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 년 전으로 시간 여행을 다녀온 기분입니다

임명옥 2024. 6. 11.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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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문명의 시작점... 로마에서 콜로세움 통합권 이용하기

지난 4월에 4남매가 9박11일 동안 이탈리아를 자유롭게 여행한 이야기를 공유하고자 씁니다. <기자말>

[임명옥 기자]

▲ 로마의 콜로세움 보는 위치에 따라 모양이 달라지는 콜로세움
ⓒ 임명옥
 
로마를 방문하는 여행자가 꼭 들르는 곳 중의 하나가 콜로세움이다. 바티칸의 성 베드로 대성당이 르네상스와 바로크 시대 예술품의 집산지라면 콜로세움은 이천 년 전 고대 로마의 위상을 눈으로 볼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콜로세움은 외부만 보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지만 콜로세움 통합권을 구매하면 콜로세움 내부 입장 뿐만 아니라 2800여년 역사 속 로마의 발자취가 담겨있는 팔라티노 언덕과 포로 로마노를 산책할 수 있다.
 
▲ 콜로세움 로마의 콜로세움
ⓒ 임명옥
 
콜로세움 통합권은 방문 날짜 한 달 전에 예매가 시작된다. 예매일과 시간은 콜로세움 입장을 기준으로 하고 포로 로마노와 팔라티노 언덕은 24시간 이내에 방문하면 된다.

콜로세움 통합권은 여행 블로거들이 자세히 포스팅해 놓아 온라인으로도 어렵지 않게 구매할 수 있었는데 가격은 1인 18유로(약 2만 6000원)였다. 결제가 끝나면 이메일로 표가 오는데, 프린트 해서 가져와 콜로세움과 포로 로마노 입장할 때 보여주면 된다.

감탄사가 절로 나오던 건축물 

사월의 봄날 아침 동생들과 콜로세움으로 향했다. 우리 숙소는 바티칸 근처라서 지하철을 타고 콜로세오역에서 내렸는데 역에서 나오자마자 거대하고 웅장한 건축물이 눈앞에 나타났다.

파란 하늘빛 아래 우뚝 선 건축물은 바라보면서도 믿기지 않는 규모여서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둘레 길이만 527m, 높이가 48m, 긴 쪽의 길이가 188m로 콜로세움을 한 바퀴 도는 데만도 한참 시간이 걸리는 압도적인 규모였다.
 
▲ 콜로세움 내부 로마의 콜로세움 내부
ⓒ 임명옥
 
로마인들에게 즐길 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베스파시아누스 황제의 명으로 서기 72년에 착공을 시작한 콜로세움은 80년 티투스 황제 때 완공되었단다.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외형의 보존 상태는 양호한 편인데 어떤 쪽은 많이 부서지고 다른 쪽은 덜 부서진 상태라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모양이 달라진다. 그래서 더 다양한 모습의 콜로세움을 감상할 수 있었다.

더구나 수십 개의 아치로 둘러싸인 외벽은 고대 로마의 건축기술이 얼마나 발달되어 있었는지 알 수 있어 보는 내내 감탄이 절로 나왔다.

입장 시간이 되어 콜로세움 안으로 들어갔다. 오랜 세월을 견뎌온 건축물답게, 높은 층고의 내부는 돌로 만들어진 구멍 뚫린 벽들이 대부분이어서 마치 2000년의 세월을 건너 고대 로마로 들어가는 것 같았다.
 
▲ 콜로세움에서 바라보는 로마 풍경 콜로세움 내부 아치에서 바라보는 로마
ⓒ 임명옥
 
5만 여명을 수용했던 내부는 부서진 벽들의 잔해로 가득한데 각각의 아치에서 바라보는 로마의 봄날 풍경은 평화롭고 찬란했다. 하지만 이곳은 검투사와 검투사가, 검투사와 맹수가 혈투를 벌였던 경기장이었다.

