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확장' 논의 확산?…美NSC 이어 국방부 "核유연성 열어둘 것"

강태화 2024. 6. 11. 13:1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 이어 미국 국방부에서도 미국이 30여년간 지속해온 ‘핵 군축’ 정책이 ‘핵 확장’ 정책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중국과의 패권 경쟁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발생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북·중·러의 밀착에 대응하기 위해 핵무기 확장이 불가피하다는 현실적인 고려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일(현지시간) 프랑스 콜빌 쉬르 메르의 노르망디 미국인 묘지 및 기념관에서 열린 노르망디 상륙작전 80주년 기념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리처드 존슨 미 국방부 핵·대량살상무기 대응 부차관보는 10일(현지시간) 국립외교원과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워싱턴DC에서 공동 주최한 ‘한·미 동맹 강화 대화’ 세미나에서 “국방부의 관점에서 미국의 최선은 확장 억제를 이어가고, 핵을 포함한 모든 전력 배치의 유연성을 열어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든 외교 수단은 억지력에 의해 뒷받침될 것임을 보여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존슨 부차관보의 이날 발언은 최근 NSC 핵심관계자들이 잇따라 핵 확장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말한 데 이어 나온 실제 핵을 운용하는 국방부의 당국자의 발언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북한은 지난 4월 22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로 600mm 초대형 방사포병 부대들을 국가 핵무기 종합관리체계인 핵방아쇠 체계 안에서 운용하는 훈련을 처음으로 진행했다고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연합뉴스

존슨 부차관보에 앞서 지난 7일 프라나이 바디 백악관 NSC 군비통제·군축·비확산 담당 선임보좌관은 “(북·중·러 등) 적대국들이 현재의 궤도를 바꾸지 않는다면 미국은 몇 년 내 핵무기 배치를 늘려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도 9일 CBS와의 인터뷰에서 “(핵 확장) 가능성을 최소한 테이블에 올려놓으라는 전문가 그룹 등 초당적 요구에 귀 기울일 것”이라고 했다.

핵무기 의존도 감축은 바이든 대통령의 2020년 대선 공약이었다. 바이든 행정부가 4년만에 핵과 관련한 기존의 정책을 뒤집을 가능성을 검토하게 된 이유는 급격히 증가한 북·중·러의 위협 때문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 두번째)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오른쪽 세번째)이 지난해 9월 13일 유리 보리소프 러시아 국영 우주공사 사장(왼쪽)과 함께 러시아 아무르주 블라고베셴스크에서 북쪽으로 약 180㎞ 떨어진 치올코브스키(옛 우글고르스크) 외곽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를 방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쟁 과정에서 전술핵 사용 가능성을 시사해온 러시아는 지난해 미국과 체결한 핵무기 통제 조약인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뉴스타트) 참여 중단을 선언했다. 중국 역시 현재 보유한 약 500기의 핵탄두를 2030년까지 1000기 이상으로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북한은 러시아의 첨단 기술을 제공받으며 핵능력을 빠르게 고도화하고 있다.

이와 관련 존슨 부차관보는 이날 “북한과 러시아의 협력을 매우 우려한다”며 “러시아가 북한에 지대공 미사일을 포함해 탄도미사일 및 기타 첨단 기술을 제공할 가능성에 대해 면밀히 주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규현 전 국정원장이 10일(현지시간) 국립외교원과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워싱턴DC에서 공동 주최한 ‘한ㆍ미 동맹 강화 대화’ 세미나에서 기조연설하고 있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세미나의 기조연설을 맡은 김규현 전 국정원장도 “우리는 지구적 차원에서 불확실성의 증대를 목도하고 있다”며 “이는 중국, 북한, 이란, 러시아 등 교조주의 국가의 부상에 기인한다”고 지적했다. 김 전 원장은 이어 중국을 수장으로 한 ‘독재연대’에 맞서 미국을 중심으로 한 ‘팀 웨스트’의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며 “민주주의와 자유시장, 국제 동맹 등 이전 냉전 시대와 맥을 같이하는 전략을 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냉전에 버금가는 전략의 구체안으로는 강력한 동맹, 가치 공유와 함께 강력한 군사력를 제시했다.

그동안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공식적으로 밝혀왔던 국무부는 일단 추가 언급을 피했다. 국무부 당국자는 이날 한국과 일본 언론을 상대로 한 브리핑에서 ‘미국의 핵무기 확장과 한반도의 전술핵 재배치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NSC보좌관의 발언 자체로 충분하고 (국무부가) NSC의 발언에 덧붙일 말은 없다”고 답했다.

이 당국자는 그러면서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달 중 북한을 방문할 거라는 보도와 관련 “무엇이 (결과로) 나올지 지켜봐야 한다”며 “북한의 불법적 대량살상무기와 탄도 미사일 프로그램과 관련 국제적 의무와 공약을 존중할 것을 러시아를 포함한 모든 나라들에 계속 촉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국방공업기업소를 찾아 생산활동을 료해(점검)하고 ″우리의 핵무력을 보다 급속히 강화하기 위한 중요활동들과 생산활동을 멈춤없이, 주저없이 계속 가속화해 나가라"라고 주문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뉴스1

핵 확장 관련 논의는 11월 대선과 맞물려 더 구체화될 가능성도 있다. 공화당 소속 상원 군사위원회 간사 로저 워커 의원과 외교위원회 간사 짐 리시 의원은 최근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를 공개 제안했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후보로 거론되는 엘브리지 콜비 전 국방부 전략·전력개발 부차관보는 지난 4월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주한미군을 중국 견제에 활용하는 대신, 한국의 자체 핵무장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히며 전술핵 재배치를 넘는 한국의 자체 핵무장 가능성까지 시사한 상태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thkang@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