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웨이·수지·박보검이 ‘원더랜드’에서 찾은 위로들
기술 발전이 세상에 낭만을 가져올 수 있을까. 영화 ‘원더랜드’(감독 김태용)는 이 같은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다. 그리운 사람을 가상현실 속 AI로나마 만날 수 있다는 건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충분히 실현 가능한 위로로 다가온다. ‘원더랜드’ 속 인물들은 현실과 맞닿았다. 정인(수지)은 사랑하는 사람을 보고 싶어 AI 기술을 사용하고, 태주(박보검)는 자신을 빼닮은 AI에 혼란스러워한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AI로 또 다른 자신을 만든 바이리(탕웨이)도 있다. 이들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 수지, 박보검, 탕웨이는 지난 3~4일 이틀간 서울 소격동 한 카페에서 기자와 만나 “‘원더랜드’로 위로를 얻었다”고 입을 모았다.
“AI 수지가 궁금해졌어요”
생각지 못한 부분에서 슬프고 울컥하다 따뜻함을 느낀 영화. 수지는 ‘원더랜드’를 이렇게 기억했다. 그는 기술보다 사람 감정이 보이는 이야기에 끌려 ‘원더랜드’의 초대에 응했다. 4년 전 촬영을 마친 영화는 이제야 관객을 만났다. 오랜 기다림은 새로운 감회를 불러왔다. “그때 봤다면 연기를 신경 쓰느라 집중이 잘 안됐을 텐데 지금 보니까 영화가 보였어요. 이야기에 눈이 갔죠.” 눈물도 많이 흘렸다. 행복한 부분에서 묘하게 감정이 북받쳐 올랐단다. 대본에 없는 부분을 채우기 위해 감독과 수없이 많은 소통을 거쳤다. 연인 사이로 호흡한 박보검과도 함께다. 극 중 태주와 정인은 고아 출신이고 서로를 오랜 기간 응원해 왔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다양한 경우의 수를 생각하며 임하자 정인에게 점점 생동감이 차올랐다. 수지는 정인을 표현하며 혼란스러움을 염두에 뒀다고 했다. 가상의 태주와 진짜 태주 사이에서 정인이 느끼는 혼돈은 영화의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요소다. 수지는 “보는 사람마다 느끼는 감정의 깊이가 다를 영화”라며 “AI 수지가 어떤 모습일지도 생각하게 됐다”며 미소 지었다.
“이별의 슬픔을 가진 이에게 힘 되길”
박보검 역시 늦게 만난 ‘원더랜드’가 각별하긴 마찬가지다. 입대 전 촬영한 영화가 제대 후에야 빛을 봤다. 박보검의 얼굴엔 완연한 미소만이 가득했다. “군대에서 ‘오히려 좋아’라는 말을 배웠어요. ‘원더랜드’와 어울리는 말이죠. AI 서비스가 개발되고 많은 관심을 받는 지금이니 좀 더 생각할 거리를 남기잖아요. 지금 개봉하다니 ‘오히려 좋아’라고 할 수밖에요.” 4년 전만 해도 이런 시대가 올까 반신반의했다던 그는 “보고 싶은 사람을 영상통화로 만나는 소재에 마음이 끌려” 출연을 결심했다. AI 태주와 현실 속 태주를 확실하게 구분하고자 한 건 물론 태주와 정인의 과거 이야기를 채우는 데 골몰했다. 오랜 의식불명 상태에서 깨어난 태주는 이상행동을 이어간다. 그의 기행은 정인과 불화의 씨앗이 된다. 박보검은 태주를 두고 “여전히 정인이를 사랑하지만 혼란을 느껴 이상해 보이는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정인과 태주의 결말을 두고 수지와 박보검은 각기 다른 해석을 내놨다. 관객 역시 여러 방향에서 둘 사이 관계를 상상할 여지가 가득하다. 이 가운데 영화는 줄곧 상실과 괴리, 위로 등 여러 가치를 전한다. 박보검은 “이별의 아픔과 슬픔을 가진 이에게 조금이나마 위로와 힘을 전하는 작품”이라며 “내가 그런 감정을 느낀 만큼 보는 분에게도 이런 마음이 잘 전해지길 바란다”고 소망했다.
“따뜻한 ‘원더랜드’, 이러니 좋아할 수밖에”
‘원더랜드’는 ‘만추’ 이후 탕웨이가 김태용 감독과 배우와 연출자로 다시 만난 작품이다. 그 사이 둘은 가정을 이뤘고 한 아이의 부모가 됐다. 엄마가 되어 엄마 역할을 맡자 감회도 새로웠다. 탕웨이는 “깊이 파고들게 하며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를 좋아한다”면서 “‘원더랜드’를 좋아할 수밖에 없다”며 씩 웃었다. 그가 연기한 AI 바이리는 슬픔이란 감정과 거리가 멀다. 그는 부정 정서 없이 시종일관 명랑하다. 사랑하는 딸에게 헌신하고자 하는 마음뿐이다. 실제 바이리의 염원을 담아 만들어서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바이리의 감정을 연기하며 고생도 깨나 했다. 감독에게 ‘내가 이렇게 해야 하냐’는 질문을 계속 던졌단다. 고민 끝에 탄생한 게 영화 속 모습이다. 바이리를 연기하며 탕웨이는 영화가 가진 따스한 정서에 푹 빠졌다. 그는 “관객 모두가 각양각색 반응을 보일 것 같아 기대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우리 삶에서 AI 기술이 계속 발전하면 무섭고 두려우리라 생각했어요. AI를 다룬 영화도 어둡거나 폭력적이었잖아요. 그렇지만 ‘원더랜드’는 따뜻하죠. 희망이 ‘원더랜드’에 있었어요.”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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