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확장' 논의 확산?…美NSC 이어 국방부 "核유연성 열어둘 것"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 이어 미국 국방부에서도 미국이 30여년간 지속해온 ‘핵 군축’ 정책이 ‘핵 확장’ 정책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중국과의 패권 경쟁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발생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북·중·러의 밀착에 대응하기 위해 핵무기 확장이 불가피하다는 현실적인 고려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리처드 존슨 미 국방부 핵·대량살상무기 대응 부차관보는 10일(현지시간) 국립외교원과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워싱턴DC에서 공동 주최한 ‘한·미 동맹 강화 대화’ 세미나에서 “국방부의 관점에서 미국의 최선은 확장 억제를 이어가고, 핵을 포함한 모든 전력 배치의 유연성을 열어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든 외교 수단은 억지력에 의해 뒷받침될 것임을 보여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존슨 부차관보의 이날 발언은 최근 NSC 핵심관계자들이 잇따라 핵 확장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말한 데 이어 나온 실제 핵을 운용하는 국방부의 당국자의 발언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존슨 부차관보에 앞서 지난 7일 프라나이 바디 백악관 NSC 군비통제·군축·비확산 담당 선임보좌관은 “(북·중·러 등) 적대국들이 현재의 궤도를 바꾸지 않는다면 미국은 몇 년 내 핵무기 배치를 늘려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도 9일 CBS와의 인터뷰에서 “(핵 확장) 가능성을 최소한 테이블에 올려놓으라는 전문가 그룹 등 초당적 요구에 귀 기울일 것”이라고 했다.
핵무기 의존도 감축은 바이든 대통령의 2020년 대선 공약이었다. 바이든 행정부가 4년만에 핵과 관련한 기존의 정책을 뒤집을 가능성을 검토하게 된 이유는 급격히 증가한 북·중·러의 위협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과정에서 전술핵 사용 가능성을 시사해온 러시아는 지난해 미국과 체결한 핵무기 통제 조약인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뉴스타트) 참여 중단을 선언했다. 중국 역시 현재 보유한 약 500기의 핵탄두를 2030년까지 1000기 이상으로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북한은 러시아의 첨단 기술을 제공받으며 핵능력을 빠르게 고도화하고 있다.
이와 관련 존슨 부차관보는 이날 “북한과 러시아의 협력을 매우 우려한다”며 “러시아가 북한에 지대공 미사일을 포함해 탄도미사일 및 기타 첨단 기술을 제공할 가능성에 대해 면밀히 주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세미나의 기조연설을 맡은 김규현 전 국정원장도 “우리는 지구적 차원에서 불확실성의 증대를 목도하고 있다”며 “이는 중국, 북한, 이란, 러시아 등 교조주의 국가의 부상에 기인한다”고 지적했다. 김 전 원장은 이어 중국을 수장으로 한 ‘독재연대’에 맞서 미국을 중심으로 한 ‘팀 웨스트’의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며 “민주주의와 자유시장, 국제 동맹 등 이전 냉전 시대와 맥을 같이하는 전략을 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냉전에 버금가는 전략의 구체안으로는 강력한 동맹, 가치 공유와 함께 강력한 군사력를 제시했다.
그동안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공식적으로 밝혀왔던 국무부는 일단 추가 언급을 피했다. 국무부 당국자는 이날 한국과 일본 언론을 상대로 한 브리핑에서 ‘미국의 핵무기 확장과 한반도의 전술핵 재배치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NSC보좌관의 발언 자체로 충분하고 (국무부가) NSC의 발언에 덧붙일 말은 없다”고 답했다.
이 당국자는 그러면서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달 중 북한을 방문할 거라는 보도와 관련 “무엇이 (결과로) 나올지 지켜봐야 한다”며 “북한의 불법적 대량살상무기와 탄도 미사일 프로그램과 관련 국제적 의무와 공약을 존중할 것을 러시아를 포함한 모든 나라들에 계속 촉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 확장 관련 논의는 11월 대선과 맞물려 더 구체화될 가능성도 있다. 공화당 소속 상원 군사위원회 간사 로저 워커 의원과 외교위원회 간사 짐 리시 의원은 최근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를 공개 제안했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후보로 거론되는 엘브리지 콜비 전 국방부 전략·전력개발 부차관보는 지난 4월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주한미군을 중국 견제에 활용하는 대신, 한국의 자체 핵무장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히며 전술핵 재배치를 넘는 한국의 자체 핵무장 가능성까지 시사한 상태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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