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게이츠가 만들고 SK 투자한 회사, 美서 첫 '미니원전' 착공

김민정 2024. 6. 11.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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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현지시간) 미국 와이오밍주에서 열린 테라파워 소형모듈원자로(SMR) 착공식에 마크 고든 와이오밍주 주지사(왼쪽 세번째)와 테라파워를 만든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왼쪽 네번째), 크리스 르베크 테라파워 최고경영자(CEO) (왼쪽 다섯번째) 등 관계자들이 참석해 첫 삽을 뜨고 있다. 사진 테라파워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가 만들고 SK가 투자한 소형모듈원자로(SMR) 기업 테라파워가 10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첫 SMR 건설 공사에 들어갔다. SMR은 기존 원전보다 안전성이 높아서 미래 에너지 산업 판도를 바꿀 것으로 기대되는 차세대 원전이다. 현재는 국가가 개발을 주도하는 러시아와 중국이 상용화 측면에선 앞서고 있다. MS 등 민간 주도의 미국이 SMR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고 에너지 패권 싸움에서 승기를 잡을지 주목된다.

이날 미국 와이오밍주(州) 케머러에서 게이츠와 크리스 르베크 테라파워 최고경영자(CEO), 마크 고든 주지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SMR 착공식이 열렸다. 미국 내에선 첫 SMR 공사다. 이와 관련, AP통신은 "테라파워가 지난 3월 미 규제 당국인 원자력규제위원회(NRC)에 원자로 건설 허가를 신청했다"며 "이날 시작된 공사는 NRC의 승인이 내려지면 가능한 한 빨리 원자로를 건설할 수 있도록 부지를 준비하는 작업"이라고 전했다.

완공 목표는 2030년이다. 내년 폐쇄 예정인 석탄 화력발전소 인근에 최대 40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345㎿(메가와트)급 단지로 구축된다. 건설 비용만 최대 40억 달러(5조5000억원)에 이른다. 사업비 중 절반가량은 미국 에너지부가 지원한다.

게이츠는 "민간 부문에서 탄소 연료를 쓰지 않겠다"며 2008년 테라파워를 설립했다. 지구온난화 주범으로 꼽히는 화석연료도, 효율성이 떨어지는 풍력·태양열 등 신재생에너지도 기후위기 극복의 열쇠가 될 수 없다고 판단한 결과다. SK 그룹의 지주회사인 SK와 에너지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도 2022년 테라파워에 2억5000만 달러(3444억원)를 투자했다.

게이츠는 이날 착공식에서 SMR을 "차세대 발전소"로 지칭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미래를 움직일 것"이라며 "경제 활성화와 기후 변화 방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더 풍부한 청정에너지가 필요하다"고 추가적인 SMR 건설도 시사했다.

미국 와이오밍주에 완공될 테라파워의 소형모듈원자로(SMR) 조형도. 사진 테라파워

SMR은 냉각재로 물이 아닌 액체 나트륨을 사용하는 게 특징이다. 나트륨은 끓는점이 880도로 물(100도)보다 높아 더 많은 열을 흡수하면서 발전 출력을 높일 수 있단 장점이 있다. 그런 점에서 대형 원전의 입지가 바다 근처로 제한되는 데 반해, 바다에서 냉각수를 끌어올 필요가 없는 SMR은 위치 선정이 비교적 자유롭다.

SMR은 기존 대형 원전의 구성 요소인 가압기, 냉각재 펌프 등을 하나의 용기에 넣은 모듈 형태이기 때문에 건설 시간과 비용도 아낄 수 있다. 이 같은 장점 때문에 미국·중국·러시아·한국 등 원전 기술 강국이 SMR 개발 상용화를 서두르고 있다.

원전은 전력 생산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발생하지 않아 친환경 에너지원이라는 평가를 받지만,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폭발 사고 처럼 대형 사고 발생 시 안전성이 문제가 된다. 그런데 SMR은 기존 원전보다 안전성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는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80여 종(2022년 기준)의 SMR이 개발되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은 이미 SMR을 각각 1기씩 가동 중이다. 특히 중국은 2030년 '탄소 피크', 2060년 '탄소 제로'를 달성하겠다는 '3060 탄소 중립' 목표와 맞물려 SMR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민간이 주도하는 미국에선 SMR이 상대적으로 더디다. 지난해 11월 미국 기업 뉴스케일이 고금리에 자본 조달의 어려움을 겪으며 SMR 건설 계획을 잠정 취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테라파워가 SMR 공사에 들어가면서 미국의 본격적인 추격전이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외신들은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리는 AI(인공지능) 산업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SMR이 막대한 전력 수요를 감당할 유력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AI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전력 확보에 비상이 걸린 MS에도 SMR은 안정적인 전력 공급원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김민정 기자 kim.minjeong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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