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녹아든 디지털 헬스케어…“고령자 차별없는 기술” [D.H 인터뷰]
병원·집·시설 연결된 의료 데이터…고령자 회복 및 기능 유지 지원
“시장 유지·성장 위한 지원책 이어져야”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가상현실(VR) 등 디지털 기술이 일상을 주도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의료·헬스케어 서비스도 디지털 기술을 접목하면서 효율적이고 선제적인 진료, 치료, 관리가 가능한 세상을 열고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Digital Healthcare, DH)는 어디까지 손을 뻗칠 수 있을까. 쿠키뉴스는 산업 곳곳에 포진해있는 디지털 헬스케어 전문가들을 마주하고, 혁신을 말하는 기술의 현재와 미래를 알아본다. [편집자주]
오는 2025년, 우리나라는 전체 인구의 20% 이상이 65세를 넘긴 초고령사회에 도달한다. 초고령사회에선 노인 의료와 건강을 살피고 챙기는 일이 주요 과제로 꼽히는데, 이를 해결할 열쇠로 주목 받는 게 바로 디지털 헬스케어다. 만성질환, 암 등을 겪고있는 노인들이 일상을 유지하고 생명이 위협 받는 상황에 방치되지 않도록 다양한 기기들이 개발되는 중이다.
스마트워치 같은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비롯해 환자의 상태를 미리 내다보는 기술 등이 집안과 재활시설 곳곳에 배치되고 있다. 공간의 지형지물을 24시간 파악해 낙상 위험도를 예측하는 카메라나 근육량과 체성분량을 측정해 영양을 분석하는 스마트 체중계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 더불어 노인의 학습력, 기억력 등을 점검하고 퇴화를 방지하는 교육 로봇, 모바일과 TV를 통한 가상 재활치료 프로그램 등 첨단 기술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의료제품이 등장하는 추세다.
다만 노인들이 이를 얼마나 적극적으로 활용할지는 알 수 없다. 여전히 많은 디지털 기술들이 노인이 아닌 2040세대에 맞춰져 있어 ‘디지털 리터러시’ 격차가 커지고 있다. 시니어 토탈 케어에 역점을 두고 있는 케어닥의 박재병 대표를 만나 고령자를 위한 디지털 헬스케어의 발전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Q. 시니어 헬스케어 분야의 디지털 기술 발전 정도는
세계적으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한국의 IT 기술과 달리 시니어 디지털 헬스케어 영역은 움직임이 적다. 구조적인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디지털 헬스케어는 사용자와 지불자가 같지만, 노인 돌봄 시스템에선 사용자, 지불자가 다르다.
노인을 대신해 보호자나 요양보호사, 돌봄시설 보호사 등 제3자가 기기를 다룬다. 따라서 금액을 지불하는 보호자나 시설자가 필요성을 못 느끼면 디지털 기기를 활용하지 않는다. 결국 수요를 2, 3중으로 예측해야 하다 보니 산업 형성이 쉽지 않다.
반면 시니어 전용 기기가 잘 보급돼 있는 일본은 ‘기기로 돌봄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국민과 정부의 지지가 크다. 또 경제활동이 가능한 인구가 부족하기 때문에 일을 대신하는 기기에 대한 요구도 높아 산업이 빨리 성장할 수 있었다.
Q. AI와 빅데이터는 어떻게 적용되고 있나
보통 시니어 디지털 헬스케어라고 하면 ‘돌봄 로봇’을 떠올린다. 홀로 사는 노인의 말벗이 돼 우울감을 줄여주는 역할을 하지만 로봇의 효과는 아직 미미하다. 사람처럼 대화가 가능한 수준이 아닌 명령어에 따라 노래를 틀어주고 날씨를 알려주는 인공지능(AI) 기반 스피커와 다름없다. 가격도 몇 백 만원에서 몇 천 만원을 호가해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제품이 아니다. 향후 사람의 감정을 헤아리는 수준까지 발전한다면 충분히 노인 돌봄 영역에서 큰 비중을 차지할 것이라고 본다.
