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대학들, 해외 저명 연구자들 매수해 ‘세계 대학 순위’ 올려

김남중 2024. 6. 11.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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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 대학들이 해외 저명 연구자들에게 돈을 주고 소속처를 자기 대학으로 바꾸는 방식으로 세계 대학 순위를 조작했다고 일본 마이니치신문이 11일 보도했다.

이 리스트에 오른 일본의 한 남성 연구자는 자신이 사우디 대학의 부적절한 거래에 응했다고 마이니치신문에 익명으로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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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 대학들이 해외 저명 연구자들에게 돈을 주고 소속처를 자기 대학으로 바꾸는 방식으로 세계 대학 순위를 조작했다고 일본 마이니치신문이 11일 보도했다.

세계 대학 랭킹으로는 영국 신문 더타임즈의 ‘THE’, 영국 고등교육 평가기관 쿠아카렐리시몬즈의 ‘QS’, 중국 상해교통대의 ‘상하이 랭킹’이 유명하다. 이들은 각 대학의 교육이나 연구의 질, 소속 연구자의 논문 인용 횟수, 유학생 비율 등을 분석해 순위를 매긴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사우디 대학들은 피인용 횟수가 많은 논문을 쓰는 연구자가 있는 대학은 랭킹이 오른다는 점에 주목, 영국 과학정보회사 클래리베이트가 매년 공표하는 ‘피인용 상위 연구자 리스트’에 오른 연구자들을 매수해 이들의 소속을 사우디 대학으로 바꾸도록 했다.

이 리스트에 오른 연구자들은 자연·사회과학 분야에서 피인용 횟수가 상위 1%에 들어가는 논문을 일정 수 이상 발표한 실적을 가지고 있다. 2022년 리스트에는 69개국 6938명의 연구자들이 올랐다. 일본의 연구기관을 제1소속으로 하는 연구자도 90명 선정됐다.

이 리스트에 오른 일본의 한 남성 연구자는 자신이 사우디 대학의 부적절한 거래에 응했다고 마이니치신문에 익명으로 밝혔다. 일본의 연구기관을 정년 퇴직한 이 남성은 2020년 친한 사우디의 연구자로부터 사우디 대학의 ‘저명 과학자 펠로십 프로그램’을 소개받았다. 이 남성에 따르면, 응모 조건은 단 하나 ‘클래리베이트 피인용 상위 연구자 리스트에 이름이 올라 있는 것’이었고, 계약 조건은 ‘클래리베이트에 제출할 서류에 제1소속을 사우디 대학으로 하는 것’이 었다. 그는 2021년 사우디 대학과 1년 계약을 맺고 클래리베이트에 보고하는 자신의 소속을 사우디의 대학으로 고쳤다. 그 대가로 약 600만∼700만엔(약 5200만∼6100만원)을 받았다.

마이니치신문은 지난해 스페인의 한 연구컨설팅 회사가 발표한 ‘부적절한 방법-스페인과 사우디의 고등 교육·연구기관의 소유 게임’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도 소개했다. 사우디의 여러 대학들이 스페인 연구자들과 계약을 맺고 부적절한 방법으로 대학 순위를 상승시키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보고서로 클래리베이트의 소속을 사우디 대학으로 바꾼 연구자가 44명이라고 분석했다. 또 리스트에 오를 만한 연구자가 소수에 불과한 대학의 경우, 최고 연구자를 한 명만 얻어도 ‘상하이 랭킹’에서 최대 100위 상승할 수 있다고 전했다.

사우디의 대학에 협력했다고 여겨지는 스페인의 연구자 중에 스페인을 거점으로 연구 활동을 하던 일본 여성 의사도 있었다. 이 의사는 따로 소속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클래리베이트에 사우디 대학을 제1 소속으로 보고했고, 이 일이 알려져 원래 소속처에서 퇴직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사우디 대학의 제안을 거절한 스페인 카탈루냐 물연구소의 한 연구자도 인터뷰했다. 이 연구자는 “급여를 받는 연구기관을 소속처로 기재할 의무가 있어 사우디 대학을 소속처로 할 수 없는 것은 분명하다”며 “사우디 대학들이 하는 일은 전혀 윤리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일본에도 해외 노벨상 수상자들을 대학이나 연구기관에서 초빙하는 경우는 있지만 원래 소속을 바꾸도록 계약에서 요구하는 경우는 없다고 덧붙였다.

사우디는 국책 목표를 제시한 ‘사우디 비전 2030’에서 2030년까지 국내 5개 대학을 세계 대학 순위의 톱 200에 진입시키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사우디 대학은 2023년 ‘THE’에 1곳, ‘상하이 랭킹’에 2곳이 각각 200위 이내에 포함됐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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