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칼럼]AI가 전쟁과 세계를 바꿀 수 있을까

2024. 6. 11.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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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은 수많은 방식으로 인간의 일상생활을 바꿀 것이다. AI가 미·중을 축으로 한 세계 균형을 어떻게 흔들지, 동맹을 약화할지 등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당장 확정적으로 말하기는 이르지만 AI 효과는 궁극적으로 국가가 내리는 결정에 달려 있다고 본다. 필자는 AI 시대에 직면한 국제 문제에 관한 여섯 가지의 심도 있는 질문에 답을 해봤다.

첫 번째, AI가 전쟁을 통제할 수 없게 만들 것인가.

일각에서 AI가 전투기를 인간보다 능숙하게 조종할 수 있으며 사이버 공격으로 적 네트워크를 정교하게 파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충돌을 더 억제하기 어렵게 만들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심지어 AI가 핵 확대를 촉발하며 제3차 세계대전을 일으킬 수 있다고도 말한다.

AI의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만큼 전쟁을 변화시킬 것이라는 데 이의가 없다. 하지만 AI가 전쟁 확대를 통제할 수 없게 만들 것이라는 명제를 받아들이기 전에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점이 있다.

강대국들은 군사적으로 가장 중요한 결정을 AI가 아닌 인간 손에 맡기려고 할 것이다. 예컨대 최근 미국과 중국이 핵 지휘 통제 프로세스를 자동화하지 않기로 합의한 건 자국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는 무기에 대한 통제권을 포기하지 않을 강한 유인이 있다는 데 기인한다. 오히려 AI는 적의 전쟁 준비 여부 등에 대한 사전 정보를 줘 확전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AI는 불확실성과 공포를 완화할 수 있다.

두 번째, AI가 중국과 같은 독재국가가 세계를 통제하는 데 도움이 될까.

AI는 인구에 대해 수집한 방대한 양의 정보를 해독하는 데 필요한 인력을 줄여 독재 정권이 통제를 더 쉽게 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는 전문가가 많다. 이는 분명 중국이 바라는 바일 것이다. 중국 정부는 저금리 대출부터 비행기 표까지 모든 것에 대한 접근을 규제하기 위해 AI, 안면 인식, 빅데이터를 두루 사용해왔다.

하지만 AI가 독재 정권을 앞서 나갈 것이라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독재정치가 중국의 잠재력을 제한하고 있는 탓이다. 강력한 대규모 언어 모델을 구축하려면 엄청난 양의 정보 풀(pool)이 필요하다. 하지만 중국의 인터넷이 너무 심하게 검열된 나머지 이러한 입력이 편향되고 출력의 품질이 저하될 것이다.

세 번째, AI가 최고를 선호할 것인가 아니면 나머지를 선호할 것인가.

당분간 AI는 힘의 균형을 강화하는 쪽으로 기울 것이다. 대규모 언어 모델을 훈련하려면 엄청난 양의 전력은 말할 것도 없고 막대한 투자와 훌륭한 과학자, 기술자 등 인력이 필요해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빙 AI 챗봇을 지원하는 인프라 비용은 40억달러에 이른다. AI 제작자가 되려면 막대한 리소스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AI 경쟁의 초기 리더 중 다수는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이거나 거대 자금에 접근할 수 있는 오픈AI 같은 기업이 차지하고 있는 이유다. 또 이들 기업의 본고장인 미국은 AI 분야를 선도하고 있다.

전쟁 영역으로 확장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초기에는 신기술의 군사적 이점이 새로운 능력을 대규모로 개발하고 배치하는 데 필요한 국방 예산이 넉넉한 국가가 AI 기술을 선도할 전망이다.

네 번째, AI가 동맹국을 분열시킬 것인가 아니면 강화할 것인가.

중국은 자유세계가 AI로 인해 분열되는 것을 원한다. 실제 미국은 생성형 AI 규제에 대해 유럽과 다른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고 이와 별개로 인도는 독자적인 노선을 원하는 등 그런 일이 일어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AI가 미국의 동맹을 근본적으로 붕괴시킬 것이라고 결론짓는 것은 시기상조이다. 어떤 경우에는 미국이 이러한 동맹을 기술 경쟁의 도구로 성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또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와의 안보 파트너십을 활용해 중국과의 기술 관계를 제한하고 양국 기업 간 AI 파트너십을 촉진하고 있다.

AI 규제 노선에서 미국과 유럽이 차이 나는 것은 중국이 패권을 장악할 때 일어날 시나리오에 대해 공유하는 견해에 비할 바가 못 된다. 언제든 미국과 유럽은 AI 문제에 대해 더 큰 협력을 모색할 준비가 돼 있다는 뜻이다.

다섯번째, AI가 강대국 간 경쟁을 부추길 것인가.

원래 냉전 기간 미국과 소련은 핵무기와 관련된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 협력했다. 신냉전 기간 아마도 미국과 중국은 AI가 악의적인 목적으로 사용되는 것을 막는 공통의 목적을 찾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핵무기가 냉전을 더 강화한 것처럼 AI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문제는 오늘날 AI 무기 통제는 핵무기 통제보다 훨씬 더 어려운 것처럼 보인다. AI가 가진 이점이 너무나 매력적이어서다. 미국과 중국이 초기 AI 대화를 시작하면서도 기술 경쟁은 한층 강화하고 있는 이유다.

AI는 미·중 기술 전쟁이 중심에 서 있다. 미국은 대중 수출 통제, 투자 억제 등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중국은 자체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때로 부정적인 방법을 사용한다.

여섯번째, AI가 민간 부문을 공공 부문보다 우월하게 만들 것인가.

AI는 의심할 여지 없이 공공 부문과 민간 부문 간의 영향력 균형을 변화시킬 것이다. AI는 자본, 혁신, 인재가 민간 부문에 집중된 분야다. AI 최전선에 있는 기업은 강력한 지정학적 행위자가 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의 전략적 전망은 민간 기업의 성과에 달려 있다. 다만 민간 기업에 큰 권력이 집중되면 정부의 대응이 이루어질 것이다.

할 브랜즈 블룸버그 오피니언 칼럼니스트

이 글은 블룸버그의 칼럼 ‘6 Ways AI Will Change War and the World’를 아시아경제가 번역한 것입니다.

※이 칼럼은 아시아경제와 블룸버그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게재되었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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