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프리카’ 벌써 쿨링포그 가동…일주일 빠른 폭염특보에 전국 비상

백경서 2024. 6. 11. 14:4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난 10일 대구 중구 김광석길에 산책 나온 반려견이 쿨링포그에서 나오는 물 입자를 맞으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뉴시스

11일 정오 대구 중구 김광석길. 산책을 나온 많은 시민이 쿨링포그(Cooling Fog System) 아래서 더위를 식히고 있었다. 쿨링포그는 미세 물 분자를 뿌려 기화시키면서 온도를 3~5도 낮추는 시스템이다. 옷이나 피부 등은 젖지 않는 안개 분사로 건강에도 해가 없다. 박숙희(57)씨는 “시내에 볼일이 있어 나왔다가, 너무 더워서 잠시 쉬고 가려고 한다”며 “벌써 더위가 본격적으로 찾아왔는데, 올여름 어떻게 보낼지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이날 뜨거운 햇볕 탓에 바깥 활동을 하는 시민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달서구 한 아파트 놀이터는 평소와 달리 텅텅 비었고, 서구 평리공원에서는 답답함에 공원을 찾은 일부 시민만 그늘에 모여 부채질을 하며 대화를 나눴다. 대구시 북구 경북대에서는 학생들이 양산을 쓰고 더위를 피하기 위해 걸음을 재촉했다.

11일 폭염주의보가 발령된 대구 낮 최고기온이 34도로 예보된 가운데 경북대학교 분수 옆으로 햇빛을 가리기 위해 양산을 든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적으로 더위가 예년보다 일찍 찾아오면서 한여름에 볼 수 있던 장면이 벌써 펼쳐지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도심에 쿨링포그를 조기에 가동하고 야외 근로자에게 물을 제공하고 있다. 또 가축이 무더위 피해를 보지 않도록 축사에 선풍기를 가동한다.

대구시는 지난해(6월 17일)보다 일주일 빠른 지난 10일부터 폭염주의보가 발령되자 대책을 추진 중이다. 대구시 재난안전대책본부는 비상근무 1단계를 내리고 취약계층, 야외 근로자, 고령 농업인 등 폭염 3대 취약계층 관리에 나섰다. 또 대구 달구벌대로에는 버려지는 지하수를 도로에 뿌리는 ‘클린로드(Clean Road System)’를 가동하고 있다. 대구는 한여름 아프리카처럼 덥다고 해서 ‘대프리카’라는 별명이 붙었다. 이날 대구 낮 최고기온은 34도다.

대구 중구 달구벌대로에 클린로드 시스템(도로 살수 장치)이 가동돼 폭염에 뜨거워진 도로를 식히고 있다. 뉴스1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전국 주요 도시 기온이 최고 27~34도를 기록했다. 이에 대구 등 영남 일부 지역에 폭염 특보가 내려졌다. 이날 오전 10시에는 경기도 용인과 전남 담양·곡성에 폭염주의보가 확대 발령되는 등 기상청은 체감온도가 31도 이상일 것으로 예상했다. 강원도 강릉에는 올해 첫 열대야가 발생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간밤 강릉의 최저기온이 이날 오전 5시 53분 25도를 기록했다. 열대야는 오후 6시 1분부터 이튿날 오전 9시까지 최저기온이 25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 현상을 말한다. 지난해에는 강원도 양양이 6월 16일 전국 첫 열대야를 기록해 올해 전국 첫 열대야(6월 10일)는 지난해보다 6일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첫 폭염주의보가 발효된 전날(10일) 오후 울산 울주군 언양읍의 한 축사에서 소가 엎드려 더위를 식히고 있다. 연합뉴스

고용노동부는 전날 오후 대구·경북지역(경산·경주·군위·대구·영천·청도)과 부산·울산·경남지역(김해·울산서부·창녕) 사업장에 폭염 ‘주의’ 단계 영향예보를 발령했다. 폭염 영향 예보 주의단계가 되면 사업장에서는 근로자의 온열 질환 예방을 위해 한 시간마다 10분 쉬고, 무더위 시간대(오후 2시~5시) 옥외작업을 단축해야 한다.

영남 지역 축사에서는 선풍기 가동률을 높이고, 차광막(햇빛을 가려주는 차단막)을 치거나 에어컨을 가동하는 등 가축 피해를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30도가 넘는 더위가 지속하면 소가 음식을 먹지 않아 폐사할 수 있는데, 소화 기능이 약한 송아지부터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폭염 특보가 내려지면 축산 농가는 창을 통해 축사에 시원한 바람이 드나들도록 해야 하고, 천정이나 벽에 단열재를 사용하면 복사열 상승을 막을 수 있다.

서울시는 무더위 속 야외에서 일하는 배달·택배·퀵·대리운전기사 등 이동노동자 건강을 위해 민간기업과 함께 ‘이동노동자 생수 나눔 공동 캠페인’을 실시한다고 이날 밝혔다.

올해는 역대 최대 규모인 생수 10만6000병을 서울 시내 27개 노동자지원시설에서 무료로 제공할 방침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온열 질환자가 전년 대비 80% 증가하고 최고기온 기준 이상고온현상이 57.8일 기록된 데다 올해도 폭염이 예상돼 규모를 늘리기로 했다. 생수는 1인당 하루 1병씩 제공되며, 편한 시간에 배포 장소 입구에 놓인 아이스박스에서 꺼내 마시면 된다. 시는 생수배포장소 27곳을 표시한 '을음물 지도'를 생수나눔사업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오는 12일 오전 10시 30분 청계천 장통교에서 ‘이동노동자 생수 나눔 캠페인’도 진행한다. 송호재 서울시 노동·공정·상생정책관은 “폭염에도 야외에서 일하는 이동노동자에게 생수 한 병이 더위를 이기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구=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