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1st] 7개월 선수자격 정지, 남미에 사는데 유럽 대표, 막노동 출신… '공포의 외인구단'급 스토리 가득한 이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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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스포츠 만화처럼, 유로 2024 이탈리아 선수단에는 생소하면서도 남다른 사연을 가진 선수가 유독 많다.
그 결과 이탈리아는 지난 유로와 비교해도 생소하고, 이탈리아 축구에 깊은 관심을 유지하지 않았다면 들어본 적도 없을법한 선수들이 대거 등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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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오래된 스포츠 만화처럼, 유로 2024 이탈리아 선수단에는 생소하면서도 남다른 사연을 가진 선수가 유독 많다.
이탈리아는 1년 늦게 열린 유로 2020 우승국이었다. 하지만 당시 이탈리아는 조르조 키엘리니, 레오나르도 보누치 등 노장 선수들이 대표팀에서 마지막 불꽃을 태웠고 윙어 로렌초 인시녜, 미드필더 마르코 베라티, 공격수 치로 임모빌레 등 또래 선수들도 대표팀 수준에서 멀어졌다. 보누치가 이번 유로 참가를 위해 노력했지만 지난 1년 동안 오히려 기량이 떨어졌음을 노출하기만 했다. 여기에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이 갑작스레 물러나고 루치아노 스팔레티 감독이 부임한 시점은 본선을 1년도 넘기지 않았을 때였다. 다급한 선수실험이 이어졌다.
3년 전 우승의 주전멤버 중 여전히 선발출장이 유력한 건 넓게 봐도 골키퍼 잔루이지 돈나룸마, 미드필더 조르지뉴, 니콜로 바렐라, 공격수 페데리코 키에사 정도다. 라이트백 조반니 디로렌초는 전술에 따라 출장 여부가 갈릴 수 있다. 바렐라와 키에사의 선발 여부는 몸 상태에 따라 오락가락할 수 있어 경우에 따라 4년전 멤버가 거의 없는 선발 라인업도 가능하다.
그 결과 이탈리아는 지난 유로와 비교해도 생소하고, 이탈리아 축구에 깊은 관심을 유지하지 않았다면 들어본 적도 없을법한 선수들이 대거 등용됐다. 그 선수들은 각자 발탁 과정도 남달랐다.
▲ 도박중독 징계에서 복귀하자마자 대표팀 컴백한 유망주
니콜로 파졸리는 2022-2023이탈리아 세리에A 영플레이어상을 수상한 특급 유망주였으나 지난해 불거진 도박 스캔들로 7개월 출장 정지 징계를 당했다. 2023-2024시즌 막판인 5월에야 프로 경기에 복귀했다. 스팔레티 감독은 그런 파졸리를 과감하게 대표팀에 발탁했으며, 유로 직전 두 차례 평가전에 모두 기용했다. 한 번은 조르지뉴의 파트너로, 한 번은 조르지뉴의 백업 멤버로 취급됐다. 공격형 미드필더로 알려져 있던 선수지만 조르지뉴의 뒤를 잇는 후방 플레이메이커로 활용할 듯 보인다.
▲ 유럽에 가 본 적도 없는 남미 선수를 발탁
치로 임모빌레의 기량저하 후 지독한 공격수 기근에 시달리자, 만치니 전 감독이 과감하게 발탁했던 선수가 마테오 레테기다. 아르헨티나에서 나고 자라 남미 무대에서 조금 두각을 나타냈던 레테기는 이탈리아 축구협회의 제안을 받고 일단 대표팀에 데뷔했다. 대표 데뷔와 동시에 연속골을 넣는 활약을 통해 유럽 구단들의 관심을 받았고, 지난 1년은 이탈리아의 제노아에서 뛰었다. 이제 국가대표 스트라이커 자리를 놓고 잔루카 스카마카와 경쟁한다.
▲ 잉글랜드에서 망한 1년, 이탈리아에서 부활한 반년
스카마카는 특급 유망주였지만 뜬금없이 네덜란드의 PSV에인트호번으로 갔다가 이탈리아로 돌아오는 등 유독 행보가 오락가락했다. 사수올로에서 2021-2022시즌 리그 16골을 몰아쳐 웨스트햄유나이티드의 러브콜을 받았는데, 2022-2023시즌 잉글랜드에서는 부상과 스타일 적응 문제가 겹쳐 리그 3골에 그쳤다. 극심한 부진 후 아탈란타로 돌아와 득졈력을 되찾았다. 특히 올해 2월부터는 세계 최고 공격수 중 한 명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위력적이었다. A매치 통산골은 잉글랜드전 1골에 불과하지만 현재 몸 상태와 득점감각은 유로 최고 공격수를 다퉈도 될 정도로 날카롭다.
▲ 딱 1년 활약으로 발탁, 바스토니의 경쟁자로 올라선 왼발잡이 센터백
리카르도 칼라피오리는 이탈리아 청소년 대표를 두루 거친 유망주였지만 프로에서 자리잡은 건 길게 봐도 2년, 짧게 보면 1년에 불과하다. AS로마의 풀백 유망주였으나 십자인대 파열 부상으로 쓰러졌다가 스위스의 바젤로 이적했다. 바젤 생활 1년 만에 볼로냐로 이적하며 이탈리아로 컴백했는데, 포지션을 센터백으로 바꾸고 볼로냐 돌풍의 한 축을 이루면서 지금은 빅 클럽들의 러브콜이 쇄도하고 있다. 이미 슈퍼스타급인 왼발잡이 센터백 알레산드로 바스토니와 당당하게 주전 경쟁을 벌인다. 칼라피오리와 더불어 알레산드로 부온조르노까지, 두 신예 센터백의 경쟁력에 이탈리아의 성적이 걸려 있다.
▲ 막노동으로 연명하던 선수, 유로 본선 멤버까지
인간승리의 주인공 페데리코 가티도 유로에 간다. 가티는 17세 때 아버지가 실직하자 학업을 포기하고 공사장에서 벽돌공, 지붕수리 등의 일을 하며 돈을 벌었다. 그러면서도 축구 훈련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19세 때 5부 리그에서 시작해 차근차근 레벨을 올리더니 지난 2022년 24세 나이에 유벤투스로 이적하기에 이르렀다. 최상위권 축구에 대한 적응기간이 필요했지만 지난 1년 동안 주전급으로 활약하면서 유로 본선행 티켓까지 따냈다.
▲ 진짜 누구신지?
이 리스트에는 꽤 알려진 선수도 있지만, 마이클 폴로룬쇼는 말 그대로 신성이다. 요즘 이탈리아에서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나이지리아계 흑인 선수 중 한 명이다. 하부리그 활약을 바탕으로 21세에 나폴리로 이적했지만 이후 임대만 다녔다. 2023-2024시즌 6번째 임대 팀인 엘라스베로나에서 5골 1도움을 기록하며 두각을 나타내자, 스팔레티 감독이 과감하게 발탁했다. 심지어 A매치 데뷔를 10일(한국시간) 평가전 교체투입으로 했고 아직 선발출장은 한 번도 못해본 선수인데 뽑았다. 포지션은 공격형 미드필더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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