누군가는 죽고 누구는 다치고, 살기 위해서는 수많은 관객들 앞에서 상대방을 죽여야 하는 잔인한 곳이었다. 전쟁이 빈번했던 시절 시민들에게 즐길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진 콜로세움은, 잔혹하고 무자비했던 당시 시대를 대변하는 것 같았다.

기나긴 시간 동안 콜로세움은 화재와 지진으로 피해를 입고 중세 때는 건축자재와 대리석 채석장으로 뜯기며 오늘에 이르렀는데 부서진 콜로세움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오랜 세월을 견뎌온 것에 대한 감동과 회한이 몰려왔다.

당시의 '핫플레이스' 포로 로마노
 
▲ 콜로세움 근처 식당에서 수제로 만든 파스타와 마르게리따 피자
ⓒ 임명옥
 
콜로세움을 나와 근처 식당에서 피자와 파스타로 점심을 먹고 콜로세움 맞은편에 있는 포로 로마노로 향했다. 포로 로마노는 고대 로마제국의 정치와 경제, 문화의 중심지로 그 시대의 '핫플레이스'였던 장소다. 

기둥 몇 개로 남아있는 베스파시아누스 신전과 사투르누스 신전, 티투스의 개선문과 셉티미우스 세베루스의 개선문 등이 유명하다. 전쟁의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세워진 개선문은 모양이 보존된 채 남아있지만 대부분의 유적들은 돌담과 기둥 몇 개, 벽돌 더미와 깨진 조각품으로 남아있다.

     
▲ 콜로세움에서 바라본 포로 로마노 콜로세움 내부 아치에서 바라본 포로 로마노
ⓒ 임명옥
 
포로 로마노에 꼭 와 봐야 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이곳에서 콜로세움의 모습을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포로 로마노에서 바라보는 콜로세움은 오래된 건축물이 가지고 있는 범접하기 힘든 품위와 고풍스러움이 있다. 파란 하늘과 어우러진 한쪽이 떨어져 나간 콜로세움은 안타까우면서도 장관이었다. 

포로 로마노에서 언덕을 올라가면 2800년 전 탄생한 도시국가 로마의 기원인, 늑대의 젖을 먹고 자랐다는 로물루스의 전설이 깃든 팔라티노 언덕이 나온다. 이후 로마 황제들의 궁터였던 팔라티노 언덕에는 지금, 화려했던 시절은 다 사라지고 무너진 벽돌담과 돌무더기들이 옛 영광을 대신 하고 있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로마는 지중해와 서유럽, 북아프리카와 서아시아까지 세력을 확장해 도시국가 로마에서 제국으로 발돋움하면서 세계사에 큰 영향을 끼쳤다. 그러한 서양사 시작의 흔적을 포로 로마노와 팔라티노 언덕 그리고 콜로세움에서 볼 수 있다. 
 
▲ 포로 로마노 2024년4월14일 사진 촬영
ⓒ 임명옥
 
나는 콜로세움의 관람석에 서서 검투사들의 목숨을 건 경기를 떠올리고 포로 로마노의 부서진 기둥을 보면서 기도하기 위해 신전으로 향하는 로마인을 상상했다. 팔라티노 언덕의 돌무더기들을 보면서 권력의 무상함을 느꼈다. 
로마의 고대 유적지인 콜로세움과 포로 로마노, 팔라티노 언덕을 산책하며 이번 여행은 이천 년 전으로 시간 여행을 다녀온 것만 같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여행으로 인간의 역사와 문명에 대한 많은 생각들이 떠오르고 사라졌다. 
 
▲ 팔라티노 언덕 2024년4월14일 사진 촬영
ⓒ 임명옥
 
학창 시절 교과서에서 배운 유럽 역사의 현장을 눈으로 보고 느끼는 것만으로도 로마여행은 참 의미가 깊다는 생각을 하며 오후의 햇살이 저물어가는 팔라티노 언덕을 내려왔다.
 
▲ 로마의 콜로세움 나무와 함께 콜로세움
ⓒ 임명옥
 

덧붙이는 글 | 제 브런치스토리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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