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으로 만난 학급" 함께 성장하는 청소년들 '고등오케'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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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음이 짙어진 경의선숲길을 지나 마주하는 신촌의 어느 골목길.
고등오케는 문화예술법인 '메리'가 2023년 창설한 한국아마추어오케스트라연합(Federation of Korean Amateur Orchestra, KAO)의 청소년 연합 악단이다.
고등오케는 그런 아이들에게 학교 밖에서 음악을 배우고 즐길 수 있는 새로운 기회로 찾아왔다.
하나의 공연을 완성하려는 마음이 강한 만큼, 고등오케에서는 서로가 서로의 동료이자 친구, 선생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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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음이 짙어진 경의선숲길을 지나 마주하는 신촌의 어느 골목길. 연중 산타 캐릭터가 반기는 계단을 한 층 내려가면 49명의 아이들을 위한 음악공간 ‘스튜디오메리’가 있다.
매달 셋째 주 일요일이면 아이들이 저마다 악기를 메고 이곳에 오케스트라 연습을 온다. 중고등학생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아마추어 오케스트라, 그 이름도 ‘고등오케'다. 각자 학업에 매진하면서도 연습이 있는 주말은 언제나 즐거운 얼굴이다. 누구의 강요도 아닌, 음악과 함께하는 삶을 꿈꾸는 아이들 스스로의 의지가 이끌림을 만들었다.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시간이 부족한 것 같아 바이올린을 쉬고 있었는데, 고등오케로 제가 한때 즐기던 취미를 다시 시작할 수 있었어요. 시간이 없어도 시간을 만들려고 하고, 고등오케 단원이기 때문에 연습해야 한다는 이유가 생겼어요.” (추민서)
◾“학교 밖 음악 친구"... 38개교 연합 오케스트라
고등오케는 문화예술법인 ‘메리’가 2023년 창설한 한국아마추어오케스트라연합(Federation of Korean Amateur Orchestra, KAO)의 청소년 연합 악단이다. 청소년 음악교육을 통해 문화예술 체험의 장을 넓히고, 지역사회에 나눌 수 있는 건강한 문화예술의 성장을 추구한다. 창단 첫 해 여성가족부 주관 청소년수련활동인증제를 통과해 국가 공인 음악 활동이 됐다.
2024년 상반기 3기 모집에는 중학교 2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총 48개교 66명이 지원했다. 최종적으로는 전국 38개 중고등학교 학생 49명이 단원으로 소속돼 있다. 여러 학생들이 모인 만큼 배경과 이야기도 다양하다. 바이올린 단원으로 활동하는 조현희 학생은 악단을 하나의 “학급”이라고 표현했다.
"고등오케에서는 다양한 친구들이 모여서 여러 악기들로 하나의 연주를 만들어내잖아요. 서로 다른 사람들이 처음 만났을 때는 안 맞다가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가 되는 것이 학급이라고 생각하는데, 고등오케도 처음에는 사는 곳도, 나이도 달라 어색하지만 같은 곡을 연습하면서 마음을 맞춰나가기 때문에 하나의 학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조현희)
음악을 좋아해 악기를 든 학생들이지만, 순수한 마음만으로 즐기기에는 여의치 않을 때가 많았다. “시간이 맞지 않아서”, “학교에 음악 동아리나 활동이 없어서", “다른 오케스트라는 실력이 뛰어난 사람이나 전공생만을 뽑는 경우가 많아서" 등. 음악에 목말랐던 그간의 이야기가 네 학생들에게서 쏟아져 나왔다.
고등오케는 그런 아이들에게 학교 밖에서 음악을 배우고 즐길 수 있는 새로운 기회로 찾아왔다. 한 달에 한 번 부담없는 연습과, 악기 경험만 있으면 입단 가능한 점이 큰 메리트가 됐다. 인터뷰이 중 막내인 안지후 학생은 “다양한 친구, 선배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는 걸 또 다른 장점으로 꼽았다.
“다른 지역에서 온 친구들을 많이 사귈 수 있고, 고등학교 언니, 오빠들한테 진로 고민도 털어놓곤 해요. 또 혼자 연습할 때에는 악기를 잘 못 다루는 것 같아서 위축됐었는데, 다같이 악기를 하면서 자신감도 생긴 것 같습니다!” (안지후)
영화음악과 클래식을 포괄하는 폭넓은 레퍼토리도 학생들의 흥미를 끌었다. 2기부터 바이올린 파트로 활동 중인 허정 학생은 “다른 오케스트라보다 조금 더 곡이 재미있어, 다함께 즐겁게 할 수 있는 것 같아 한 번 더 활동을 결심했다.”고 회상했다. 3기는 디즈니와 지브리 OST 메들리,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제2번 1악장’과 ‘베토벤 교향곡 제5번 1악장’을 연주한다.
◾스스로 성장하는 음악의 즐거움
고등오케가 대형 오케스트라 연합으로 자리를 잡은 데에는 무엇보다 단원들의 ‘자발성’이 큰 힘이 됐다. 정기적으로 만나는 횟수가 적고 악기 실력도 천차만별이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은 모든 단원들이 품고 있다.
“예전에 중학교 때 학교 오케스트라를 했었는데, 그때는 학생들이 열심히 연습하지 않고, 인원도 많이 부족해 전체적으로 잘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고등오케는 모든 단원들이 하고 싶어서 들어온 것이고, 다들 책임감을 가지며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려고 하는 모습이 가장 달랐어요. 곡의 퀄리티도 훨씬 뛰어나고 음악적으로 제가 더 성장하는 느낌도 들었어요.” (추민서)
하나의 공연을 완성하려는 마음이 강한 만큼, 고등오케에서는 서로가 서로의 동료이자 친구, 선생님이다. 단원들 사이에 리더진을 구성해, 매 연습과 합주가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활동한다. 안지후, 허정 학생은 고등오케에서 바이올린 파트를 이끄는 파트장을 맡고 있다. 두 사람은 “앞으로 저 포함 모든 사람에게 고등오케가 즐거웠던 경험으로 남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어려워하는 단원들을 도와주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합주를 통해 거듭한 성장은 공연으로 피어난다. 고등오케 3기는 정기연주회(7월 27일·양천문화회관 대극장)로 4개월 간의 기수를 마무리한다.
“고등오케를 만나기 전에는 심심하면 핸드폰을 보거나 쓸데없는 것들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는데, 다같이 악기를 연주하고 공연까지 마친 뿌듯함을 잊을 수 없어 음악에 푹 빠졌어요. 직접 오케스트라를 보러 다니고, 악기를 꺼내서 연습하는 게 이제는 일상이 되었습니다.” (조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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