인공지능(AI) ‘애플 인텔리전스(Apple Intelligence)’를 공개했다. 10억 명 이상이 쓰는 애플 생태계를 혁신할 기술을 선보였지만, 경쟁사들이 이미 제공하고 있는 기능들이 많아 결정적 한 방이 부족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10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에 있는 애플 파크 본사에서 개최한 연례 세계 개발자 회의(WWDC24)에서 기조 연설에 나서고 있다. EPA=연합뉴스


무슨 일이야


애플은 10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본사에서 세계 개발자 대회(WWDC24)를 열고 ‘애플 인텔리전스’를 공개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 맥 등 애플 기기 전반에 적용할 생성 AI 시스템이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기조연설에서 “우리는 수년 전부터 AI와 머신러닝을 (애플 기기에) 접목해왔고, 생성 AI는 이를 더욱 강력한 차원으로 만들어준다”며 “애플 인텔리전스는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옥 기자


애플 AI, 달라진 3가지


① 애플표 ‘AI 에이전트’: 애플 인텔리전스는 애플 기기를 쓰는 방식을 바꿀 전망이다. 예컨대 원하는 사진을 찾기 위해 사진첩을 끝없이 위로 올리지 않아도 된다. “엄마랑 내가 나온 사진 전부 보여줘”라고 하면 AI가 해당하는 사진을 찾아주는 식. 사용자 개인 정보와 맥락도 잘 이해한다. “아내가 지난번에 보내준 팟캐스트 재생해 줘”라고 하면 알아서 찾아서 실행한다. 이메일이나 블로그 게시글을 쓸 때 AI가 상황에 맞는 적합한 표현을 찾아주고, 문법과 문장 구조도 점검해준다. ‘젠모지(Genmoji)’에 현재 기분을 설명하면 그에 맞는 이모티콘도 만들 수 있다. 2011년 나온 음성 인식 AI ‘시리’의 능력 향상도 주목할만한 변화다. 애플은 시리에 대규모 언어모델(LLM)을 적용해 복잡한 질문을 잘 이해하고 맥락에 맞는 답변을 할 수 있게 했다. 예를 들어 “엄마가 탄 비행기가 언제 도착하지?”라고 말하면 항공편 정보와 실시간 운항 정보를 확인해 도착 시각을 알려준다. 시리는 화면 속 내용도 인지할 수 있어 친구가 메시지로 새 주소를 보내준 경우 “이 주소를 친구 연락처 카드에 추가해 줘”라고 말하기만 하면 된다.
애플 인텔리전스가 탑재된 애플 기기들의 모습. 애플코리아


② 17년 만에 통화 녹음: 애플은 아이폰을 출시한 2007년 이후 17년 만에 처음으로 자체 전화 앱에서 통화 녹음 기능을 제공하기로 했다. AI가 녹음한 내용을 텍스트로 바꿔주고, 이를 요약하기도 한다. 미국은 상대방 동의 없는 통화 녹음이 불법이라 애플은 그동안 자체 녹음 기능을 도입하지 않았다. 다만 다른 스마트폰과 달리 녹음 버튼을 누르면 상대에게 녹음 중인 사실이 자동으로 안내된다. 아이패드에도 그동안 없었던 자체 계산기 앱이 생긴다. 애플펜슬을 이용해 복잡한 수식을 적으면 AI가 이를 인식해 계산해준다.

③ 2분만 소개된 챗GPT, 왜?: 애플은 이날 오픈AI의 GPT-4o(포오) 도입을 공식화했다. 하지만 소개 시간은 기조연설 1시간 45분 중 2분가량에 불과했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도 이날 WWDC 현장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무대에 오르진 않았다. 업계 안팎에선 애플이 자체 AI에 더 무게를 두기 위한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애플은 이날 발표에서 경쟁사와 차별화할 특장점으로 자체 AI의 ‘개인정보 보호’ 기능을 강조했다. 크레이그 페더리기 애플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수석 부사장은 “애플 인텔리전스의 모든 기능은 개인정보 보호를 최우선으로 고려해 설계됐다”며 “‘프라이버시 AI’의 새로운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AI 기능을 온디바이스(기기내장) 형태로 제공하는 점, 부득이할 경우 정보 유출이 없는 ‘프라이빗 클라우드’에 전송해 처리하도록 한 점은 모두 보안을 위한 조치다. 애플은 또 챗GPT 이용도 사용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블룸버그는 이날 “애플은 사진 컬렉션을 조합하거나 저녁 식사 예약을 도와주는 등 덜 위험한 작업에 집중하려고 한다”고 분석했다.

10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에 있는 애플 파크 본사에서 개최한 연례 세계 개발자 회의(WWDC24)에 모습을 나타낸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 EPA=연합뉴스


시장 반응은


시장 반응은 미지근했다. 이날 애플이 공개한 기능들은 이미 경쟁사 생성AI에서 제공하고 있는 기술이 많아서다. 애플만의 혁신성을 드러낸 결정적 한 방은 없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발표 이후 애플 주가는 1.91% 하락했다. 자산운용사 글로벌X의 테하스 데사이 애널리스트는 “투자자들은 분명 AI와 관련해 애플의 좀 더 야심 차고 포괄적인 전략을 원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이날 애플의 발표 이후 자신의 엑스(X) 계정에 “애플이 만약 오픈AI와 OS 수준에서 통합할 경우 내 회사 내에서 애플 기기의 사용을 금지할 것”이라며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머스크는 “애플이 일단 당신의 데이터를 오픈AI에 넘겨주면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전혀 알 수 없다”며 “그들은 당신을 배신하고 팔아넘기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오픈AI 창립 멤버였다 사임한 머스크는 오픈AI의 영리사업에 대해 비판해왔다. 그는 오픈AI에 대항해 AI 스타트업 xAI를 직접 설립하기도 했다.


앞으로는


개인 정보 보호와 안전성을 강조한 애플 AI 전략의 성패는 향후 애플이 이 기능을 탑재해 출시할 신제품에서 판가름 날 전망이다. 애플은 첫 AI폰인 아이폰16을 오는 9월 공개한다.

강광우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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