AI와 빅데이터는 시니어 헬스케어에서 관심이 큰 분야다. 요양보호사, 사회복지사는 교대 근무를 하는데, 자신이 제공한 서비스나 관찰한 내용 등을 매번 수기로 작성해야 한다. 작성 과정에선 중요한 정보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사물인터넷(IoT), 디지털 디바이스를 통해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관제 모니터링 시스템과 결합하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노인의 행위나 정서가 월별, 분기별, 연도별로 어떻게 변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시니어 디지털 헬스케어는 고령자 스스로 활용하는 기술보다는 관찰자, 돌봄자 입장에서 서비스를 원활하게 제공할 수 있는 형태의 기술이 구현될 것으로 보인다.
Q. 개발 중인 토탈 플랫폼의 역할과 기대는
디지털 헬스케어와 관련된 수많은 연구들이 있지만 결국 상업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단 AI 기반 웨어러블 기기는 의료데이터를 기록하고 공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니어 케어에 도움이 된다. 매일 충전하는 방식이 아닌 한 달간 충전 없이 사용 가능한 제품이 나온다면 실용성이 커질 것이다. 대소변을 확인하는 스마트 기저귀, 낙상 방지 센서 등도 쾌적하고 안전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널리 쓰이고 있지만 가격이 비싸고, 정확도가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최근 ‘시니어 케어 토탈 플랫폼’ 개발에 대한 관심이 크다. 고령자는 돌봄이 필요할 때 병원, 집, 요양시설을 전전하게 된다. 이 때 고령자와 보호자는 매번 건강 정보를 다시 알아보고, 의료진 등의 질의에 답해야 한다. 토탈 플랫폼은 어플리케이션 등을 이용해 병원과 방문 요양보호사, 요양시설을 연결해주고 정보를 교환할 수 있도록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한다. 또 IoT 디바이스와 연동해 고령자의 의료 데이터를 병원, 시설, 보호자가 언제 어디서나 파악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로써 빠른 회복, 정신·신체 기능 유지를 돕고 궁극적으론 국가 돌봄 비용을 줄일 수 있다.
Q. 고령자의 디지털 기기 사용을 활성화하려면
디지털 활용력, 디지털 문해력을 뜻하는 디지털 리터러시는 ‘무인지’에 근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용해 본 적이 없어도, 인지하거나 노력하지 않아도 활용이 가능해야 한다는 의미다.
업계는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도록 고령자를 돕는다면서 ‘복지관에서 고령층 대상 교육을 제공한다’, ‘더 쉬운 플랫폼으로 전환하도록 한다’ 등의 대안을 내놓고 있다. 실질적 대안이 되려면 기기를 직접 다루지 않아도 음성을 인식해 작동하거나 손동작만으로 기능하는 제품이 개발돼야 한다. 일상 속에서 편하게 쓸 수 있고, 나이로 인한 차별이 느껴지지 않는 기술이 진정한 ‘디지털 혁신’이다.
Q. 시니어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성장을 위해 필요한 개선책은
지속가능한 지원책이 뒷받침돼야 한다. 현 정부는 공급자가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도록 유도하고 지원하지만, 정작 서비스를 계속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진 못했다. 예를 들어 디지털 치료기기의 경우 임상시험 단계에서 미리 사용할 수 있도록 수가를 적용하더라도 3년 간 효과를 입증하지 못하면 파산에 이른다. 정해진 기한 안에 효과성을 입증하지 못해도 개발을 이어갈 수 있는 구조가 이뤄져야 시장이 유지될 수 있다.
정부는 산업에 대한 지원 및 투자를 하면서 의료 보조금, 의료 수가 등의 지출이 나중에 어떤 편익으로 되돌아올지, 재정 부담은 얼마나 될지 등을 고려해야 한다. 비용을 아껴 재투자할 수 있는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미리 설계했다면 이상적인 정책안이 자리 잡았을 것이다.
시니어 케어 성장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민간화’다. 현재 우리나라는 국가 세금을 통해 고령층 돌봄을 지원한다. 초고령화 시대가 오면 젊은 세대가 부양에 대한 부담을 갖고, 고령층이 국가로부터 제대로 된 돌봄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돌봄 서비스의 민간화가 필요하다. 여력이 있는 사람들은 돈을 지불해 더 나은 서비스를 받고, 이 때 발생한 부가가치를 통해 세금을 모으거나 저소득층을 도울 수 있는 방안으로 활용한다면 돌봄의 공백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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