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사법리스크 접점 될까…간격 좁혀지는 한동훈과 용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측근인 이화영 전 경기부지사의 대북송금 의혹 유죄 판결 뒤 대통령실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메시지가 묘하게 겹치고 있다. 지난달 한 전 위원장이 정부의 해외 직구 차단과 노령층 운전면허 정책을 비판했던 것과 달리, 최근엔 한 전 위원장과 용산 모두 이 대표를 겨냥한 공동 전선에 나서는 모양새다.
시작은 한 전 위원장이었다. 한 전 위원장은 지난 8일 페이스북에 “자기 범죄로 재판받던 형사피고인이 대통령이 된 경우 그 형사재판이 중단되는 걸까”라며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명시한 헌법 제84조 논쟁을 불붙였다. 이후 사흘 연속 공세를 이어간 그는 10일엔 “대통령 당선을 감옥 가지 않을 유일한 탈출구로 여기는 거겠죠”라며 “재판을 질질 끌어 선거 이후로 미루거나, 임기 단축 개헌이나 탄핵으로 선거를 재판확정보다 앞당기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때 여권에서도 거론됐던 윤 대통령의 임기 단축 개헌에 대해선 “희대의 무리수”라며 반대 입장도 명확히 했다.
대통령실도 지난 9일 북한 오물풍선 관련 브리핑에서 이 전 부지사 유죄 판결에 대한 질문을 받고 강도 높은 메시지를 내놓았다.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는 당시 “그 사건과 무관하게 말씀드리는 것”이라면서도 “남북한의 평화에 대해서 한 말씀을 드리자면 평화는 돈으로 구걸하는 게 아니라 힘을 통해서 쟁취하는 것이라는 게 인류 역사의 반복된 교훈”이라고 말했다. 쌍방울이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방북 비용을 대납한 사건에 대한 유죄 판결을 겨낭한 발언이란 보도가 쏟아졌는데, 대통령실은 부인하지 않았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11일 통화에서 야당의 국회 상임위 독식과 관련해 “민주당에서 법제사법위원회를 가져가려는 것은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 무마 행보로 볼 수밖에 없다”며 비판적 입장을 이어갔다.
이 대표를 겨냥한 한 전 위원장과 대통령실의 이같은 공동 전선은 한 전 위원장이 법무부 장관 시절 때만 해도 자주 볼 수 있던 장면이다. 한 전 위원장이 정부의 최전방 공격수로 야당과 맞서 싸우면 대통령실과 여당이 지원 사격 하는 것이 여권의 익숙한 공격 패턴이었다. 하지만 지난 총선 기간 윤·한 갈등이 잇달아 터지고 총선 참패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진 뒤 윤 대통령과 한 전 위원장은 아직 만나지도 못하고 있다.
여권에선 이 전 부지사의 유죄 판결로 다시 주목받기 시작한 이재명 대표 사법리스크가 윤 대통령과 한 전 위원장의 간격을 좁힐 접점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한 전 위원장과 만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저와 20년 넘도록 교분을 맺어온 한동훈 위원장을 언제든지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감도 익어야 나무에서 떨어질 수 있는 것”이라며 “여당의 전당대회 룰 세팅이 끝난 이후 좋은 계기를 마련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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