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진정인 구글 페이먼트 코리아... 경찰서에 사기 신고했어요
[유영숙 기자]
최근 경찰서에 다녀왔다. 예전에 지갑 소매치기를 당했을 때 빼곤 처음이다. 죄지은 것도 없는데 경찰서에 가면 늘 긴장된다. 내가 경찰서에 가서 사기로 진정서를 접수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피진정인은 구글 페이먼트코리아다.
약 3주 전 주말에 작은아들이 쌍둥이 손자를 데리고 왔다. 주말 내내 아이들과 아파트 근처 공원에서 놀았다. 그날은 손자들 보느라 정신이 없어서 결제 문자를 확인하지 못했다. 평소에도 카드사용 문자를 꼼꼼하게 확인하지는 않는 편이다.
나중에 집에 와서 카드 사용 문자를 확인했는데 전날인 금요일(5.24) 21시 3분에 '구글 페이먼트코리아'에서 1만 4000원이 결제되고, 다음 날인 토요일(5.25) 10시 7분에 7500원이 또 결제되어 있었다.
'그 시간에 왜 결제 되었지?' 아이들을 봐주고 있었지, 카드를 쓴 일은 없는데 이상했다. 바로 포털에 '구글 페이먼트코리아'를 검색했더니 나처럼 불법 결제된 사례가 많았고, 결국 환불을 받았다는 글이 많이 올라와 있었다.
▲ 불법 결제 카드 알림 내가 결제한 카드가 아닌데 금요일 밤과 토요일 오전에 두 건을 썼다는 알림 문자가 왔다. |
ⓒ 유영숙 |
나는 글쓰기 플랫폼에서 작가로 활동 중이다. 불법 결제된 카드를 확인하니 2월에 플랫폼에 '응원하기' 기능이 생겨서 등록한 카드였다. 아들 도움을 받아 구글에 로그인해 봤더니 금요일에는 에스토니아에서, 토요일에는 중국에서 결제가 되었단다. 기가 막혔다.
아들이 구글에 등록한 카드를 삭제해 주었다. 확인해 보니 내가 플랫폼에서 응원하기 한 것도 있었지만, 그 외 약 두 달 전인 4월 5일부터 총 9건이 내가 쓴 적도 없는데 불법 결제되었음을 확인했다. 하나씩 클릭해 환불 신청을 해둔 뒤 월요일이 되길 기다렸다. 불안했지만 주말이라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불법 결제된 금액은 소액으로 1만 4000원 8건, 7500원 1건 총 약 12만 원 돈이었다. 아마 소액으로 맛보며 조금씩 결제한 것 같다. 큰돈은 아니지만 불안하기도 하고 기분도 찝찝했다.
아들이 월요일에 카드사에 전화할 때 어떤 내용으로 전화해야 하는지 알려주어 메모해 두었다. 월요일 오전 9시가 되자마자 카드사에 전화를 걸었다. 사정을 말하니 우선 구글에 환불을 알아보고 다시 전화하라고 안내해 주었다. 구글에서 안 되면 경찰에 신고하는 방법이 있다고 했다.
▲ 취소된 카드 사용 알림 구글에 환불 요청을 해 두었더니 48시간 이내에 결재된 두 건의 카드 사용이 취소되었다는 알림이 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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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머지는 채 10만 원도 안 되기에, 귀찮은데 인생 수업료라고 생각하고 그냥 둘까 생각했다. 그러다 도와주던 아들 말에 힘을 얻어 저녁 때 카드사에 다시 전화를 걸었다. 구글에서는 2건만 취소되고 나머지 7건은 답이 없다고, 한 달 좀 넘은 사안인데 방법이 없냐고 물었다.
카드사 측은 내게 경찰에 '부정 결제' 신고를 하고 7건에 대해 사건사고 확인서를 발부받아 팩스로 보내라고 했다. 대신 구글 계정이 영원히 삭제되는데, 거기 동의하냐고 물었다. 동의한다고 했다. 근처 지구대에서는 접수만 가능하고 확인서는 경찰서 민원실로 가야 한다고 해 지하철을 타고 경찰서로 갔다.
경찰서 민원실에 가서 사건을 접수하고 사건접수 확인서를 발급받았다. 확인서를 카드사에 팩스로 보내야 해서 1층 안내에 계신 경찰관님께 여쭈어보았더니 모바일 팩스로 보내주셨다. 덕분에 나도 모바일 팩스 앱을 다운로드해 보낼 수 있었다.
카드사에 팩스 보냈다고 전화했더니 이용대금 이의 신청 건이 접수 완료되었다고 문자가 왔다. 처리되려면 2~3일 정도 걸린다고 했는데 어떻게 처리될지 궁금했다. 경찰서에서도 담당 경찰관이 지정되었다고 연락이 왔고, 담당 경찰관이 전화도 해주었다.
▲ 경찰서에서 발급 받은 사건 사고 사실 확인원 경찰서에 구글 페이먼트코리아를 사기 혐의로 진정하고 받은 확인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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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스럽게 6월 1일에 카드사에서 불법 결제된 1만 4000원씩 일곱 건을 모두 승인취소해 주었다. 취소된 금액은 입금해 준다고 했다. 발 빠르게 대처한 바람에 6월 4일 모두 환불받았다.
나처럼 카드가 인터넷에서 불법 결제 되었을 때는 당황하지 말고, 침착하게 카드사와 결제처 두 군데 모두에게 환불 요청을 해 두는 것이 필요하다. 두 곳 중 어느 곳에서 정확하게 환불 조치 해 주었는지 모르지만, 어쨌건 카드사에서 부정 결제된 금액을 입금해 주었다.
내 카드가 인터넷에서 어떻게 유출되었는지 알 수가 없다. 이번 일을 당하면서 알게 된 건, 결국 카드 이용자가 조심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 카드사에서는 내 카드가 불법 결제된 것이 발견되면 미루지 말고 바로 카드사에 이의신청을 하라고 했다. 고객센터로 연락해서 해결 방법을 찾아야 한다.
나는 경찰서에 진정서를 제출하고 사건 사고 확인서를 카드사로 보내서 해결했다. 담당 경찰은 이 세 가지를 명심하라 하셨다.
첫째, 가능하면 인터넷에 카드를 등록하지 말고
둘째, 비밀번호를 귀찮아도 사이트마다 다르게 설정하고, 꼭 2단계 인증까지 하며
셋째, 소액결제도 가급적 막아 놓으라고 조언해 주셨다.
▲ 카드사와 경찰서에서 온 문자 경찰서에서 발급 받은 사건 사고 확인서를 보낸 후 카드사와 경찰서에서 확인 문자를 보내 주었다. 담당 경찰관도 전화를 해주어 발생한 사건을 자세히 설명해 드렸다. |
ⓒ 유영숙 |
이번 일로 평소에 잘 안 쓰는 카드를 모두 해지했다. 그냥 두 개 정도의 카드만 사용하면서 꼼꼼하게 확인하려고 한다.
주변에서 '휴대폰 부고 문자'를 클릭했다가 통장에서 100만 원이 빠져나갔다는 이야기도 들었다(알 수 없는 링크는 가급적 클릭하면 안 된다). 독자들도 인터넷 신용카드 등록시 잘 확인하고, 정보 동의에 체크할 때 꼼꼼하게 읽어봐야 할 것 같다. 나 같은 일을 겪지 않길 바란다.
혹시 구글 페이먼트 코리아에서 불법 결제 되었을 땐 다음과 같이 처리하면 된다.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1. 구글에 로그인을 한다.
2. 주문 내용을 확인한다.
3. 구매한 내역 오른쪽에 점 세 개를 누르면 문제 신고가 뜬다.
4. 페이지를 보고 차례대로 진행하고 신고 사유는 기타(내가 사용하지 않은 결제)로 입력한다.
5. 환불 요청을 하고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 연동된 카드를 꼭 해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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